[단독]재계와 손잡은 진선미…민간 `유리천장 깨기`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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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전경련 등 경제8단체와 민관협의체 발족
공공부문 이어 민간부문도 합의…"女 임원 늘려야"
부정적 여론에도 `女고위관리직 목표제` 추진
美·日 등 해외사례 통해서도 경제적 효과 증명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성(性)평등 사회 기반 구축을 외치며 민간기업 내 여성 임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재계의 든든한 지지를 등에 업게 됐다.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도입하고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공적 연기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치권을 포함한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소신을 관철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관가와 재계에 따르면 여가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인연합회,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등 경제8단체는 민간기업 내 관리직급의 여성 비율 확대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발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오는 2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이들 단체를 대상으로 교육이나 컨설팅 등을 제공하며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정부부처와 같은 공공부문의 여성 대표성 제고계획에 이어 올해는 민간부문에서도 임원급 여성을 확대하고자 경제단체들과 뜻을 모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정부 주도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하려는 게 아니며 오히려 기업들이 (여성 임원 확대의) 필요성을 더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전한 뒤 “민관협의체에서는 기업 자율적으로 여성 임원의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관계자도 “기업에 들어오는 여성 근로자는 증가하는데 관리직에는 여성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경제단체들이 모여서 성 다양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관련 사업을 추진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지수(ACWI)에 포함된 54개국 가운데 우리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 여성비율은 2.3%로 53위다. 중동국가인 카타르가 54위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여성 인력 활용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 해인 2017년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계획을 내놓고 공무원과 공기업, 교원, 군인, 경찰 등 공공부문 각 분야의 관리직 여성공무원 비율을 오는 2022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통틀어 이 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쉽게 여성 대표성을 확대할 수 없는 차에 진 장관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다. 여성 임원 확대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여성임원 비율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토록 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진 장관은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등 대규모 공적기금 투자 기준 항목에 여성임원 비율 반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취임 후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이 계획은 즉각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진 장관을 겨냥한 온갖 욕설이 난무했고 정치권에서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내놓고 분란만 일으키는 여가부는 해체만이 답”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이 연일 이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제 8단체와 공동으로 민관협의체를 발족시킨 건 진 장관의 의지가 그 만큼 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인권변호사 시절 을사오적처럼 나라를 망치는 ‘오적’(五賊)에 선정되면서도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것처럼 평등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욕을 먹어도 끌고 나가겠다는 뜻이란 해석이다. 진 장관은 “일본은 아베 정권이 경제에서의 여성역할을 강조하면서 늘상 우리보다 뒤처졌던 유리천장지수가 크게 올랐다”며 “국민연금 등 사회책임투자 기준에 여성 대표성 항목을 포함하는 건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회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여성친화적인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출시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국민의 절반,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기업들의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아지면 이런 여성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 편익도 증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여성 인력 활용도 제고를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후생연금(GPIF) 최고책임투자자(CIO)까지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이같은 사회적 편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이라 (ras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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