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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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쪽 아킬레스건’ 유통 사건이 대규모 의료소송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 기관과 병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다.

‘무허가 인체조직 이식 현황’에 따르면 경찰이 파악한 불량 아킬레스건 이식 환자는 총 6500명이며, 이 가운데 1895명의 명단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했다. 공개된 환자들은 20~30대가 944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뒤이어 50대가 363명, 40대가 353명, 60대가 187명 등이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젊은 환자들은 활동량이 많아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이식하면 재파열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이미 재파열된 환자도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반쪽 아킬레스건 유통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2부(부장검사 손정현)는 지난달 서울경찰청에서 미승인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대표 26명과 영업사원 6명,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등 85명을 불구속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아킬레스건을 납품받은 병원과 납품업체 간 리베이트 정황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납품업체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고가의 수술 도구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을 파악해 검찰에 넘겼다.

병원들은 82만원인 정상 제품보다 30만원 싼 52만원에 반쪽 아킬레스건을 납품받았다. 유통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정상 제품을 들여와 이를 반으로 쪼갠 뒤 전국 수백 곳에 유통했다. 정상 제품 수술 시 건보공단은 148만원의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반쪽 아킬레스건 수술로도 같은 금액을 타내는 방식으로 요양급여를 챙겨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이 건보공단에서 편취한 금액은 100억원 상당이다. 아킬레스건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 환자 등에 사용하며 매년 5만 명가량이 수술을 받고 있다.

“재파열 우려, 환자에게 빨리 알려야”

건보공단은 반쪽 아킬레스건 환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환자만 총 6500여 명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에게서 모든 피해 환자의 데이터를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1895명의 피해 환자 명단만 확보한 상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는 피해 환자에게 불량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릴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이식한 피해 환자들이 병원이나 정부 측에 수술비 등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사 출신인 정필승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아킬레스건 이식 수술을 집도할 때 정상적인 두께가 아니라는 정도는 의사들이 맨눈으로도 알 수 있다”며 “반쪽 아킬레스건을 납품한 업체뿐만 아니라 병원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 기관에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쪽 아킬레스건을 납품받은 병원 중 일부는 본인들도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작은 병원에서도 수십 곳의 납품업체와 거래한다”며 “반쪽짜리 불량 아킬레스건인 줄 모르고 수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 '반쪽 아킬레스건' 이식 병원·환자 리스트 공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07115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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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원종환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