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을 현대기술로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에밀레종 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주장들이 나옵니다.
1. 에밀레종을 매다는 종고리와 쇠막대는 현대기술로 만들 수 없다.
2. 에밀레종의 소리는 현대기술로 재현이 불가능하다.
(현대기술로 에밀레종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그럴 듯한 일화도 실려 있습니다.
새로 만든 막대에 강괴를 매달아 시험해보니 휘어지더라
현대 기술로는 도저히 에밀레종을 지탱할 막대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쓰던 막대를 그대로 쓰는 중이다
에밀레종을 본따서 종을 만들었는데 듣기 싫은 소리만 나더라 등등
책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 혹은 국사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현재 에밀레종이 매달린 부분의 사진을 보면
육각볼트와 너트로 매달려 있는데 당연히 현대의 기술입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해서 만든 '신라대종'의 존재입니다.
이 신라대종으로 인해 두 가지 주장이 모두 반박됩니다.
에밀레종은 보존 문제로 현재 타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에밀레종을 대신하여 타종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신라대종입니다.
당연히 이 종은 매다는 고리부터 종의 본체까지 모두 현대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이 종은 오히려 에밀레종보다 더 무겁습니다. (에밀레종 18.9톤, 신라대종 20.7톤)
그런데 보시다시피 멀쩡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에밀레종을 매다는 쇠막대의 지름은 9cm이며
현대 기술로 에밀레종을 매달려면 15cm 쇠막대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있는데
실제로 계산해 보면 9cm 쇠막대로 충분히 매달고도 남습니다.
두 번째로 에밀레종의 소리 재현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우정의 종과
서울 보신각 종을 언급하면서 종소리가 에밀레종과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두 종의 소리를 깡통 두드리는 소리, 재겨운 쇳소리라며
종소리가 저렇게 된 것은 시대정신이 퇴락했기 때문이라는데
직접 들어보면 깡통소리, 쇳소리의 느낌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저 두 종은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소리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한 신라대종의 소리는 어떨까요?
에밀레종과 신라대종의 소리를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의하면 기본음 주파수, 고차 부분음 분포, 기본음에 대한 부분음 성분들의 주파수비 등 각종 물리적 인자들을 비교했을 때
두 종의 소리는 음향학적으로 거의 같습니다.
진동 감쇠비의 경우는 오히려 복제품인 신라대종이 더 작아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에밀레종의 소리가 더 우수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과연 둘을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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