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헤어의 진짜 유래

흔히들 스코프의 정렬 및 조준을 도와주는 선자체를 '크로스헤어'라고 알고있지만 엄밀한 명칭은 '레티클(reticle)'이고 이 중 두 선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점이 중앙에 위치하는 방식을 뜻함. 물론 이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에 조준선 자체를 크로스헤어/십자선이라고 칭해도 무방함.  

누가 최초의 크로스헤어를 만들었냐에 대해서는 다들 학교에서 배웠을 스프링의 세기에 대한 밥칙을 정립한(훅의 법칙) 17세기의 존잘남 로버트 훅(Robert Hooke)이 발명했다는 설과 그에 앞서 버니어 캘리퍼스와 더불어 측정장비의 양대산맥인 마이크로미터를 발명하고 불꽃처럼 살다간 윌리엄 가스코뉴(William Gascoigne, 1612 – 1644) 가 발명했다는 두가지 설이 있다고 함. 가스코뉴 쪽이 문헌으로 기록이 남아있어 좀 더 신빙성이 있는 것 같음. 

너도 나도 처음 들어봤을 가스코뉴는 당시의 많은 인싸들이 그랬듯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에 몰두해 있었는데, 어느 날 거미줄이 쳐져있던 망원경을 들여다 봤더니 띠용? 먼 물체에 초점이 맞으면서도 거미줄도 잘 보이네? 앞으로 천체 관측에 요긴하게 쓸 수 있겠는 걸? 하고 무릎을 탁 쳤다고 전해짐. 어원학자에 따르면 이후 세월이 흘러 1755년에는 이미 '크로스헤어' 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고 하고 19세기 초 까지 '스파이더 라인(spider-line)' 이라는 말도 쓰였다고 하니 아마도 최초의 레티클은 거미줄에서 나왔지만 다른 섬유(사람의 머리털)가 다루기도 구하기도 쉬우니 실제 생산에는 인모를 썼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음. 

다른 친구가 말한 노던 폭격 조준기의 경우는 나도 최근에 읽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폭격조준기의 레티클은 유리에 에칭된 것이고,  원래 폭격조준기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했다고 알려진 메리 밥닉 브라운의 머리카락은 정밀 습도계의 제작에 사용되었다고 함. 이 잘못된 전설은 레이건이 1987년 매리에게 보낸 감사편지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폭격조준기 제작에 쓰였다고 썼기 때문에 널리 알려졌는데, 아마 미소 냉전시절에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괜찮은 소재였기에 레이건 새끼가 구라친 걸로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