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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 세계관 속의 축생들 - 용들의 아버지 글라우룽(完)

주성치 10 1549 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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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힘과 증오를 실어 내지른 투린의 구르상이



글라우룽의 부드러운 뱃가죽을 깊숙히 찔러들어가자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느낀 글라우룽은 펄쩍펄쩍 뛰며 마구 비명을 질렀다.



주변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며 분노를 쏟아내고 고통을 호소한 글라우룽은



모든 힘을 쏟아낸 후 그 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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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린은 마침내 글라우룽을 무찔렀다고 생각하고 돌아가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글라우룽의 배때지에 구르상을 꽂고서는 뽑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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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린은 글라우룽이 쓰러진 곳으로 가 배에 꽂힌 구르상의 칼자루를 두 손으로 꽉 쥐고



글라우룽의 몸둥아리 위에 발을 올려놓으며 소리쳤다.



"어서 오게, 모르고스의 파충류여! 다시 만났군!"



투린은 나르고스론드에서 글라우룽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글라우룽을 조롱했다.



"이제 죽어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라! 후린의 아들, 투린의 복수의 끝이다!"



그리고 투린은 구르상을 비틀어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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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구르상을 뽑은 자리에서 글라우룽의 검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맹독이나 다름없던 글라우룽의 피가 투린의 손에 떨어지자 투린의 두 손에 불타는 듯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하필 그 순간 아직 죽지 않았던 글라우룽이 번쩍 눈을 떴고



글라우룽의 눈빛에 서린 매서운 악의때문에



투린은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듯 그대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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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글라우룽의 비명소리를 듣고 글라우룽이 투린을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남편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니니엘은 최후의 장소인 카베드엔아라스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니니엘은 글라우룽이 쓰러져있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절해있던 투린에게로 곧장 달려갔다.



그러나 니니엘이 입을 맞춰보기도 하고, 마구 흔들며 이름을 외쳐보기도 했지만 



투린은 죽은 사람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니니엘의 외침 소리에 죽음의 문턱에 서있던 글라우룽이 천천히 눈을 떴다.



글라우룽은 니니엘을 보며 마지막으로 악랄한 계략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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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왔구나, 후린의 딸 니에노르야. 죽기 전에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넌 친오빠를 그렇게 애타게 찾지 않았느냐? 네가 그토록 찾던 오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



어둠 속의 암살자이며, 적에게는 잔인하면서 비겁한 자요,



친구의 신의를 내다버리고, 위대한 가문에 저주를 내린 자, 후린의 아들 투린 말이다!



네 년은 모르고 있었을 죄악이다!"



글라우룽은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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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빠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은 네년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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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을 토해낸 글라우룽이 죽으면서 니에노르에게 씌인 악의 장막도 걷혔다.



니에노르의 머릿 속으로 지나간 나날이 모두 떠올랐고



충격과 공포, 고뇌와 죄책감으로 니에노르는 그야말로 미치기 직전이었다.



니에노르는 투린을 내려다보며 통곡했고, 투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오빠로서, 남편으로서 사랑했던 사람이여, 안녕히!



'투린 투람바르 투룬 암바르타넨!(Turin Turambar turun ambartanen!)',



운명에 지배당한 운명의 지배자여!



이젠 죽음만이 저의 안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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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니에노르 니니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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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테이글린 강의 급류 속으로, 카베드엔아라스 절벽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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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마침내 정신을 차린 투린의 앞에는 수많은 브레실 숲 사람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끝까지 니에노르를 쫓아왔던 브란디르도 있었다.



사람들은 투린이 혹시나 유령이 아닐까 겁에 질렸지만 



투린은 "아뇨, 기뻐하십시오. 용은 내가 죽였고, 난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위험하게 여기까지 오신겁니까? 근데 니니엘은 어디있죠?



니니엘이 없는 걸 보니 다행히 그녀는 데려오지 않은 모양이군요." 라고 말했다.




다운로드 (1).jpg 톨킨 세계관 속의 축생들 - 용들의 아버지 글라우룽(完)

 

그러나 니에노르의 끔찍한 운명을 모두 엿들은 브란디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를 믿지 않은 투린은 브란디르가 니니엘과 자신의 사랑을 질투하는 것이라 여겼고



그를 절름발이라고 조롱하고 악담을 퍼붓곤 브란디르를 베어죽이고는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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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도망치던 투린은 



핀두일라스가 묻혔고, 니니엘을 처음으로 발견했던 



하우드엔엘레스에서 정신을 차렸다.



머릿속에 가득찼던 광기가 사라지자, 투린은 핀두일라스의 무덤 앞에 주저앉아



자신의 모든 행위를 하나씩 돌이켜보았다.



가족을 찾으러 도리아스로 가야했던 것이 옳은 것이었을까?



가족을 영원히 버리고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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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요정들과 함께 테이글린 건널목을 건너온 마블룽이 지나가다 투린을 알아보았고



두 사람은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며 근황을 주고 받았다.



마블룽은 글라우룽이 나르고스론드를 빠져나가 브레실 숲을 공격하려한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투린을 도와주기 위해 마침 브레실 숲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투린이 이미 용이 죽었다고 말하자, 요정들은 투린의 용맹에 찬사를 보냈으나



투린의 관심사는 단 하나였다.



"내 가족들이 어떻게 됬는 지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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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룽은 내키지 않았으나 투린의 가족들, 모르웬과 니에노르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히, 니에노르가 어떻게 말도 못하는 망각의 마법에 걸려들게 되었는 지,



어떻게 도리아스 경계에서 도망쳐 북쪽으로 달아났는 지를 모두.



마침내 '운명의 지배자' 투린은 운명이 자신을 지배했다는 것을,



브란디르를 부당하게 죽였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글라우룽의 예언이 완성됬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린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미친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이건 장난치곤 너무 지독한 장난이야!



내 앞에서 사라져라, 마블룽! 당신의 남은 임무에 저주만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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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투린은 구르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남은 일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밤이 다가오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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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린은 카베드엔아라스로 돌아와 브란디르가 말해준, 니에노르가 투신한 절벽에 섰다.



오로지 격렬한 급류가 울부짖는 물소리와, 겨울이 온 것처럼 시든 나뭇잎들이 바스라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투린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구르상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오라, 구르상! 너는 너를 휘둘렀던 손 외에는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며,



그 어떤 피 앞에서도 두려움에 떨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이 투린 투람바르의 피도 받아 주겠느냐? 



나 또한 죽여주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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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처음부터 의지가 있었던 것처럼, 



칼날에서부터 싸늘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투린의 외침에 응답하였다.



"기꺼이 그대의 피를 마시겠습니다. 운명의 지배자 투린이여.



그렇게 해야만 당신의 실수로 죽은 내 옛 주인 벨레그와



당신의 광기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브란디르의 피가 잊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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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운명의 지배자 투린 또한



자신의 검에 의해 광기와 저주로 점철된 그의 운명을 끝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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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아 카베드엔아라스로 따라온 마블룽과 요정들은 투린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요정들은 싸늘한 투린의 시신과 산산조각이 난 구르상을 수습하여



투린이 쓰러진 곳에 무덤을 만들고 비석을 세웠다.



요정들은 후린의 자식들을 위한 추모곡을 지어 불렀고



비석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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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지배자이자 글라우룽의 재앙 투린'



'니에노르 니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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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운명과 저주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똑똑히 지켜보며



후린은 상고로드림의 봉우리에서 절규했다. 




(용들의 아버지 글라우룽 完)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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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글라우룽은 한낱 필멸자의 손에 명을 달리했지만



글라우룽이 뿌린 악의 씨앗은 가운데땅에 계속 남아있었다.



글라우룽의 자식들은 모르고스의 가장 강력한 전쟁병기로 활약했고



수백의 용들이 숨은 바위의 왕국, 곤돌린의 함락에 큰 역할을 했다.

10 Comments
단흔 2019.01.28 14:46  
재밌게 잘봤습니다.. 역시 톨킨은 대단한듯 어떻게 이토록 세세하게 잘 다듬엇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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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스 2019.01.28 15:30  
1기모찌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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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2019.01.28 21:30  
넘모넘모 재밌게본 거시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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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리스 2019.01.28 22:14  
잼나는 글 잘 봤습니다. 요약이며 편집도 훌륭하십니다.
가독성도 좋아서 술술 읽히네요.
내일은 간만에 서점에 가봐야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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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르기니 2019.01.28 23:25  
잘보아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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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라떼 2019.01.29 00:00  
와 소름이네.......모르고스의 저주 대박이다....후린은 그럼 마지막엔 어떻게 됬나요??계속 저 의자에만 앉아있다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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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박근 2019.01.30 13:29  
[@모기라떼] 나중에 모르고스가 풀어줌
이미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로 투린이 죽은곳에서 아내 모르웬랑 다시만남.
곤돌린쪽을 향해서 좆같다고 외쳤는데 그게 곤돌린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되서..
결국 곤돌린도 망하게 되는 스노우볼이 굴러감..

후린,투린은 실마릴리온 책 내에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후린의아이들이라고 따로 책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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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라떼 2019.02.02 19:51  
[@이두박근] 곤돌린은 모르고스한테 망하는거에요??ㄷㄷ그럼 그것도 모르고스가 노린거였나
뭉몽이 2019.01.29 05:31  
실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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