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있었던 작은 전투
에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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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4 21:53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 독일군 주요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연합군은 다수의 공수부대와 글라이더 부대를 프랑스 내륙에 투입 시켰다.
이중 미군의 제82 공수사단에게는 셸부르 항(Cherbourg)으로 가는 길목인 코탕탱 반도(Cotentin) 남부를 장악하는 보스턴 임무( Mission Boston)가 주어졌다. 82공수사단은 유일하게 실전경험이 풍부한 공수부대라서 D데이 전날 미리 침투하여 낙하위치를 확보하는 패스파인더 임무까지 겸하고 있었다.
부사단장 제임스 가빈(James M. Gavin) 준장은 낙하 직후 부하들을 모아 생 메르 에글리즈(Saint Mère-Église)라는 작은 마을을 점령했다.
당시 이 마을에는 독일군 제91 보병사단 지휘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야근 중이던 사단장이 미군이 기습공격에 전사해버리자 전원 항복했다.
생 메르 에글리즈 서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는 라 피에르(La Fière)라고 하는 작은 다리가 있었다. 이 지역의 메르데레 강(Merderet)은 우기인 6월이 되면 강의 수위가 매우 높아져 중장비가 도하할 수 없었다. 그리고 라 피에르는 이 근방에서 유일하게 전차가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다리였다.
가빈 준장은 곧바로 라 피에르 다리를 확보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다리 반대편에는 이미 독일군이 방어진지를 만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82공수부대는 다리 자체를 확보 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반격이 너무 심해서 그 이상 진출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전되어 독일군이 반격을 가해왔다. 제100 예비 보충 전차대대(Panzer-Ersatz-Abteilung 100)와 1057 척탄병 연대는 생 메르 에글리즈를 탈환하기 위해 라 피에르 다리로 몰려왔다. 이 부대는 구형 3호전차와 프랑스군에게서 노획한 르노 R35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 동안 이들의 주 상대는 레지스탕스였기 때문에 이 정도 무장으로도 충분했다고 함.)
경전차라고는 했지만, 이는 기갑장비가 없었던 82공수부대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었다. 공수부대원들은 바주카포와 57mm 대전차포로 이를 격파하면 방어했다. 당시 생 메르 에글리즈에 모인 82공수부대 인원은 500여명이었는데, 가빈은 최소 인원만 빼고 전부 라 피에르 다리 방어에 투입했다. 다음날 영국에서 날아온 글라이더 부대조차 바로 투입되서 소모될 정도로 공수부대원들의 피해는 매우 컸다.
다리 건너편에서 방어전을 펼치던 공수부대원들은 전차 4대를 격파했지만 탈약이 떨어져서 결국 다시 다리 반대편으로 돌아왔다. 가빈 준장은 최악의 경우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TNT를 설치했다.
하지만 기갑장비가 소모된 독일군도 함부로 다리를 넘어오진 못했고, 그렇게 양측은 D+3일인 6월 9일까지 대치했다. (대치 상황에서도 미군측은 교두보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도강을 시도했음.) 다행히도 9일 오후에 노르망디 교두보를 뚫고 온 미군 기갑부대가 도착하여 독일군이 먼저 철수하면서 공수부대원들은 구원 받을 수 있었다.
3일간의 격렬한 전투로 대대장 2명을 포함 약 200명 가량의 전사자를 낸 82 공수사단은 D-day 임무를 마치고 후방으로 빠져 인력 재충원에 들어갔다.
당시 이 전투는 목표였던 다리 서쪽 진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간략하게 언급만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역사가들에 의해 재조명 받게 됐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유명한 제101 공수사단이 동시기 카랑탕을 멋지게 방어 해낸 것과 비교된다. 실제로 임무 중요도와 피해는 82공수사단이 더 컸다.)
현재도 라 피에르 다리 부근에는 전투를 지휘한 가빈 준장의 동상이 서있다.
(참고로 가빈 준장 이 양반은 사병으로 입대해서 부사관을 거쳐 웨스트포인트에 입학, 별을 달았던 입지적인 인물었다. 심지어 신생부대라서 교리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공수부대의 임무 메뉴얼을 타국 부대 꺼를 참고해가며 직접 만들었을 만큼 보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그는 이 전투에서도 소총을 들고 제방 코 앞에 개인호를 파놓고 싸웠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후반부에 벌어지는 라멜 전투는 이 전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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