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재일교포.manhwa
<긴 땅굴>은 데즈카 오사무가1970년 <선데이 마이니치(サンデー毎日)> 11월 6일자 증간호에 연재한 단편만화임.
'철완아톰', '블랙잭', '밀림의 왕자 레오'등으로 유명한 '만화의 신(神)'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가 왜 이런 단편을 연재했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음. 하지만 그의 작품에 사회적 약자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과 청소년기 시절 재일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던 오사카에서 생활했다는 배경을 보자면, 이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음. 다만 작가의 단편중에서는 순수히 완성도로 따졌을 때 그다지 좋은 편에 속하지 못함. 하지만 재일교포를 묘사한 최초의 만화라는 점과,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극우화로 치닫는 오늘날의 일본의 현실을 보고있자면 기념비적인 작품임이 틀림없음.
이 만화는 이후 데즈카 오사무의 단편 모음집중 하나인 <공기의 바닥(下) 空気の底(下)> 초판본에 실렸으나, 몇 년뒤 나온 개정판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삭제' 되어버렸음. 그리고 50년이 지난 21세기 현재까지도 데즈카 오사무의 단편들중 거의 유일하게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봉인작으로 남게 됨. 일본 현지에서조차 그 존재가 희미한 작품임.
데즈카 오사무는 <긴 땅굴>의 봉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어떤 해명이나 언급조차 하지 않았음. 당시 사회적 문제였던 재일교포에 대해서 다뤘기 때문에 우익세력과 정치권의 압박을 받았던 가능성이 큼. 아니면 순전히 낮은 완성도 탓에 제외 되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 진실은 하늘의 별이 된 작가만이 알고 있을 뿐....
* 이 단편은 본인(나)이 일본옥션에서 경매로 '공기의 바닥' 초판본을 구매하여 한국으로 가져와 스캔 및 보정, 식질을 했음을 알림.
'나는 널리 호소하고 싶다.'
"조선인들은 스스로 원해서 일본에 온 것이 아니었습다. 그들은 군국주의에 의해 희생되고 역사를 빼앗기고 짓밟혀 강제노동에 동원당해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정말 궁핍한 생활에 허덕이며 편견과 경멸 속에서 몇 십 년을 살아 온 것입니다. 저는 일본인으로서 이 점에 대해 정말 부끄럽고 면목이 없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지요. 우리는 조선인에게 자행한 과거 일본군국주의의 탄압정책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는 똑같은 일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기는 한 것 일까요?
1966년 4월 16일, <조선신보>
Best Comment
식상하고 뻔하리만큼 표현되는 작가의 노골적인 반전사상과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다.
작중 일본인 전무로 정체를 숨긴 탄광 노역자의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 회피는 재일 조선인의 힘겨운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박치기, 소설 go, 등을 통해 재일교포의 삶과 양식의 겉면만 훔쳐본 적 있던 나로서 재일교포를 다룬 정말 오랜만에 작품이었다.
한국의 어지러운 해방정국과 한일 수교에 이들은 잊혔고 조국의 분열은 일본 땅에서도 교포를 조총련과 민단으로 나누었다. 이 조총련과 강제부역과 같은 무거운 역사에 의해 한일 양국에서 재일교포에 삶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언제 인터넷에서 조총련과 관련하여 교포 전체를 빨갱이로 치부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타향살이 속 멸시와 핍박을 당할 때 조국에서 학교를 세워주고 조선인은 우수하다는 선전은 그 의도는 뻔한 것이지만 젊은 교포들에게는 희망이고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조총련에 역사는 교포에 부끄러움이 결코 아닐 것이다. 힘없는 조국 그 시절 교포들을 감싸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부끄럼이 맞을 것이다. 굶어보.지 못한 자 핍박받아보.지 못한 자가 어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보았던 어르신들은 한국 땅에 사는 우리보다 한국을 사랑하셨다.
일본인 학교에서 왕따 당하다 욘사마로 인해 왕따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욘사마와 더불어 현재 2차 k-pop 한류 붐으로 인해 바뀌었다고 들었다.
현재 애플 TV에서 파친코라는 재일교포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고 일본인들은 한류에 빠져있다.
차별과 멸시의 시선은 없어졌나? 나는 모른다. 하지만 상처의 흔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