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구상 비화
2월 초순의 어느날, 오전 11시 경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도시계획국장, 도시계획과장, 지하철건설본부장 등이 시장실로 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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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춘) 시장은 미리 준비해 둔 서울시 지도를 펴놓고 그들이 서서 보는 앞에서 지하철 2호선의 선을 그었다. 검은색 연필이었다. 종전에 정해져 있던 제2호선은 왕십리-을지로-마포-여의도-영등포였다. 그런데 구 시장은 마포, 여의도를 피하여 신촌-제2한강교(양화대교)-당산으로 이었고, 그것을 더 연장하여 구로공업단지-봉천동-관악구청앞-사당동-서초-강남-삼성동-잠실-성수-뚝섬을 거쳐 왕십리로 이었다. 구도심(을지로)-영등포-영동을 잇는 3핵의 연결이었다. 마포-여의도를 피한 것은 그의 전임 김현옥, 양택식 시장이 만든 것이었기에 구 시장은 여의도에의 새로운 투자는 피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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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장교 출신답게 구 시장의 지도 파악력은 정확했다. "구로공단 앞은 통과해야 되겠지" "서울대 앞도 지나야 되겠지" 질문인지 독백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말들이 튀어나왔지만 누구 하나 발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 그렇게 선을 긋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손정목 -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3권 발췌
3줄 요약
1. 도시계획국장, 도시계획과장, 지하철건설본부장 등 시장실 호출
2. 구자춘 당시 서울시장이 지도 위에 검은색 연필로 혼자 중얼 중얼 거리며 2호선 노선도를 다시 그림
3. 20분만에 2호선 계획안 완성
20분만에 그려진 노선이 서울지하철의 대표적 흑자노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