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규칙적으로 오랫동안 운동하면

살도 빼고, 웬만한 질병 정도는 너끈히 물리칠 수 있어서

무병장수라도 할 듯한 인식

즉, '운동 만능론'이 은연중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풍토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주목할 만한 책이다.

태양인, 태음인 어쩌고 하는 사상체질 구분법이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파악이나

이른바 '차트족'이 입에 달고 사는 양봉, 음봉, 이동 평균선 따위처럼

외배엽, 내배엽 나부랭이 역시 뚜렷한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신체적 특성은 어느 하나로만 뭉뚱그리기엔

워낙 다층적으로 넓게 분포했다는 걸 오랜 연구 결과로 깨달은 영미권에선

저따위 구분법은 이미 페기처분한 지 오래건만

지금도 공중파 방송에 나오는 헬스 전문(!) 트레이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체형별 운동법에 대해 주워섬기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근육운동 25년차인 나는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 25년 동안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던 여러 '헬스가이'가

신체 곳곳을 엄습하는 격심한 통증을 이기지 못해서

운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그럴 때면 "자세가 안 좋다 싶더니, 끝내 탈이 나고 말았네" 하면서

속으로 그들을 비웃고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동영상에 올려야 할 정도로 올바른 자세(!!!)를 갖고 있다며

혼자 우쭐거린 채 되먹지 않은 자부심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곤 했다.

그런 생각이 나만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10년 전 느닷없이 찾아온 허리 통증으로 뼈저리게 깨우치고야 말았다.

십여 일 이상 자리보전할 정도로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린 뒤에도

운동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계속 '쇳덩어리'와 씨름한 결과

얼마 안 있어 어깨, 목, 무릎이 차례로 망가지기에 이르렀다.

그뒤 운동 강도와 횟수를 아무리 줄여도

한번 탈난 몸은 쉬이 회복하기 어려웠다.

심각한 운동 중독 상태여서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몸의 이상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대폭 접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일주일에 이틀 남짓만

턱걸이와 딥, 벤치프레스를 딱 한번씩 하는 걸로

(하루에 근육운동 단 한번을 하는 셈이다.)

근육운동을 대체하고

물속 걷기를 통한 유산소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목욕탕 헬스클럽에서 30대 초반의 '새 신랑'이

어깨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근육운동에 집착하는 걸 통해서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는 생생한 현장을 또다시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