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특히 고구려에 있어 인면조가 가지는 의미
(인면조를 묘사한 대표적인 벽화인 고구려 무용총. 이것 외에도 백제, 신라의 벽화에서도 인면조는 발견되었다고 함. 자세한건 http://luckcrow.egloos.com/m/2487088 참조)
전호태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석사 논문: 5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불교적 내세관 / 서울대학교, 1989
박사 논문: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내세관 표현을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1997
(글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적어둠)
2005년 1월 3일, 무용총 벽화의 인면조
(전략)
영혼의 사냥꾼 하르피이아도 불길한 이미지를 지닌 여자머리의 새이다. 그리이스 신화에서 하르피이아는 인간에 내린 신의 저주를 집행하는 집행관 역할을 담당했는데, 하르피이아들이 살던 섬에 도착한 유명한 아르고원정대는 북풍의 아들들의 도움으로 이들을 멀리 쫓아버린다. 그리이스 신화에서 사람머리의 새들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존재였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사람머리의 새는 여럿 등장한다. 무용총 널방 천장고임에는 봉황을 연상시키는 몸에 긴 모자를 쓴 사람의 머리가 달린 새가 그려져 있다.
천장고임의 다른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런 긴 모자는 신선들이 즐겨 쓰던 것이다. 사람머리의 새는 천왕지신총 벽화에도 보인다. 널방 천장고임에 크게 그려진 사람머리 새의 얼굴 앞에는 먹으로 ‘천추(千秋)’라는 글이 써 있다. 이 새 역시 머리에는 모자를 썼다. 안악1호분 널방 천장고임에 그려진 사람머리의 새도 머리에 모자를 썼지만 곁에는 아무런 글씨도 써 있지 않다. 덕흥리벽화분에는 사람머리의 새가 두 마리 등장한다. 삼산관(三山冠) 형식의 모자를 머리에 쓴 사람머리의 새들 곁에는 각각 ‘천추지상(千秋之像)’, ‘만세지상(萬歲之像)’이라는 글이 써 있다.
천년, 만년을 뜻하는 천추, 만세는 인간의 무한 장수를 기원하고 소망하는 용어이다. 사람머리의 새 천추, 만세는 무한한 수명을 꿈꾸는 인간의 바램이 형상화된 상상속의 존재인 셈이다.
고대 중국의 신화에서도 사람머리의 새는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산해경』에 소개되는 사람머리의 새들 가운데에는 잡아먹으면 특별한 약효를 지닌 것도 있고, 나타나면 흉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있었다. (중략) 중국에서는 사람머리의 새에 대한 이미지가 선과 악, 길함과 흉함 사이를 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집대성된 고대 동아시아 신화에서 사람머리 새의 본래의 정체는 ‘신(神)’이었다. (중략)
무용총과 안악1호분의 사람머리 새들은 신선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지녔고, 특별한 형태의 모자를 썼다. 천왕지신총의 천추나 덕흥리벽화분의 천추, 만세는 무한한 삶의 화신들이다. 신은 아니지만, 괴물이나 요괴, 약용동물도 아니다. 고대 동아시아 신화에 모습을 드러냈던 신으로서의 이미지와 능력을 아직 일부나마 간직하고 있는 존재인 셈이다. 어쩌면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사람머리 새들은 신으로 지내던 시대를 되돌아보며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 세상의 변화, 이전과는 달라진 사람들의 눈초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마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줄 요약
1. 우선 서양 고대신화에서 인간 얼굴을 한 새는 불길한 몬스터들임.
2. 고대 중국신화에서도 사람머리의 새는 잡아먹으면 약호가 있다거나 나타나면 흉한 일이 일어나는등 그닥 좋은 이미지는 아님.
3. 그런데 고대 동아시아 신화에서는 사람머리 새는 신이었음.
4.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인면조들은 그 이름등에서 유추해봤을때 그나마 고대 신화에서의 신이라는 전통을 유지하는 새.
유사한 벽화가 백제, 신라에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길조'나 '신에 가까운 존재'라는 점 등에선 차별화가 가능한 우리 고유의 전설적인 새라고 보여짐..
뿐만 아니라, 중국사를 전공하신 교수님 글중에서도 유사한 논조의 글이 있었음.
너무 무섭게 나와서 그렇지, 왜 이런 새가 올림픽에 국대급으로 나왔는지는 납득할만한듯.
아마 차후 관련 특집방송등에서 잘 다뤄질 것으로 보여지지만 한번 전문가들 글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