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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었던 일

08램파드 7 2674 16 0
예전에 격었던 이야기

내가 7~8년쯤 전에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끄적여본다

때는 내가 부산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할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상경(상병)이었고 수경(병장)을 달기 한달전쯤의 일이다.
의무경찰은 크게는 방범순찰,교통단속,시위진압을 큰틀로 근무를 하지만 여러가지 잡다한 근무가 매일같이 이어진다
그중에 하나가 미귀가자 수색이다
미귀가자 수색은 쉽게 설명해 실종신고가된 사람이 갈법한곳이나 마지막으로 목격된곳을 수색하는것이다

복무중에 수색근무를 10번도 넘게 나가봤지만 실종자를 찾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찾았다 하더라도 친구집이나 모텔에있는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가족과 연락이 닿지않아 걱정된 부모님이 신고를하고 우리는 무작정 찾으러 나가는 근무이기에 실종자를 찾을거란 기대는 하지않는다

그리고 그날도 20대초반의여성이 실종되어 수색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나이는 나와 동갑이었고 검붉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여자였다
특이한게 있었다면 그여자는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고 어젯밤 부산의 한 바닷가 앞의 공동묘지 입구어귀에서 목격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의식할정도 특이점은 아니었고 또 지루하고 힘든 근무가 시작되리라는 걱정 뿐이었다
그때는 잠시후 내게 겪게될 일을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우리는 공동묘지 입구에 도착을했고 우리중대는 대여섯명씩 팀을 나누어 수색에 들어갔다
나는 수인(무전병)이었기에 지휘요원없이
후임들만 데리고 근무에 들어갔다
공동묘지는 앞으로는 바다를 두고있는 산이었다
6월 대낮의 온도는 한여름처럼 더웠으며 전날 내린 비로 산은 미끄럽고 미칠듯 습해져있었다
바닷바람의 짠내는 시간이 갈수록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나는 부질없는 근무가 싫어 지휘요원들의 눈을 피해 적당한곳에서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후임들을 데리고 눈길이 닿지않는곳을 찾고 있었다
그때였다 후임중 한명이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램상경님...이것좀...보십시ㅇ...
너무 놀라 말끝을 흐리던 한살많은 후임의 모습이 생생하다
후임의 시선이 닿는곳은 자신의 왼손등이었고 그곳에는 군대에서 보기힘든 긴머리카락이었다
이윽고 나는 땀으로 젖은 후임의 손등에서 그 머리카락을 떼어 들었고 그것을 햇빛에 비춰보았을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가보아도 검붉은색으로 염색된 머리카락이었기때문이다
실종자의 머리와 같은색의 머리카락
나는 그자리에서 무전으로 다른 팀들에게 이사실을 알렸고 우리가 있던 곳에서 수색은 다시 시작되었다

스무명 정도의 인원이 그곳을 기준으로 실종자를 찾기 시작했고 금방 찾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수색발견의 공을 세워 휴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누구보다 열을올려 수색에 나섰다
그런 미련한 기대때문이었을까 실종자가 자살시도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세시간정도의 수색이 이어졌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종자는 찾지 못했고 나와 우리팀은 어리석은 실망감을 느끼며 묘지입구로 우리가 타고왔던 버스를 향해 터벅터벅 하산을하고있었다

산길을 내려오던중 공동묘지 관리인들이 쓰는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들이 감싸고있는 작은 창고앞에서 실망감을 달래려 담배를 피고 내려가기러 했다
습한날씨에 땀은 비오듯 흐르고 담배연기는 공기중에 자욱이 퍼지지도 않고 우리를 감싸는 듯했다
담배를 다 피워갈때쯤 담배냄새에 가려졌던 이유를 알수없던 불쾌한 냄새가 근처에 퍼져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냄새를 더이상 맡기 싫었기에 필터끝까지 담배를 피던 신병을 제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병의 마지막 한모금 담배연기가 그의 입에서 나와 하늘에 뭉게 피워오를때
나는 너무도 생경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빠르게 시선을 피했고 후임들은 눈치채지 못한체 버스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후임들이 모두 뒤돌아내려갈때쯤 나는 다시 그곳을 돌아보았다

창고옆에 가까이있던 오래된 나무위에 우리가 그토록 찾던 여인이 있었던것이다
물론 우리가 바라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은 생생히 생각나지만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모습이 무섭다거나 징그럽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 놀라서 였을까
나는 평상시보다도 더 담담하고 침착했고
내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후임들을 불러세웠고 이유를 모르는 후임들은 내 얼굴만 바라보았다
나는 후임들에게 이유는 묻지말고 나를 등지고 돌아서라고 말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후임들은 말없이 돌아섰고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는 램ap, 실종자를 찾았습니다'
나는 후임들의 등을 보며 그곳의 위치를 설명했고 다행히 관할서의 담당경찰들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우리는 그곳과 그녀를 인계하고서 산을 내려올수있었다
잠깐 설명을 하자면 창고와 나무사이에는 사다리가 달려있는 전신주같은 것이있었다
아마도 그사람은 사다리를 타고 전신주를 올랐고 그다음 나무로 몸을 옮겨갔을것이라 생각한다
그일이 있고 주위사람들은 내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어떤기분이었는지 물었고 나는 항상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꽤 긴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은 잊혀지지않는다
가끔 오늘 처럼 비온뒤 습한날씨가 되면 그산에서 맡았던 바닷바람 짠내가 떠오른다

나는 종교도 없고 무신론자이며 외계인이나 귀신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날 그녀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발견할수있어서 그리고 더운날씨에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찾을수있어서
그녀의 겉모습만은 온전할때 가족에게 안겨줄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7 Comments
철산역 2019.09.02 11:29  
뭔가 담담하게 잘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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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 2019.09.02 14:41  
어데고? 영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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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램파드 2019.09.02 23:07  
[@똘똘이] 공동묘지위치는 잘모르겠고 산에있었다는거랑 앞에 바다있었다는거밖에 모르것네 찾아보질않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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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키보드 2019.09.02 20:01  
글이 참 담백하다 . 글 잘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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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왕넷 2019.09.03 00:07  
자살 사유도 알고잇음? 젊은 여자가 왜 자살햇는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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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fkfkfk 2019.09.03 00:51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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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2019.09.12 07:18  
내가 7년전에 의경했는디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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