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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이탈리아전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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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디니 선수의 뒷통수를 깐 걸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청소년 대표로 뛸 때나, 유럽 국가들과 시함을 할 때 느끼는 게 있다. 이상하게도 아시아 국가들하고 상대를 할 때면 유난히 유럽선수들은 반칙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 이탈리아와 시합을 하는데, 경기 시작부터 난 심하게 가격을 당했다. 그놈들은 일부러 그러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반 내내 그런식으로 교묘하게 가격을 당하고 나니, 내 플레이가 위축되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린 그 경기에서 졌다. 난 이탈리아 선수 한 명을 붙들고, 왜 너희들은 그런식으로 거칠게 반칙을 하냐고 물었다. 그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대답이 나왔다.

 

"아시아인들은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스스로 혼란에 빠지고, 결국 무너진다."

 

이 뜻은 노예를 부리듯 우리는 거칠게 다루어서 길들이면 주저 앉힐 수 있다는 인종차별적인 말이었다. 난 그때서야 유럽 선수들이 왜 우리와 경기를 할 대는 그토록 심하게 반칙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히 감독님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가끔씩, 상대에게 위협을 줄 만한 킬러가 우리팀엔 없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교묘한 반칙을 제일 잘 하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이다. 더군다나 독일과 잉글랜드 이외의 축구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센 나라다. 그러니 우리 아시아 축구쯤은 자기네들 연습상대, 심지어는 노리개감으로 생각을 한다.

 

우린 16강전에 그런 이탈리아와 만났다. 예상대로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그들의 계획대로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반칙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 몇 분만에 그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에리의 반칙 솜씨는 완벽했다. 팔꿈치로 얼굴에 잽을 날리는 반칙기술은 과거 비에리가 헤비급 복서 출신이란 걸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결국 태영이형이 코 뼈가 주저앉고, 남일이형도 내동댕이 쳐지고, 전담마크가 캡인 진철이형도 나가 떨어졌다. 사실 처음 비에리에게 헤딩 골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미칠 것만 같았다. 이대로 굴욕적으로 당해야만 하다니... 더군다나 우리의 주장 명보형 얼굴에까지 그놈들은 팔꿈치 잽을 날리고 있었다.

 



참다 못한 명보형은 주장의 권한으로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주의를 주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우리가 농락당하는 것 같았다. 벤치에서 더럽게 반칙을 일삼는 토티의 미소를 볼 때마다, "너희들은 길들이면 스스로 무너지지, 그래서 축구만큼은 우리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어."라고 우리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난 굴복할 수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교체되어 경기장에 들어간 것이다. 난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호시탐탐 반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린 결코 그러한 더러운 길들임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인은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더 강해진다. 내가 너희들의 그런 반칙에 굴욕을 받느니, 차라리 분투 중에 쓰러짐을 택할 것이다. 내가 오늘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공이 날아왔다. 센터링한 볼이 이탈리아 문전에서 어디로 갈 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주장 말디니는 걷어내려 슬라이딩을 하려는 듯 했다. 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그것이 축구공인지, 머리통인지 구별할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은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는 사치였다. 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냅다 질러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 형들 건들지마 씹X야!"

 

한 번 더 질러버리려고 했는데, 심판이 봐서 꾹 참았다. 말디니는 어리둥절 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난 발등으로 말디니를 가격했다. 그건 선수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단지 위협만 주려는 고도의 기술적인 반칙이었다. 난 그놈들처럼 더러운 반칙은 절대 안한다. 어쨌던 나의 발길질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진짜로 아팠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야, 시X놈아, 우리 형들 코뼈를 주저앉혀? 한 번만 더 해봐라... 너희들 목뼈를 박살낼 테니까."

 

내 말을 들었는지 말디니는 손으로 목을 감싸며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 보며 목뼈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더니, 말디니는 손으로 목을 가로지으며 위협을 보냈다. 그리고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외쳤다.

 

"You! Death!"

 

한 마디로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 난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Zip up your mouth, I am a King of Taekwondo!"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뜨끔했다. 더군다나 심판도 나에 대한 눈빛이 달라졌다. 반칙 한 번만 더 하면 퇴장을 주겠다는 표정으로 날 감시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 때였다. 인간 폭격기 두리가 교체되어 들어온 것이다. 다 알다시피 두리에게 한 번 걸리면 전치 4주는 기본으로 나온다. 우리 코치도 그냥 살짝 한 번 부딪혔다가 갈비뼈 두 개가 아작이 났던 적이 있었다. 난 두리에게 한 명만 박살내면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우리 둘만의 신호였다.

 

두리는 들어오자마자 그라운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난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제발 두리와 부딪혀주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들은 교묘하게 피했다. 아마도 직감적으로 인간 폭격기란 걸 아는 모양이었다. 또 다시 기회가 왔다. 한국이 코너킥을 얻었다. 센터링한 볼이 날아왔다. 수비수 한 명이 헤딩으로 걷어내려는 것 같았다. 심판도 정확히 주시하고 있었다. 두리가 수비수와 함께 떠주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수비수와 부딪힐 것이고, 수비수는 갈비뼈 두 세개쯤은 작살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리는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더니 공포의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난 외쳤다. 질러버려! 그러나 이탈리아 수비수는 헤딩대신에 발로 볼을 걷어내려 했다. 만약 그 때 수비수가 볼을 걷어내려 헤딩을 시도했다면, 두리의 킥에 목뼈가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갔을 것이다. 역시 두리는 인간 폭격기였다.

 

말디니와 수비수들은 무언가 공포에 질린 듯 했다. 그리고 수비수들에게 싸인을 보냈다. 그건 헤딩할 때 조심하라는 신호였다. 전후반이 끝나고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난 형들에게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헤딩을 잘 못할테니까, 무조건 헤딩슛을 시도하라고 요청을 했다. 연장 전반 선홍이형이 먼저 시도를 했다. 아깝게 실패를 했다.

 

 

그러나 후반, 영표형의 높은 볼이 올라왔고 정환이형과 말디니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러나 말디니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사리는 듯 했다. 정환이형은 아주 자유롭게 헤딩슛을 했고, 그 골은 우리가 8강에 진출하는 골든골이 되었다.


 


 

*개드립펌

13 Comments
achieve 2019.08.03 01:04  
두리는 들어오자마자 그라운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난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제발 두리와 부딪혀주길 간절히 원했지만, 그들은 교묘하게 피했다. 아마도 직감적으로 인간 폭격기란 걸 아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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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19.08.03 01:06  
이날 기쁨에 술을 겁나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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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리퍄퍄 2019.08.03 01:45  
[@미국] 아조시 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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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너부리 2019.08.03 01:07  
이새끼들이 아직도 이걸 물고늘어진다는거 자체가 유럽짱깨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족함없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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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k 2019.08.03 01:53  
[@츤데레너부리] 유럽짱깨 프랑스 vs 이탈리아
어디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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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동 2019.08.03 12:38  
[@stork] 사유리 명언: 그놈이 그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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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리스 2019.08.03 01:09  
피지컬갑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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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2019.08.03 01:32  
차두리는 무슨 무기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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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 2019.08.03 05:54  
ㅋㅋㅋㅋㅋ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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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2019.08.03 11:13  
이천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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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머딩거 2019.08.03 12:57  
이천수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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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토체스 2019.08.03 13:40  
이천수 사커킥보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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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연 2019.08.03 15:4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머리통 차버리는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럭키포인트 3,354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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