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오히려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건강보험공단의 ‘2013∼2017년 국민·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017년 2,490억원 흑자를 보이는 등 최근 5년간 1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급여 혜택을 훨씬 덜 누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냈지만 받은 급여 혜택은 220만원에 그쳤다. 재외국민 직장가입자도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건보료로 846만원을 납부했으나, 370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을 뿐이다. 국내 취업한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내국인과 같이 건강보험에 ‘당연히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내국인과 동일하게 월급의 6.24%의 보험료율을 적용한 건보료(절반은 본인 부담, 나머지 절반은 사업장 부담)를 내야 한다.
2018년 6월말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약 94만명으로 직장가입자가 45만명(47.87%)으로 가장 많고, 보험료를 내지 않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20만명(21.27%), 지역가입자 29만명(30.85%) 등이다. 외국인과 재외국민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가 70% 정도로 차지한다. 국내 단기 체류 후 고가 치료를 받고 출국해 ‘의료쇼핑’과 ‘얌체 진료’ 논란을 빚는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전체 외국인 보험가입자의 ‘3분 1’에 조금 못 미친다.
외국인과 재외국민 지역가입자는 확실히 보험료보다 많은 건강보험 혜택을 누렸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13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3.4배가 넘는 472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재외국민 지역가입자 또한 1인당 평균 344만원을 내고 2.3배가 넘는 806만원의 급여 혜택을 받았다. 외국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 2,051억원 등 최근 5년간 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적자가 나는 것은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261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하고 480만원의 보험혜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국내에 3개월만 머물면 지역가입자로 ‘임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중증질환자나 만성질환자가 ‘기획 입국’해 건강보험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제도적 맹점이 존재한다. 국내 직장에 고용된 날부터 바로 사실상 ‘강제 가입’이 적용되는 외국인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외국인과 재외국민 지역가입자는 국내 체류 3개월 이상이 지나면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얻어서 본인의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맹점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입국 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가입하기 위한 최소 체류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상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소득 및 재산에 따라 부과하되, 전년도 건강보험 지역과 직장을 포함한 전체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이렇게 되면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최소한 매달 10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내야 해 국내 체류 가난한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기준 개편안이 저소득 외국인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면서 체류자격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무조건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는 조치에도 반대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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