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후갬성) 너의 우울이 깊다.
너의 우울이 길다.
후회가, 체념이, 무기력이 너무 길다.
보아라!
큰 바람이 불었고,
세계는 그대로가 아니냐
네 안에서 부는 바람에
너는 너무 오래 흔들린다.
/황경민, 너의 우울이 길다
이해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세상은 넓다. 너를 놀라게 할 일도 많겠거니와
또 배울 것도 많으리라.
축복한다.
/이상, 1936년 여동생 옥희에게
네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 수 있어.
아무도 몰라 서럽다면, 귀여운 투정으로 들을게.
너는 너를 백번 읊어줘도
제가 얼마나 환상인지 모르는
멍청한 내 하늘.
/나선미, 너를 모르는 너에게
자살하지 마라
별들은 울지 않는다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
별들도 가끔 너를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정호승, 별들은 울지 않는다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바람이 오면
빠르지 않아도 괜찮단다
다른 곳에 실컷 들려도 되는 거야
많이 멈추고 천천히 가면서 많은 걸 봤으면 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천천히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누마 노리코, 한밤중의 베이커리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