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있을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
안녕 형들
미스터리 개시판에 무서운 이야기 줄줄이 올라오는거 보고
문득 군대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처음으로 글 써봐
나는 13군번으로 전방에 있는 포병을 나왔어
이 이야기는 우리 부대 하사가 병사시절 겪었던 이야기야
그 하사가 일병으로 군복무를 하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고난 후 전방에 있던 우리 부대는 즉각대기포를 실시하게 돼
내 주특기가 포수가 아니어서 즉각대기포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대충 설명하자면 북한군이 언제든지 우리 영토로 포탄을 쏠수도 있으니
즉각적으로 대가할수 있도록 24시간 포의 사격 제원을 최신화 시키는 것 이라고 알 수 있어.
따라서 일병이었던 우리 하사는 하루에도 몇번씩 포상(포를 넣어두는 곳)에 가서 제원을 장입했다고 해.
물론 일과시간에 포상을 돌아다니면서 제원을 장입하는것은 쉬운 일이지만,
야간에 포상을 돌아다니면서 제원을 장입하는 일은 여간 피곤한일이 아니었겠지?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그 날, 우리의 일병하사는 짬을 지긋이 먹은 포대의 뺀질이 선임과 새벽 2시에 제원을 장입하러 포상으로 올라갔데.
달이 꽤 밝은 밤이었나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피아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밝은 밤이었고
일병하사는 어서 빨리 끝내고 막사로 내려가 담배 한대 빨 생각에 바비 걸음을 움직였어
포상이 있는 산은 막사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어가야 나오고 중간에는 포대 상황실이 있는데 선임과 우리의 일병하사가 그 상황실을 지나가는데
마침 상황실에서 근무를 서고있던 뺀질이선임의 동기가 우리의 일병하사와 뺀질이 선임을 발견한거야.
그 동기는 뺀질이 선임에게 제원장입은 일병하사에게 맡기고 들어와서 라면이나 먹으라고 유혹했어
끼리 끼리 어울린다고 이 새끼도 어지간한 새끼였던거지
뺀질이 선임은 상황실에서 편하게 꿀빨고 있는 자신의 동기가 부러웠는지 "컵라면을 다 먹기전에 돌아와라"라는 말을 씨부린채
일병하사를 남겨두고 상황실로 들어가 버렸데
일병하사는 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낙동강 미네랄워터맛이 은은하게 베어있는 수통으로 선임들의 대가리를 깨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어쩌겠어ㅠㅠ 군대는 늦게 들어온게 죄인걸, 일병하사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혼자서 포상으로 올라갔데
한 포대(보병으로 따지면 중대)에는 총 6개의 포가 있어 혼자서 이걸 다돌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그러나 그때까지는 착한 일병이었던 우리 일병하사는 컵라면을 먹기전에 돌아오라는 선임의 말을 쿨하게 무시할수는 없었는지 발걸음을 재촉해서
포상을 돌았나봐.
하나 포에 들어가서 제원을 장입하고
둘포에 들어가서 제원을 장입하고
삼포에 들어가서 제원을 장입하고
넷포에 들어가서 제원을 장입하고,
다섯포에 들어가서 제원을 장입하고
결국 마지막 포인 여섯포에 도착했을 때쯤 우리의 일병하사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있었고
머리속에는 온통 여섯포 제원을 장입하고 내려가서 선임이 내려주는 담배 한대 피고싶다는 생각뿐이었지,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었던거야
달빛이 환한 밤 여섯포 제원을 장입하러 포 내부로 들어간 우리의 일병 하사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게 돼
(아까 말했다 시피 난 포수출신이 아니여서 어떻게 제원을 장입하는지 자세히 몰라 ㅎㅎ)
제원 장입을 하려면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생긴 방향포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 • • • •) 이렇게 다섯개의 점이 보이는데 이걸 무슨 화살표 같은데 맞추는건가봐
근데 그 날 따라 • 점이 아니고 바코드처럼 줄이 죽죽 가있더래 당황한 우리의 일병하사는 방향포경의 렌즈도 닦아보고 밖에 나가서 밖의 렌즈도 닦아봤
는데 점이 아니고 줄이 죽죽 그어져 있더라는거야
지금까지 다섯개의 포를 돌면서 이런일은 없었는데 유독 마지막 포에서 이런일이 생기니까 우리의 일병하사는 애가타기 시작했어
안그래도 갈구기를 좋아하는 뺀질이 선임이 자신이 늦게 돌아오는것을 보면 한소리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하는거지
우리의 일병하사는 다시 화포 안으로 들어가서 호흡을 가다듬고 제원을 장입하기 시작했데 여전히 바코드처럼 줄이 죽죽 가있었지만
기스가 생겼을수도 있으니 방향포경을 돌려보기로 한거야 처음 왼쪽으로 돌려보니 여전히 줄이 가있고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줄이 가있더래
이왕 돌려보기로 한거 방향포경을 조금 밑으로 내렸는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선명하게 이어져 있던줄이 렌즈의 밑쪽에는 없는거야
조금 이상함을 느낀 우리 일병하사가 방향포경을 위로 올렸는데
이게 웬걸 눈이 붉게 충혈되고 머리를 길게 밑으로 늘어뜨린 여자가 방향포경에 매달려 렌즈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더래
그러니까 바코드처럼 죽죽 가있던 줄은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었던거야
그 정체모를 여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의 일병하사는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그곳을 박차고 나와 뺀질이 선임이 있는 상황실로 달려갔데
상황실 문을 뻥 차고 들어가니 일병하사를 기다리던 뺀질이선임과 동기 선임이 입안에 머금고 있던 육개장 국물로 분수쇼를 하며
우리의 일병하사를 처다봤고 일병하사는 그 뺀질이 선임이 뭐라고 구박을 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했어
일병 하사의 이야기를 들은 뺀질이 선임은 남은 육개장국믈을 원샷하며 호탕하게 웃었데 그리고 압장서 여섯포로 올라간거야
둘이어서 그랬을 까, 아니면 뺀질거리기는 하지만 주특기만큼은 A급이었던 선임과 함께여서 그랬을까?
우리 일병하사는 적토마를 얻어탄 동탁처럼 당당하게 여섯포로 향했데 방금 전보다 짙게 깔린 어둠을 뒤로하고 둘은 화포 내부로 들어갔어
아무래도 선임이 앞에 있으니까 일병하사가 먼저 제원을 장입하려고 했나봐 그 모습을 본 뺀질이 선임은 일병하사를 물러서게 하더니 자신이 직접
제원을 장입하려 방향포경 렌즈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그 순간 뺀질이 선임이 게 거품을 물면서 쓰러졌어
사람이 옆에서 게거품을 물면서 쓰러지는데 우리의 일병하사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방금전 자신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방향포경 렌즈로 얼굴을 가져간거야
마치 공포 영화속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제일 먼저 죽어나가는 조연처럼 우리 일병하사는 방향포경 렌즈를 바라보았어
그런데 이게 뭐야 정상적인 (• • • • •) 다섯개의 점만 보일 뿐 아까 보았던 머리 긴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래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우리의 일병 하사는 방향포경 렌즈에서 눈을 때려고 하는데 그때 그의 귓가에
"이제 거기 없는데"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고 우리의 일병하사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
군대에서 들었을 때는 무지 무서웠는데 막상 쓰고 읽어보니 안무섭네 ㅎㅎ 형들 무더운 여름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