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이적생 환영 몰카
2013년 정인환 (당시 전북 소속)선수와의 김현회 기자 인터뷰 중-
전북에 입단하자마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첫날 훈련장에 갔더니 “시차적응도 안 됐으니까 조깅 10분하고 그늘에 앉아 있으라”는 거다.
이적생 세 명하고 이미 먼저 이적해 팀에 합류한 (이)승기가 ‘바람잡이’로 같이 앉아 있었다.
참 치밀한 사람들이다. 우리 셋만 있으면 의심할까봐 ‘바람잡이’까지 뒀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지시하면 수영장으로 가라”고 했는데 파비오 감독대행님이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 거다. 알고 보니 감독님도 다 짠 거였다.
감독님만 그런 게 아니라 팀 닥터와 주무 등 모든 사람들이 다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해도 웃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인사를 받으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다른 선수들은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우리 입장이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최)은성이 형이 우리를 보더니 “이 xx들 오자마자 그늘에 쳐 앉아 있어?”라고 욕을 했다.
엄청 긴장이 돼 30분 동안 슈팅 연습하는 선수들 볼보이를 자처했는데
슈팅 연습 하는 동안에도 분위기가 계속 안 좋았다.
그리고 훈련 뒤 다들 모인 자리에서 감독님이 작전대로 싹 빠지고 은성이 형이 (이)강진이한테 막 욕을 했다.
그리고는 우리게에 화살을 돌렸다. “야, 이적생들 너희는 오자마자 태도가 그게 뭐야?”
그러기에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아. 일어나”를 계속하다가 골대까지 뛰어서 선착순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지시를 했다.
‘전북에 괜히 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전북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나. 원래 전북이 이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죽어라 뛰었다.
머리를 박고 있는데 (김)신영이가 갑자기 동국이 형한테 대들더니 “국대면 다야?”라고 하더라.
순간 이런 팀 분위기에서 어떻게 생활할지 막막해졌다. 동국이 형이 신영이 따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둘이 하이파이브를 한 거였다. 그랬더니 신영이가 “계급장 떼고 한 번 붙자”면서
“상수야. 짐 싸서 가자”고 하더라. 나는 ‘상수’라는 선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무 이름이 ‘상수’였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 욕을 하면서 싸울 것처럼 하더니 닭싸움을 하는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당신이었으면 울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이적생을 반겨주는 동료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원래 이렇게 이적생을 챙겨주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신경써주고 준비했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K리그 우승을 경험한 팀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다. 몰래카메라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동국이 형은 신영이가 은연 중에 “국대면 다야?”라고 한 게 진심을 이야기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원래 은연 중에 진심이 나오는 법이다. 김신영의 그 말은 앞으로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