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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가 불타는데... 황제께선 닭이나 찾으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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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가 불타는데... 황제께선 닭이나 찾으신다고...?'

 

알려진 세상의 3분의 1을 발 아래 두었던 그 위세는 모두 서풍에 저물었다

 

천년 제국의 행궁 라벤나에는 날마다 비보가 날아왔다.

 

온 몸에 화살을 맞은 채 고슴도치가 된 파발은 목울대를 쥐어짜 저 멀리서 악전고투중인 원군의 진격 소식을 알렸고

 

피거품을 문 말과 기수는 수도 로마의 함략을 전하곤 끝내 힘이 다해 쓰러졌다.

 

그러나 

 

지치고 굶주린 제국의 마지막 근위대를 이끌어 기적같은 승리들을 자아내며 황제를 구원하러 다가오는 스틸리코 장군의 충절도

 

게르만족에게 고개숙이느니 옛 선조들의 사당 앞에서 배를 가른 암브로시우스의 절개도

 

그 헌신이 향하는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은 이가 범속하다면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할 터였다.

 

'저기.... 정말 <내 닭> 로마는 살아있는게 맞지이..?'

정신박약의 16살 황제 호노리우스는 벌써 수십번째 같은 질문을 시종장에게 반복했다.

 

'예 폐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걱정하지 마소서.

사산왕조의 사신은 시종장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비웃었다.

 

제국은 영원한 황혼의 시절을 지나고 있는데, 저 옥좌 위의 멍청이는 몇 시간째 닭 한마리만을 찾고 있었다.

 

소년 황제의 가녀린 목은 저 내시놈의 팔로도 비틀수 있겠지, 

 

지금 방금 황제를 알현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진데,  어째서 저 소년이 벌써 10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폐하께서 왜 닭을 찾으시는지 궁금한 표정이시구려'

 

사신의 표정을 읽은 시종장이 말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가 로마란 이름의 닭을 키우신다지요...? 로마가 불타는 지금 그 닭과 햇갈리신 것일 테고...'

 

시종장은 빙긋 웃었다.

 

'폐하! 닭 로마가 입궐하였사옵니다'

 

 소리를 들은 소년 황제는 온 세상이 갈망하는 그 옥좌에서, 마치 친구나 삼촌을 만나러 뛰어가는 어린애처럼 총총 내려왔다. 

 

 

수많은 군중이 이동하듯 궁궐의 타일이 작게 흔들렸다.

 

아, 이 가련한 제국은 이제 닭의 행차에도 수행원이 붙는가.

 

사신은 늙은 제국을 조롱하며 생각했다.

그러나 사신을 바라보는 시종장의 미소는 오히려 더욱 밝아졌다.

 

'소문은 많은 것을 함축합니다만'

 

 

'언제나 그 속엔 진실이, 첫 진실이 숨어있지요'

 

 

'도시 로마보다, 더욱 중요한 닭이 있다는 사실을'

 

 

 

 

 


 

'내 적은 어디 있나, 소년....?'



'그것보다 너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로마가 쓰러졌데서 너인줄 알았잖아.....!'

 

소년 황제의 천진함에

 

수많은 제왕병자들과 제위찬탈자들, 백만의 야만인과 미지의 적들을 찢어발긴 부리가 흐뭇하게 딱딱거렸다.


늙은 황혼의 제국에, 계명성이 울렸다.

 

1 Comments
자카르타김 06.24 20:22  
레콘찾는거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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