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복부 수술 75% 담당하는 대장항문외과도 붕괴 직전"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은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담당하고 있지만, 높은 노동 강도와 법적 소송 위험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대한대장항문학회 ‘2024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온 우려 섞인 전망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필수의료 최전선 대장항문외과 방어 전략' 이라는 슬로건 하에 필수의료에서 대장항문외과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장항문외과가 지속 가능하도록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 모색했다.
◇급성 복증 수술 75%, 대장항문외과서 시행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2023년 총 18개 병원에서 전신 마취 하에 응습수술을 받은 총 3만 3644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과 응급 상황으로 간주되는 급성 복증 수술의 75%를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시행했다. 급성 복증은 복강내 장기의 염증, 천공, 폐색, 경색, 파열에 의한 복통을 수반하는 질환으로, 8시간 이내에 수술이 시행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외과적 응급 상황으로 간주된다. 연세의대 양승윤 교수는 "수술 후에 환자의 40% 이상이 중증도가 높아서 중환자실 관리가 필요했으며, 대부분 응급 상황이어서 80% 이상 환자가 자정을 넘겨 야간에 긴급하게 수술이 시행되었다"며 "이 조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된 대규모 조사"라고 말했다.
◇야간 응급수술 절반이 충수절제술국내에서 이뤄지는 야간 응급수술의 절반 가량은 충수염으로 인한 충수절제술이다. 일반인들은 흔히 맹장염, 맹장수술로 알고 있다. 충수염은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과소평가 될 수 있으나, 시기를 놓치면 복막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차의과대 조성우 교수는 "급성충수염은 진행정도에 따라 중증도가 천차만별인데, 수술 후 수일 내 회복되는 단순충수염에서부터 천공 및 복강·골반내 농양 그리고 복강 내로 대변이 퍼져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한 상태까지 다양하다"며 "다양한 중증도와 합병증 발생 등에 따라 수술 후 보상체계 또한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에서는 급성충수염의 다양한 중증도에 따른 원가비용과 의료기관 수입을 비교하여 적정수가를 제안했다. 단순충수염의 경우, 병원에서 투입한 약제 재료비 행위료를 포함한 원가에 비해 포괄수가제 (DRG) 체계에서 127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80만원 적자였다. 천공충수염의 경우,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43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49만원 적자였다. 충수주위농양이 발생한 경우,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38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60만원 적자였다.
조성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접비에 포함된 청소/전산/유지보수팀의 인건비와 대지비, 건물사용비, 수도세, 전기세, 폐기물처리비 등은 반영하지 못하고, 복강경수가 중 복강경 장비를 10만 회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하여 투입원가를 최소화 했음에도 드러난 사실"이라며 "사회가 노령화 되어 감에 따라, 노인 충수염이 증가하고, 기저질환을 갖는 충수염 수술이 많아지고 있는데, 포괄수가제는 치료 비용의 추가 투입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강성범 이사장은 “대장항문외과는 복부응급수술의 75%를 차지하고, 대부분 야간응급수술을 할 만큼 외과의사 피로도가 높고 삶의 질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적 소송에까지 휘말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되고자 지원하는 의사들이 아예 없어 향후 존폐가 걱정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성범 이사장은 “현재는 응급실을 돌볼 의사의 피로와 급격한 감소가 문제이나, 향후에는 장이 터져서 오는 환자를 치료할 외과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의사들이 법정소송을 신경 쓰지 않고, 환자의 치료결과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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