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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과 가짜 연인이 되었다."

불량우유 4 787



 


 


"잘 들으세요, 용사님. 딱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저와 연인인 척을 해주세요."

 
분명 시작은 그렇게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네, 그게 무슨....?"
 
며칠 전, 나와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던 성녀님께서는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같이 모험을 떠난 지도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린 연인이라기 보단 악우처럼, 볼 꼴 못 볼 꼴을 다보면서 서로의 치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나는 성녀님께서 술에 취해있나, 잠시 그녀의 얼굴을 물그럼히 보면서 상태를 살폈다.
 
"지금 바로 말해요. 할 거에요, 안 할 거에요?"
 
음, 아무리 생각해도 맨정신이다.
그렇다면 최면 마법에 빠진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유행하는 신종 사기 수법?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이쁜 사람이 작정하고 사기를 친다고 하면 넘어오는 남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할 거면 알려주실 겁니까?"
 
나는 성녀에게 넌지시 웃으며 농담인 것처럼 반응했다. 이런 식의 장난은 아무리 생각해도 골려줘야 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취임한 교황이 살은 뒤룩뒤룩 찐 돼지에 변태 새낀데, 항상 제 몸을 위에서 아래로 흝어보는 듯이 본다고요!"
 
성녀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까지 적대심을 내비치는 그녀. 그간 내가 봐왔던 성녀는 항상 이런 사람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청렴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참 검고 뒤끝 있는 여자다.
 
"하지만 성녀님께서는 주신님께 삶을 바치신 분이 아니십니까."
 
"내말이 그 말이에요! 그런데도 그 교황이라는 작자는!!"
 
쾅, 마시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크게 내려놓는 성녀. 그 소란에 주점에 있던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저보고 가짜 연인을 대신 해달라는 겁니까? 그 교황이라는 작자가 물러날 수 있게요? 그건 차라리 성기사를 시키심이...."
 
성녀와 연인관계라, 단 한번도 생각 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성녀 몰래 테이블 아래에서 발을 까딱, 까딱 흔들면서 머릿속으로 손익을 따지고 있었다.
 
1. 내가 성녀와 가짜로 사귄다고 하면, 그간 우리가 친구처럼 지냈던 기억은 무엇이 되는가?
2. 솔직히 성녀는 객관적으로 볼 때나, 주관적으로 볼 때나 미인이다. 내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3. 하지만 성격이 아주 지랄맞다. 내가 아니면 받아줄 사람이 없을 만큼 말이다.
─ 4. 나는 그간의 우정과 정, 그리고 개새끼를 받아준다는 마음으로 성녀님과 가짜 연인이 될 수 있는가?
 
내 대답은 No였다.
 
그래서 성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차라리 다른사람을 찾아보라고 이야기를 꺼내보았지만.
 
"그건 더 안돼요. 그놈들은 나보고 신성모독이라면서 차라리 자결하겠다 그럴 걸요?"
 
성녀는 한숨을 푹푹 쉬더니, 나보다 큰 잔에 담긴 맥주를 한꺼번에 들이켰다. 전생에 술 못마셔서 뒤진 인간이라도 속에 들어가 있는 건지, 성녀라는 겉모습을 제외하면 한 40먹은 아저씨같았다.
 
"하긴, 성기사들이 성녀님의 진짜 성격을 아시면 혀를 깨물어 죽을 것 같긴 합니다."
 
나는 성녀의 얼굴을 보면서 목으로 손을 끽─하는 동작을 취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존댓말을 고수하는 이유도, 그녀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그녀와 가졌던 술자리에서 실수로 성녀의 본명을 부르거나, 반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몇날 며칠을 놀려댔는지.
 
"뭐에요. 지금 나보고 혀 깨물어 죽고 싶다는 거에요? 아델 당신의 성격이 더 지랄맞은 거 알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성녀님."
 
나는 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숨기며, 얼굴로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솔직히 저런 말투나 성격만 아니면 쌍수 들고 환영했겠지만...'
 
참자, 조금만 더 참자. 내일이 되면 그 변태교황의 골통을 성녀가 직접 메이스로 부수러 갈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녀는 마물들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자신의 무력을 아낌없이 보여주던 여자였으니까.
 
"후우... 아데에엘."
 
그때, 성녀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면서 혀짧은 소리를 냈다.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자신이 입고 있던 성복을 다시 다잡으면서 이곳이 덥다는 무언의 표현을 하고 있는 매혹적인 여인.
 
"예, 성녀여어님."
 
하지만 여기서 속을 내가 아니다. 
나는 곧바로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마법을 그녀에게 써주면서, 그녀의 속 보이는 애교를 막아내었다.
 
"으앗! 차갑잖아요! 뭐하는 거에요!"
 
"성녀님의 더위를 못본척 할 수 없었기에, 이 천한 용사 아델이 마법을 썼습니다."
 
넘어가면 안된다. 예전엔 술에 취한 성녀를 침대에 옮겨 준 적도 있었는데, 그 사실을 두고두고 놀리면서 '아델님은 혹시 동정이신가요? 어떻게 저와 한 침대에 누워 계셨으면서 손도 안댈 수 있나요?'라고 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손을 댔으면 교황청에 잡혀갔을 거다. 그것도 성녀를 능욕하려는 발정난 개새끼라는 죄목으로 말이다.
 
"아델, 혹시... 저... 저..."
 
"네, 저 성녀님."
 
"....저, 매력 없나요...?!"
 
그러자, 테이블에 머리를 쾅, 하고 찍으면서 거의 울 듯이 이야기 하는 성녀.
내 팔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모습은 마치 자신을 찬 남자를 붙잡으려는 비운의 여인처럼 보였다.
 
매력은 확실히 있다. 얼굴 예쁘지, 성격은 틱틱대긴 하지만 완전 나쁜 사람은 또 아니고.
 
실제로 과거에 전쟁터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울면서 기도까지 올렸던 사람이다.
 
단지 입이 좀 험하고, 성격이 베베꼬여있을 뿐이다.
 
"아닌데... 그러면 그 교황 새끼가 날 범할 눈빛으로 보지 않을 텐데...."
 
"성녀님, 안 취한 거 압니다."
 
".......딸꾹."
 
얼마나 그 새로운 교황이라는 작자를 싫어하는걸까. 나에게 이런 식으로 약한 면을 보일 사람이 절대 아닌데.
 
 
 
"이, 이렇게 하면 다 고민이 해결 될 줄 알았는데에.. 아델은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는데에..."
 
이젠 거의 엉엉 울기까지 하는 성녀. 이런 술집에서 여자 울린 나쁜 놈이 되기엔 내 심성이 너무나도 곱고 착했다.
 
"그래서, 정확한 조건하고 비율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요."
 
나는 성녀에게 양피지 하나와 깃펜을 건네면서 말했다.
 
"...예? 예?!"
 
"예, 성녀님. 빨리 조건이나 정하세요."
 
성녀는 나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번이나 입을 뻐끔거렸다. 자기도 이게 통할 줄 몰랐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런 성녀를 보면서 하루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딱 일주일 만 참으면 되었으니까.
 
"첫번째 조건은, 이 계약은 딱 일주일만... 아니다. 일주일은 좀 짧으니 한달로 합시다. 한달이면 남녀가 사귀었다가 가장 많이 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나는 재빠르게 양피지에 아까 계산했던 조항을 적어넣었다. 아무리 교황이 멍청하고 변태라고 한들, 고작 일주일 정도로 성녀가 임자가 있다면서 포기할 성격은 아닌듯 보였다.
 
"아, 네, 네네? 그, 그리고요?"
 
말을 아까부터 계속 더듬는 성녀. 이상하다, 이런 모습은 처음보는데. 결국 어짜피 계약 연애지 않나.
 
"둘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저희는 다시 원래 친구 사이로 돌아오는 겁니다."
 
나중에 기간이 끝나면 헤어지고, 다시 친구 사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다.
 
"왜, 왜요? 정말로..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제가 어찌 성녀님을 그런 눈으로 보겠습니까."
 
사실 한 사람의 여성보다는, 옆집에 알고 지내던 욕쟁이 동생을 보는 느낌이다.
철 없고 입 걸걸하고, 누구보다 틱틱대지만 그렇다고 욕할순 없는 그런 느낌.
 
"세번째, 상대방의 허락 없이는 서로의 몸을 접촉하지 않는 겁니다."
 
"아, 알겠어요."
 
꿀꺽, 침을 삼키면서 까지 성녀는 내가 적고 있는 양피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계약 연애를 하는 사실은 우리만의 비밀이고..."
 
"남들에겐 사귀었다고 말하다가, 나중엔 헤어지고 친구로 돌아갔다고 하자고요?"
 
"네, 맞습니다."
 
이럴때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내가 할말을 미리 선수친 성녀를 보면서 나는 싱긋 웃었다.
 
역시 생사를 함께 동거동락한 동료다. 믿고 등뒤를 맡길 수 있고, 그녀라면 시골에 홀로 계신 부모님에 대해서도 부탁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가 우리 둘 사이에선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저희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양피지에 적으며, 계약서를 하나 더 작성해서 서로 나누어 가졌다.
 
"사귀는 거네요. 딱 한달동안만."
 
성녀도 나도, 그 순간만큼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면서 빙긋 웃었다.
 
"그럼 저, 한번 아델님의 손을 잡아봐도 될까요? 한번 남자 손을 잡아보고 싶었거든요."
 
곧바로 내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엮으며 뱀처럼 휘감는 성녀.
 
"되긴 합니다만, 다음번 부턴 허락을 받으십쇼."
 
"네에-."
 
이럴 때 웃는 건 영락없는 순수한 소녀의 미소와 같아서,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 거릴 뻔했다.
 
분명 성녀는 계약 연애 정도야, 아주 잠깐의 불장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 * *
분명히 그랬어야 했는데.
 
"아델님.. 우리, 안 헤어지면 안돼요?"
 
분명히 서로 계약 파기할 날짜가 되었을 한 달이 되었을 시점에 성녀는.
 
"....."
 
"한 달, 아니 딱 일주일 만 더 사귀어도 좋으니까 제발..."
 
우리가 친구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의 성녀는.
 
"제가 더 잘할 테니까요... 제발 부탁드려요."
 
내게 제발 헤어지지 말아 달라며 울며 불며 매달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내용 - https://novelpia.com/novel/296242 

원작자랑 노벨피아에 올린사람은 다른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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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1 VlP33  
이게 뭔데 씹덕아
4 Comments
VlP33 08.23 17:42  
이게 뭔데 씹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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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붕 08.23 17:45  
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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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구용지리구용 08.23 17:56  
이게 뭐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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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08.23 19:27  
이거 노벨피아광고임 차단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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