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천안함 폭침 징후 알고도 조치 안했다" 문건 공개
[단독]"軍, 천안함 폭침 징후 알고도 조치 안했다" 문건 공개
박용한 입력 2021. 06. 15. 23:39 수정 2021. 06. 16. 07:28
공격 징후 사전 포착, 국방부 보고
'천안함 음모론' 근거 없다는 방증
"특별한 조치 안해" 군 기강 지적
해군 수뇌부, 해당 문건 파기 지시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앞두고 군 당국이 북한군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던 정황이 담긴 문건이 15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격 징후는 북한군이 치밀하게 준비한 뒤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단서가 된다. 동시에 그간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당시 민주당 추천) 등이 제기했던 좌초설 등의 음모론을 부인하는 방증도 된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폭침 사건 당시 군 당국이 북한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군 지휘부에 관련 보고를 했는데도 적절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던 정황을 담은 문건을 15일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일행 부대방문 행사 결과’라는 제목의 한장짜리 문건에는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이 “천안함 사건 발생 며칠 전 사전 징후를 국방부ㆍ합참에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내용이 적혀 있다.
김 전 사령관의 발언은 지난 2010년 8월 12일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점검회의) 위원단이 해군 2함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구체적인 사전 징후와 관련해선 “수중 침투 관련 징후”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는 통상 한ㆍ미 연합군이 포착한 북한 지역 군사 활동과 관련된 신호정보”라고 풀이했다.
현장 토의에서 김 전 사령관은 “합참의장에게 조처를 하도록 여러 번 요구했으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 침투 징후를 예하 부대에 전파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점검회의는 천안함 사건 직후인 2010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창설됐다. 이후 3개월간 안보 역량 전반, 위기관리 시스템, 국방 개혁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기무사령관을 지낸 김 전 사령관은 이후 점검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사전 징후 포착과 관련한 김 전 사령관의 발언이 나온 적이 있으나 군 당국의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전 함장은 “이 문서는 회의 직후 해군 수뇌부가 곧바로 파기를 지시해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천안함 재조사’가 음모론에 불을 지피면서 최근 조상호(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정해욱(휘문고 교사) 등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들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문건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과 정부가 무엇을 은폐했는지 국민께 알릴 필요가 있다”며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전사한 46명의 용사들과 58명의 생존 전우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국가 및 국방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