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와 함께 해준 내 동생에 관해.txt
어둑한 밤, 고독이 불쑥 방문하면 외로움에 항상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나랑 10여년을 함께한 내 동생 말티즈 장미
나는 외동아들이었고 부모님도 바쁜 탓에 집에 혼자 있던 때가 많았다
전교 1등하겠다고 엄마를 졸라 만나게된 내 작은 하얀 강아지
너무나 조그마해서 혹시라도 뭉그러질까봐 너를 조심히 안았던 기억이난다.
내 품속에서 우유 냄새와 함께 꼬물대며 나를 핥아주던 네 모습에
우리가족 모두가 함께 웃으며 너를 환영했었지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너랑 같이 뛰놀던 그 바닷가
너랑 같이 먹던 맛있는 음식들
너와 같이 이불속에서 자던 나날들
군대에 갈때가 되어서 너가 군대간 사이에 나와 작별할까봐
너무 무서웠지
하지만 너는 너무나도 장하게 그 긴세월동안 나를 기다려줬고
휴가를 거쳐 마지막 전역날에도 한결같이 그 작은꼬리를 흔들며
나를 핥아주었다
내가 스페인여행을 2주정도 가게되고 집에 돌아오는 마지막날
어머니가 전화로 네 소식을 들려주었다
내가 여행을 가고난 첫날 저녁 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버렸다는
어머니의 말에 스페인 카페에서 멍하니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
아마 네가 나에게 이별할 시간을 많이 줬기 때문이겠지
착한 우리동생은 내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 몰라서
죽기전까지 대문과 내방사이를 쳐다봤다고 한다
그렇게 12시간을 날아 집에와서 네무덤을 보니
눈물이 갑자기 쏟아지더라
내 동생이 자박거리며 걷는 발소리도
내 동생의 따뜻하고 촉촉한 코도
그 모든게 집에 없단 생각에 오열하고 울었다
그리고 몇달 후 중요한 토론대회를 앞두고 학회원들끼리 집에서 밤새 회의를 했는데
새벽까지 회의하다가 의자에 기대서 잠든 나한테
동생이 그러더라 오빠 강아지 기르면서 왜 소개안시켜주냐고
어제 오빠 자는데 오빠 무릎위에 강아지가 있더라고
너무 놀랬다 우리집 강아지 소개시켜 준적도 없었는데
아마 내일 회의를 앞두고 걱정하던 네 오빠를
너무나도 착한 이쁜 동생이 위로하러 와주었단 생각에 행복했다
내 착한 동생 언젠가 내 모든 일을 마치고 그곳으로 갈때
꼬리 흔들며 나오렴
오랜만에 산책을 가자
별들 사이로 어릴 때 마냥 뛰어놀자
사랑한다 내 동생
Bes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