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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 패스트트랙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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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안을 고리로 한 ‘패스트트랙 정국’이 거의 실종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3월 말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혁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수정을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면서 “뭔가 이뤄지려면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간 물밑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의 유효기간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더라도 최장 330일의 기간이 필요하다. 내년 4월 15일 총선으로부터 역산하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선거일을 앞두고 룰이 확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제출해야 함에도 시기를 넘겨버렸다.

여+야3당이 겨우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바른미래당이 조건을 내걸었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의 폭탄은 선거제 개혁안에서 공수처 법안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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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4월 3일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방문한 후 승강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원내대표 임기 얼마 남지 않아 

여기에 패스트트랙 정국을 이끌어온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5월 둘째 주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의 내부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4·3 보궐선거가 끝나면서 사실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임기 말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을 헤치고 나갈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당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지난 3월 28일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물밑에 있던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도 내부에서 불만이 일었지만 겉으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과 연계된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반드시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수정 제시안이 나오자 내부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원내대표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비난과 지역구를 줄였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아가면서 무리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제 개혁안에 일부 불만이 있었는데, 바른미래당의 수정안을 보고는 불만이 밖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도 ‘바른미래당안 검토’라는 한 언론의 보도를 놓고 논란이 오갔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가 “일절 검토한 적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협상단 바깥에서 봐도, 기소권을 주지 않는 공수처 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공수처 법안 협상과 관련해서는 선거제 패스트트랙 지정과는 다른 방법을 야3당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패스트트랙 지정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에는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이 뛰고 있다. ‘더좋은미래’에 속한 이인영 의원은 “더좋은미래에서 발표한 성명처럼 나의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으로서는 ‘원칙대로’를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야3당과의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협상을 할 수는 있지만 원칙은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4년 당시 국보법 폐지 시도를 예로 들었다. 노 의원은 “선거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수처 법안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그동안 민주당과 한국당의 ‘강 대 강’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묘수로 여겨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사법 관련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사회적 참사법’과 ‘유치원3법’이 패스트트랙 지정의 좋은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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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3당 간사가 3월 6일 국회에서 특위 간사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화당·정의당 의원교섭단체 구성 가능성

지난 3월 7일 민주당이 의원총회 후 밝힌 패스트트랙 지정 계획 법안은 10개였다.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공직자비리수사처법, 형사소송법,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청법, 국가정보원법, 공정거래법, 부정방지 및 권익위 설치법, 국회법 등이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겨우 협상 대상으로 살아남았다. 이마저도 바른미래당의 거부로 여당과 야3당이 나눈 밀당(밀고 당김)은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면 패스트트랙의 운명도 끝이 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초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루한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법개혁 법안 역시 각 당이 이해관계를 놓고 사법개혁특위 내부에서 논쟁을 벌여야 할 운명이다. 단지 정의당이 4·3 보궐선거에서 한 석을 확보한 것 정도가 변수라면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의원교섭단체를 다시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지금 페이드 아웃 상태”라면서 “다만 어느 누구든지 ‘이젠 끝’이라고 이야기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5당 원내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여당과 야3당의 패스트트랙 협상 당사자들이 함께할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묘수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3당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 법안에 패스트트랙의 운명이 달렸다”면서 “시간은 이미 패스트트랙의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제 개혁안도 시간을 넘겨 버렸지만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330일이라는 기간을 전제로 하면 20대 국회에서 처리될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초 지역구 선거운동에 바쁜 의원들이 모여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처리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이 시기를 넘기면 바로 21대 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야 간 협상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이 만능치료제처럼 등장한 사실 자체가 20대 국회의 현실을 말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한 여당 관계자는 “여당이 처음부터 100개 정도의 패스트트랙을 걸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강 대 강 국면에서 여야 간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법만 통과되고 있다”면서 “아무리 시급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여야의 이해관계에 걸리기만 하면 입법은 힘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입법권은 있지만 제대로 된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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