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림 캐스터는 2000년 ITV '게임스페셜'이란 방송으로 데뷔해 꾸준히 게임과 e스포츠를 위해 일한 19년 차 방송인이다
-2000년에 첫 데뷔를 했으니 올해가 햇수로 19년째다. 그동안 e스포츠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아직도 현장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게임 캐스터를 시작했을 때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 조건도 안 좋았다.
또한, 예쁘고 젊은 사람들도 많으니 오래 못 갈 거란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열심히 해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를 매년 불태웠다.
그렇게 불태우면서도 "올해가 마지막일까? 올해는 마지막일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일하다 보니 어느덧 19년이 됐다.
-데뷔 당시만 해도 게임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중에 여성 캐스터로서 e스포츠 분야에 일하면서 맞서야 할 편견들이 많았을 듯하다. 힘들지는 않았는지
▶정말 힘들었고, 속상한 적도 많았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여자가 무슨 게임을 알아?"였다.
내가 만약 A라는 이야기를 하고, 남자 캐스터가 똑같이 A라는 말을 해도 나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비판받았다.
편견이 그렇게 무섭더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나 에피소드가 있을까
▶제일 기억에 남는 선수는 역시 워3의 김성식 선수다. 평소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대한민국에서 워3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내엔 큰 대회도 없어 오로지 WCG 하나를 위해서 많이 노력하다가 드디어 2010년에 금메달을 땄다.
김성식의 금메달이 확정된 후, 방송이 끝나고 무대 위로 갔다.
서로 보자마자 부둥켜안았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 차가 있으니 나를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쭈뼛거렸을 텐데,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당시 사진이 아직도 있다.
-최근 SNS와 커뮤니티를 보니 아침 도시락 드랍을 해줄 정도로 팬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준다. 정소림 캐스터에게 팬이란 어떤 의미인가
▶성향 때문인 것 같긴 하다. 그 전에도 응원해주는 팬들은 있었지만, 더 많아졌다.
특히 여성 팬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주신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정말 놀라웠다.
중계석에 간식도 챙겨주시는 등 마음을 표현해주시니 좋더라.
내 인생의 모토는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인데, 팬들이 그렇게 표현해주시니 일하면서 생기는 피로가 싹 가시고 행복하다.
덕분에 중계를 잘 못했을 때나 사건사고로 지칠 때 팬들이 SNS로 써주시는 글과 응원으로 정말 큰 힘을 받는다.
요즘은 팬들을 직접 만날 수가 없어서 정말 아쉽다.
-게임 캐스터이자 어머니이기도 하다. 두 포지션에 대한 간극이 있지 않았나
▶나는 게임 캐스터지만 엄마이기도 해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루에 30분씩만 게임을 하게 하면 갈증만 더 커진다고 하더라.
다행히 나도 게임을 하니까 그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잘 안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금방 끝나지 않나(웃음).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까지는 주말 중 하루는 맘껏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약속을 했다. 종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몇 시간 지나면 지친다고 하더라.
게임하는 엄마가 있다 보니 아들의 꿈은 어릴 때부터 게임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는 것이다. 지금도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
나와 아이의 대화의 80%가 게임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게임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
오버워치에서 새로운 패치가 나오면 나한테 설명을 해줄 정도다. 덕분에 나와 아이는 대화가 끊길 일이 없다.
친구처럼 친해서 좋지만, 한편으론 공부에 대한 걱정도 생기긴 했다.
아들을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많이 밀어주려고 했다.
게임과의 문제를 아들의 진로까지 연결해준 거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론 참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를 읽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9년 동안 게임 캐스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이었다. 팬들이 없으면 e스포츠가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감사하다.
아첨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선수와 팬이 없으면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이 빠진다.
팬이 없는 e스포츠 종목도 해보고 오버워치 같은 종목도 해보니, 팬이 없으면 끌고 갈 수 있는 유지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장에 와주시고 챙겨봐 주시는 팬들이 있기에 내가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고 말했는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팬들이 너무 좋고 사랑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http://www.fomos.kr/esports/news_view?entry_id=58514&news_cate_i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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