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함장이 음식에 미쳐있으면 벌어지는 일

하위~ 해군 출신 15군번 개붕이다.

오늘 이야기는 내가 복무하던 배의 함장 이야기다.

   우리 배의 함장은 중령이었는데, 그는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만을 탐욕스럽게 고집하며 탐하는게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식(食)이라는 행위를 즐기는 사람 이었다.

   그의 일대기는 사관 학교에서 부터 시작된다.

사관 학교 럭비부소속이었던 그는 식사량이 다른 생도들 보다 배는 많았다고한다. 

본인 피셜 럭비부 회식 자리에서 3배는 기본으로 더 먹었다고 함.

   운동부 답게 다들 한 식성 하던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중에서 독보적인 식사량을 자랑했다.

    그 정도 식사량에도 불구하고 돼지 처럼 살이 찌기는 커녕, 미 해병 데이브(41세)씨 뺨치는 개 쩌는 체격을 지닌... 엄청난 운동신경과 유연함으로 럭비부 에이스로 활동하였다고 한다.(함장실 가보면 사관 생도 시절 트로피나 상장 받은거 나열 되어있음.)

    선임자가 자신을 존나 때리는 것은 참아도, 음식 가지고 좆같이 구는 것은 못 참는... 함장은 그런 사람 이었다.

   함장의 음식 사랑은 조리장 이창민(가명)을 만나면서부터 전설을 만들어 나갔다.

이창민(가명) 조리장
계급 : 상사
특징 : 4성급 호텔 주방 출신
모쏠
원사(진) 이었으나, 조리병이 후임을 구타한 사건으로  진급 누락됨.

    우리 배에는 한 달에 몇 번 씩 "군대에서 진짜 이렇게 먹어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로 정말 맛 있는 구성으로 짬밥이 나오는 날이 있었다.

대충 구성을 읊어 보자면,

등심 스테이크
흰다리 새우 소금구이
연어 샐러드
순대 & 수육 돼지국밥 + 소면
생삼겹살, 버섯, 볶음밥

등 이 있다.

실력 좋은 조리장과 식사를 중요시 하는 함장의 합작품이었다.

참고로 저 생삼겹살, 버섯, 볶음밥은 진짜... 최강자의 식단이었다.

원래 저 식단의 정식 명칭은 "삼겹살 구이" 였다.

본디 전기 그릴에 조리를 다 한 다음 배식하는 그런 방식이었는데, 함장이 뒤에 먹는 사람들은 식은 삼겹살을 먹게되니 맛이 없다고 방식을 바꿔 버렸다.

어느날 함장이 이렇게 생긴 전기 팬을 어디선가 8개 정도 구해와서는 승조원 식당에 올려놓고는...

승조원 식당을 고깃집으로 만들어버렸다.

생삼겹살을 테이블 당 8줄씩 분배하고 팬에다 구워먹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구워먹고 남은 고기에다 밥과 참기름 볶음 김치를 넣어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화룡점정까지!

등심 스테이크의 경우 수입산 냉동 고기를 사용했는데, 온도가 낮은 전기 그릴에 그냥 구워서 배식을 하니 굉장히 질겼다.

 스테이크의 첫 배식 이후 굉장히 실망한 함장은 조리실에 들어와 조리장, 조리병 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시작했고...

    그 끝에 나온 방식이 콜라와 포도 주스에다 담궈놓고 숙성시키는 것 이었다.

    다음 날, 저녁 식사는 등심 스테이크 리턴즈로 대체 되었고, 우리는 부드러운 등심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지만... 조리병들과 식기(육군의 취사지원 같은 것)들은 자살이 마려웠다...

- 추가 -

그리고 배 밥이 너무 맛있다보니 주말에도 출근했다.

덕분에 조리병들 조빠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