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들들의 시체를 보고도 그녀는 울지 않았어"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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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20:08
'우리 부대에 치무크라는 성씨의 형제가 있었어. 마을에 갔다가 적의 매복에 걸렸지.
어느 헛간에 몸을 숨기고 놈들에게 총격으로 맞서는데 놈들이 헛간에 불을 지른 거야.
그 형제는 총알이 바닥날 때까지 끝까지 버티며 저항했지만...
결국은 온몸이 시꺼멓게 탄 시체가 되어 밖으로 끌려나왔지.
나치 놈들이 형제들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줬어.
마을 사람들 입을 열게 해서 형제가 누구네 아들인지 알아내려고 말이야.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는 형제의 신원을 밝힐 거라 믿은 거지.
온 마을 사람들이 모였어. 그 자리엔 그 형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있었지.
다들 입을 굳게 다물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어.
세상에 어떤 어머니가 그 순간에 울부짖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심장을 가져야 몸부림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형제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던 거야.
만약 자기가 울음을 터뜨리면 온 마을이 불타고 말리라는 사실을.
자기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온 마을이 다 떼죽음을 당하리란 사실을.
독일군 한 명이 살해됐다고 온 마을을 다 태워 죽이는 놈들이었으니까.
그 어머니는 알고 있었던 거야...
소비에트연방영웅 훈장도, 세상 그 어떤 훈장도 그 어머니에겐 부족해...
어머니의 그 침묵엔...
-폴리나 카스페로비치, 빨치산 여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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