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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원한 78살의 영웅

BusterPosey 8 2999 18 1

혹시 '메트로' 라는 게임 시리즈를 해본적이 있니?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전쟁이 치뤄진 이후의 지구,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이 소설출신 게임은,


황폐화된 지구, 간신히 살아남아 지하로 도망쳐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 방사능으로 인해 탄생한 돌연변이 괴물 등,

핵전쟁 이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시나리오를 이 게임은 제시한 셈이었어.


나같은 경우는 이 게임을 하면서,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렇게 될까?'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



 


그래서 나는 이 사람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있어.


이 사람덕분에 우리가 지금도 살아 숨쉬고, 

마음껏 지상을 뛰어다닐수 있고, 

지하에 틀어박혀 쥐고기나 돌연변이 물고기를 먹지 않고 살고 있거든.


이 사람의 이름은 '스타니슬라프 예브그라포비치 페트로프'


지구의 은인이자, 지금 자신의 생을 살아가고있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빚을 진 은인이야.


오늘은, 이 사람이 자신의 생에서 한 가장 훌륭한 일에 대하여 알아보자.



 

1983년 9월 26일 0시.


갑자기 소련의 핵전쟁 관제센터에서 긴급경보 사이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어.


당시 소련 방공군 장교였던 페트로프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화면을 보고는 깜짝 놀랄수밖에 없었어,


소련의 군사용 인공위성으로부터 '미국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한발을 소련을 향해 발사함' 이라는 메세지가 전해져왔기 때문이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4개의 메세지가 연달아 도착해,


그 내용은 모두 '미국이 ICBM 한발을 소련을 향해 추가로 발사함' 이라는 것이었지. 

총 5개의 ICBM이 소련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다는 말에 페트로프는 어안이 벙벙해졌어.




'도대체 미국이 왜? 정말 핵전쟁을 시작하려는건가?'





1983년 당시에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최악중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어,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불과 25일 전인 9월 1일에는 항로를 오인하고 소련 영공을 침범한 대한항공 007편을 소련이 격추시켜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당시 이 항공편은 미국인 승객도 대다수였고, 그중에는 미국 하원의원 로렌스 맥도널드도 있었어)



무엇보다도,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는 2개월 후인 11월 13일부터,

전면적인 핵공격시 대응 훈련인 '에이블 아처 83(Able Archer 83)'를 시행하기로 계획중이었으며,



대규모 군사훈련을 빌미로 서방측이 대대적인 기습을 가할수 있었기 때문에 소련 측에서도 바짝 긴장하고있었어.


게다가, 소련의 최고 지도자(서기장) 유리 안드로포프가 지병으로 곧 죽을 위기에 쳐해있었기 때문에, 

소련 지도부에서도 권력 문제를 두고 이리저리 말이 많고 신경이 날카로웠던 시점이었다고 해.




...



이러한 상황에서 핵미사일 발사 경보까지 나오자 관제센터는 곧바로 비상사태에 돌입했어.


소련의 모든 핵미사일 사일로와 이동식 발사대에 경보가 걸렸고, 

당시 관제센터의 당직이었던 페트로프는 핵전쟁의 모든 권한을 졸지에 떠안게 되었지,



자기 손가락의 간단한 움직임 한번에 전 세계 인구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거야.



당시 크렘린과의 통신라인은 살아 있었기 때문에 지구 최후의 날 기계가 아직 페트로프에게 발사 권한까지는 주지 않았어.



참고로 지구 최후의 날 기계는 만약 수뇌부가 적국의 선제 핵공격으로 사망하였다고 판단될때, 

미리 설정된 목표에 소련의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이 발사되도록 하는, 

말그대로 '지구 최후의 날'에 쓰일 컴퓨터의 행동강령을 말해.


 
 

하지만 페트로프는 자체판단 하에 직접 발사 개시 명령을 내리거나, 

서기장에게 따로 지시를 내려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 거야.



"나 혼자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위험하다, 서기장 님께서 지시를 내려달라." 라고 말이야.



그러나 이건 너무 무모한 선택이었지, 사령부는 그냥 이런일이 있다고 보고만 받았을 뿐 관제소의 현장 상황은 몰랐으니까.



반격에 관한 상세한 고찰을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겨우 몇 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핵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부는 전적으로 그의 판단을 믿었을 가능성이 컸어.

게다가 그는 소련의 최신식 인공위성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던터라, 그럴 확률은 더더욱 상승했지.



결국, 이래나 저래나 모두 페트로프의 손에 달린 문제였던거야.



....



사이렌은 계속 시끄럽게 울려대고, 자신의 부관들은 명령을 내려달라며 긴장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센터 중앙의 대형 화면에서는 시시각각 소련을 향해 다가오는 동그란 점 5개가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어.



페트로프는 생각했지.



'만약 미국이 정말로 핵전쟁을 시작한다면 초반에 소련의 저항력을 붕괴시키기 위해 모든 ICBM을 함께 발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컴퓨터는 겨우 5개의 ICBM만 잡아냈다. 그러니 이것은 분명 컴퓨터의 오류이거나 인공위성의 판단오류일 것이다!' 



결국 그는 핵전쟁 취소 코드를 입력하고, 상부에는 한줄의 보고를 남겨.



"컴퓨터의 오류인 듯하다." 




그 결과는? 바로 이 글을 보고있는 우리를 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지. 



인공위성이 햇빛을 ICBM의 발사 섬광으로 잘못 인식해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난거야.



사건 직후, 페트로프는 1급 영웅 훈장을 수여받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자신의 직책에서 해임당하고 더 낮은 자리로 추방당해.


이유는? 


'시스템의 오류는 소련의 체제에 대한 모욕이다.'라는 상부의 판단때문이었지, 여기나 저기나 윗대가리들이란...



-그 후....


제대 후 페트로프는 모스크바 근방에서 군인연금을 받으면서 생활 중이지만, 


소련이 사라진 뒤에도 일급비밀로 취급받던 해당 사실이 1998년에 드러나면서 전세계에서 그를 칭송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어. 

그는 세계 시민상과 유엔의 표창장을, 2012년에는 드레스덴 상(분쟁 및 폭력해결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을 수상했지.



페트로프는 2004년에 모스크바 뉴스를 통해 밝힌 회고에서,


1983년에 자신이 한 일이 영웅적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이 나의 일이었고,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어. 



세계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명석한 판단력을 가졌음에도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유지한 페트로프,


정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 아닐까 해.







8 Comments
갓태연 2017.11.08 22:16  
이거 리얼 판단 지렸;;
한치두치세치네치뿌꾸빵뿌꾸빵 2017.11.08 22:52  
역시 존잘.. 다가졌네

럭키포인트 30 개이득

어이오태식이 2017.11.08 23:05  
이건 정말 다시봐도 대단
자신의 인생중 최악의 선택의 기로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것도 인류의 존폐앞에서
세면바리 2017.11.08 23:46  
발사하면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류 멸망의 날이 현실이 되는 건가?
야스오 2017.11.09 09:46  
초기에 미사일 전부 쏠거라는 판단이 너무 빛났다 감탄 그 급박한 상황에.. 클라스 오졌고 지렸고
ㅇㅇㅇㅇ 2017.11.09 16:01  
이분 올해 5월 19일날 돌아가심..ㅠㅠ
자살 2017.11.09 20:56  
미국이 군사력 최강이긴한데 핵이있는이상 다같이 죽을수있는거아님? 러시아나 중국
자제가안됩니다 2017.11.09 21:23  
아르띠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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