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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ep 3. 유비를 향한 충심과 처세술이 일품이었던 촉한의 유일한 전략가

Kuat 14 917

리버풀님의 신속한 답변으로 이번에는 촉나라 출신의 병법가이자 정사에서 더 높게 평가된 인물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조건이 사실 까다로웠던 것이, 촉나라 인물들은 대체로 연의에서 고평가받은 경우가 많았고, 장수 위주의 활약상을 다룹니다. 거기다 정사에서 활약을 남겼음에도 연의에서 언급되지도 않거나 정사의 서술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후보군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습니다. 나관중이 이런 점에서 참 대단하게 느껴지는 게 행정가인 제갈량을 천재적인 군략가(다만 오로지 군략가로 잘못 둔갑시킨 게...)로 끌어올리고 강유를 그에 버금가는 병법가로 표현하면서 촉한의 저력을 부각시켰거든요

 

그러나 이걸 반대로 말하면 그 둘을 제외하고는 위나라의 순욱이나 곽가 혹은 오나라의 주유나 노숙같은 인물이 촉한에 없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단한 전략가나 전술가가 탄생하는 가장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경험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유와 노숙조차도 중원에서 태어나고 전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니 예외는 아니죠)

 

좀 더 설명하자면 촉나라는 대부분의 영토가 산지와 험지입니다. 오나라는 수군이 주력이고 장강 이남으로는 대부분 미개발지에 산월 등의 원주민이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면 요충지를 놓고 수천, 혹은 1,2만 단위의 병력의 충돌은 종종 있었어도 중원이나 하북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온 세상이 평지인 지형에서 10, 20만이 넘는 대병력이 여럿, 혹은 열 개가 넘는 전선에서 격돌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포텐을 지니더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걸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 정론입니다. 그러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 촉나라에서 그나마 군사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이 사람의 이름은 황권(黃權), 자는 공형(公衡)입니다.

 

처음에는 유장의 밑에서 군리로 있다가 나중에 주부가 됩니다. 주부라는 자리는 각 관청의 문서나 기록을 담당했던 자리로 별로 중요한 자리는 아닙니다. 유비가 익주로 진입하려 할 때 반대하지만 유장이 광한현장이라는 직책으로 밖으로 내보냅니다. 나중에는 유비군에 의해 여러 곳이 항복해도 끝까지 버티다가 유장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마지못해 항복하고 편장군에 임명됩니다(광속승진!). 자기 직분에 충실하게 임하고 끝까지 버틴 것이 대단하죠

 

하지만 연의에서는 황권을 은근히 깝니다. 황권이 왕루라는 사람과 함께 유비가 오는 것을 반대하는데, 황권은 앞니가 부러지면서 극력으로 간언하고, 왕루는 성문에 스스로 거꾸로 매달리는데 유장이 무반응합니다그러니까 내려와서 이번에는 자기 칼로 목을 찌르며 자결하는데, 그럼에도 유장이 무시때립니다.(유장 사이코패스냐 ㄷㄷ) 나관중은 이렇게 서술해놓고 '이가 부러진 황권은 유비에게 갔으니 그 절개가 왕루에게 미치지 못한다' 라고 황권을 무슨 박쥐같이 묘사해버립니다.

 

유비에게는 편장군으로 임관하게 되면서 커리어를 새로 시작하는데요. 첫 번째 등장은 215년 한중의 장로가 패배했을 때입니다. 장로가 조조에게 패배해 파중으로 내려오자 황권이 '한중을 잃어버리면 파(익주 동쪽의 파서+파중+파동을 통칭함) 지역이 약해지고 촉군의 손발을 자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라고 유비에게 진언하고 유비가 옳다구나 해서 장로를 우리 편으로 만들려고 영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소식이 채 닿기도 전에 장로가 한중으로 되돌아가서 조조에게 항복해버립니다. (띠용?) 이 때 잘만 했으면 한중을 손쉽게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때문에 한중공방전이 예약되었습니다

 

4년 후인 219, 그 동안 열심히 힘을 모은 유비는 한중공방전에 황권을 데려가서 두호와 박호를 쳐부수게 됩니다. 두호와 박호가 누구냐? 이 둘은 파족으로서 파 지역의 유력 호족이었습니다. 기록에는 장로가 조조에게 항복하면서 이 두 사람도 무리를 이끌고 조조에게 항복해서 두호는 파서태수, 부호는 파동태수에 임명되었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임명된 기록만 있는 것으로 볼 때 파 지역의 지배권은 유비에게 있었고요. 그렇다면 파 지역이 어디냐하면 성도평원의 동쪽 일부 평야와 산간지대 즉, 한중의 남쪽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익주를 마치 애플로고처럼 한 입 삼켜먹은 형세로 만드는 곳인데, 기존의 호족이 거주하던 사람들을 이끌고 조조에게 가버렸기 때문에 유비로서는 어느정도 전력약화를 안게 만든, 웬수같은 두 사람이 두호와 부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비가 한중왕에 오른 뒤에는 치중종사가 되는데, 얼마 후 관우가 죽고 유비가 홰까닥 꼭지가 돌아 이릉대전을 일으킵니다. 이런데 문제가 세 개나 발생해버리는데....

 

1. 법정이 병으로 이미 죽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2. 제갈량이 오나라와의 전쟁은 위나라에만 좋은 일이라고 출정반대하며 성도에 남아요.

3. 황권이 먼저 전진하여 적의 허실을 살펴보겠다는데 유비가 똥고집으로 선봉을 섭니다.

 

그런 와중에 위나라의 위협은 생각이 닿았는지 황권을 진북장군에 봉하고 위군을 방비하도록 장강 이북으로 보내 버립니다. 유비 곁에 머리쓸 사람이 그나마 위의 3명인데, 하나는 죽어서 없고 하나는 싫다고 안 따라왔으니 따라온 한 명의 말을 잘 듣기라도 했어야 되는데 그마저도 장강 위로 보내버려서 결국....

 

촉한군이 전멸에 가까운 대패를 하고 황권은 지원이 끊기고 퇴로도 막힙니다

 

이제 황권에게는 선택지가 2개 남은 상태죠. 위나라에 항복하냐? 오나라에 항복하냐? 한 쪽은 자신이 종군해서 적에게 피해를 입힌 나라고 다른 한 쪽은 주군인 유비가 크게 피해입게 된 나라죠.

 

그의 선택은 위나라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죽을 때까지 위나라에 남게 되죠. 촉한의 일부 대신들이 황권을 비난했는데,  유비는 "황권이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내가 황권을 배신한 셈이다." 라며 남아 있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잘 대접해줬다고 합니다

 

희한하게도 연의에서는  "충신은 두 주인을 섬기지 않는 법인데 황권이 목숨을 아까워 했으니 사서의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뜬금없이 까이는데, 실제로는 황권은 처세술에 있어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몇 가지 내려옵니다.

 

1. 위 문제 조비가 황권에게 '그대는 진평과 한신(항우->유방으로 갈아탄 것처럼)을 따르려는 것인가?'라고 물어보자 황권은 '저는 촉으로 돌아가는 길이 없어져 귀순한 것 뿐입니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로서 죽지 않아 다행이니 감히 그 둘을 따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했습니다

답을 듣고 감탄한 조비는 그를 진남장군(南將軍)으로 임명하고, 육양후(育陽侯)를 내리고, 시중의 관직까지 더해줍니다. 거기에 자기랑 같이 수레에 타게하는 특전까지 베풉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비에게 마지막으로 제수받은 직위가 진북장군(북쪽의 반란-위나라-을 진압하는 장군)인데 조비가 역으로 진남장군(남쪽의 반란-촉한-을 진압하는 장군)에 임명한 것은 유비가 이 소식을 듣고 열받으라는 의도였는지도...

 

2. 촉한에서 투항한 어떤 사람이 황권에게 '당신이 위나라에 항복해서 가족이 처형당했다고 한다'라고 말하자 황권은 '자신과 선제(유비), 제갈량은 서로 믿는 사이입니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니 사정을 듣고서 상을 치르겠습니다.'라고 답하며 가족을 위한 상(장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3. 이릉대전의 패배로 유비가 사망하자, 위나라의 신하들은 모두 기뻐했지만 황권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황제인 조비가 놀래키려고 황권에게 조정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빨리오라고 독촉까지 합니다.(아니 황제가 왜 저런대) 이번에도 황권은 차분하게 소환에 응했고 조비는 더 마음에 들었는지 익주자사의 자리까지 내립니다. (진남장군도 그렇고 익주자사도 그렇고 촉한 사람들 열받게 꾸준하죠 ㅋㅋ)

 

4.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황권은 호방한 사람이요. 늘 그대(제갈량)를 칭찬했는데 말을 빌려 구실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자 제갈량은 '(사마의)이 쉽게 판단하고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니 황권을 잘 대해주시오'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미담들 이후 공식적인 황권의 기록은 239(조비, 조예가 죽고 조방이 즉위한 시점)에 거기장군(車騎將軍), 의동삼사(儀同三司)가 되며 240년에 사망하고 '경후'라는 시호도 받습니다. 이 두 직위는 아주아주 높은 고위직인데 항장인 황권에게 내렸다는 것을 보면 그 과정이 기록에는 없어도 처세를 잘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장군(車騎將軍)은 중앙 상비군을 관할하고 기병을 컨트롤하는, 장군으로서는 대장군 바로 밑의 2인자라는 최고위직입니다.

의동삼사(儀同三司)는 이 직함을 받은 사람이 삼공(재상)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라는 의미입니다

 

슬프게도 얄궂은 운명은 자식에게도 반복되는데요. 황권의 장남 황옹은 함께 위나라로 갔지만 자식이 없어 대가 끊겼고, 둘째 아들인 황숭(黃嵩)은 촉한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263년 촉한멸망전에서 상서랑 황숭은 위장군 제갈첨(諸葛瞻)을 따라 등애에 맞서 출격합니다. 부현에 도착해서 제갈첨이 주저하자, 황숭은 신속하게 요충지를 점거하고 적군을 막도록 여러 번 말했지만 제갈첨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유비도 황권 말을 안듣더니만 이번에는 제갈량의 아들이 충언을 안듣는 이 기막힌 상황..

 

결과는 등애가 평지에 진입하고 제갈첨은 면죽관까지 후퇴해서 싸우다가 전사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었음에도 황숭은 항복했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끝까지 병사들을 독려하며 장렬히 싸우다가 전사합니다. (결국 상사를 잘 만나야된다 이 말인가)

 

이상으로 황권(+황숭)의 생애를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인물은 어떤 인물을 원하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14 Comments
Kuat 2018.03.04 13:43  
인다음 인물 리뷰 설정을 위해 어떤 인물을 원하시는지 댓글이나 쪽지로 남겨주세요

1. 위,촉,오,서진,후한,그외
2. 장수, 정치가, 학자, 기인(의원,진인,점술가), 일반인
3. 긍정적or부정적, 연의>정사, 정사>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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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나다z 2018.03.04 18:53  
[@Kuat] 사마의와 사마의 자식들 이야기
사마의vs제갈량 의 재밋난 이야기요 *전쟁 , 머릿싸움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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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18.03.04 13:54  
개꿀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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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우유 2018.03.04 17:59  
황권을 보니 반준이 생각남 ㅋ
다음은 반준한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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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05 00:36  
[@불량우유] 반준도 인재죠 기록해두겠습니다.
쌍둥이아빠 2018.03.04 18:16  
개집 많이 컸네.. 컨텐츠 생산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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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밥 2018.03.04 23:04  
사마염이요 삼국지가 어떻게 끝나는지 제대로 알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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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05 13:10  
[@고래밥] 제가 삼국지 중후반부 탐독중이라 사마의 3부자 정도는 알지만 서진부터는 저도 아직 깜깜한 편입니다. 나중에라도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래밥 2018.03.05 21:58  
[@Kuat] 지금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삼국지의 재미난(?) 이야기류는 아예 없네요. 노잼이에요 스킵하시죠
Kuat 2018.03.06 00:14  
[@고래밥] 에이 왜 없습니까 이번에 올릴게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최근에 알게된, 흔히 아는 삼국지와는 다른 인물..
kaine 2018.03.05 11:15  
본문에도 있던 법정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큰 인물 같은데 자세히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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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05 13:10  
[@kaine] 법정도 인물이죠. 조만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kaine 2018.03.05 11:17  
아니면 위에 있던 많은 참모들 비교분석도 재밌을것 같네요.
곽가 가후 정욱 순욱 순유 같은!
ㄱㄱㄹㄷㅎ 2018.03.05 15:24  
제갈첨은 이름만 몇번 들어보고 잘 모르는데
제갈첨도 가능하시다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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