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역사] 사라진 전설의 도시 제나두(Xanadu)
이 게임을 했다면 90년대 은수저 가문 출신의 덕후 아재...
당시 PC엔진 가진 놈들이 진짜 개부러웠다.
도트질과 OST의 명가 니혼 팔콤에서는 1985년 제나두라는 RPG게임을 발매했다.
당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팔콤 게임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었는데,
그리고 1994년에는 윗짤방의 '바람의 전설 제나두'라는 ARPG가 8번째 드레곤 슬레이어 시리즈로 발매되었다.
참고로 최근에 모바일로 부활한 영웅전설 가가브 트롤로지도 원래는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에서 독립했다.
자, 이쯤되면 제나두가 뭔 뜻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판타지 게임에서 제목으로 써먹을 정도면 뭔가 의미심장하고 환상적인 뜻이 아니겠나 싶은데..
실제 Xanadu는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원나라 제국 전성기...
세계를 정ㅋ벅한 몽골 말박이들은 한족 노가다꾼들을 끌고와
1252년에 현재 외몽골 지역에 도시를 건설했다.
4년 간의 공사끝에 완공된 도시는 원나라의 여름 수도로 지정되었다.
원래는 카이핑, 개평(開平)이라고 불렸지만,
쿠빌라이 칸 집권 이후로는 상도(上都)라고 명칭이 바뀐다.
"칸, 도시가 졸라 멋지긴 한데 이래도 되나 싶슴다."
"뭐 인마, 문제라도 있어?"
"초원에는 오랜 전설이 있지유...
말박이가 말에서 내려서 돌집에 살면 조진다는..."
말을 타고 끊임없이 이동하지 않고, 성안에서 탱자탱자 놀고먹으면 망한다고 그랬는데,
실제 많은 유목민들이 정주문화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마! 그럼 언제까지 초원에서 말똥 태우며 살건데?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으니 그에 맞게 생활방식도 바꿔야지!"
"글킨 한데... 그러다 우리애들이 몽골이 아니라 짱개가 되는 거 아닐지..."
내가 역사에 남을 천년 제국을 만들 테니까 두고 보라고!"
쿠빌라이는 거대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과거 유목민 군주들이 그러했듯이 중국식 행정 제도와 문화를 도입하는 한화 정책을 펼쳤다.
물론 그렇다고 한족들을 완전히 믿진 않았고,
몽골과 색목인들을 우대하는 방식의 다국적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상도 유적...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원나라 전성기에 상도에는 10만의 주민들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하였고,
아름다운 대리석 건물들이 즐비하고, 관아와 궁궐에는 금박을 입혀 비까뻔쩍하였다고 전해진다.
상도의 부유함은 방문자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는데,
마침 멀리 유럽에서 찾아온 마르코폴로가 이와 관련해 기록을 남겼다.
"오오, 궁궐이 엄청나요! 도시 안에 분수와 강이 있고, 거기다 숲과 공원까지!"
마르코폴로는 상도의 번영과 미관에 대해서 감탄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상도는 16마일의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으며,
도시의 기둥에는 금박을 입힌 용이 휘감고 있었다고 한다.
드넓은 공원에는 사람에게 길들여진 매가 200마리 넘게 있었고,
다른 유순한 야생동물들도 잔뜩 있어 마치 에덴동산 같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사슴이 많아 공원의 숲에서 몽골 귀족들이 말을 타고 사냥을 하기도 했다고...
"어떠냐, 폴로야. 우리 몽골의 도시 엄청나지?"
"넵, 유럽 아니 세상 어디에도 사나두와 같은 도시를 보지 못했습니다!"
"사나두가 아니라 상도란다."
"예, 사나두! 기억하겠나이다!"
상도는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상두라고 하는데,
이 이름이 서양으로 전해지면서 사나두, 제나두로 변질되었다.
그리하여 상도, 아니 제나두는 동양에 있는 번영한 도시,
부유하고 아름다운 이상적인 곳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번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으니...
"오랑캐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대명천하가 열릴 것이다!"
명나라 3대 개국공신 중의 한명인 상우춘이 북벌 중에 상도를 공격했다. 이때가 1369년...
원나라의 오랜 압제에 고통받았던 한족들은 상도를 철저히 파괴하고 불태웠다.
원 혜종 토곤 테무르는 이때 피신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나의 상도, 대초원을 다스리던 칸들의 여름 거주지.
시원하고 쾌적한 황금씨족의 도시,
팔각형의 흰색 사리탑, 아홉 가지 보석으로 장식된 철 계단,
나는 내가 사랑한 도시의 모든 것을 잃었노라.
아아... 마치 목초지에 홀로 버려진 송아지와 같구나.
(중략)
상도는 파괴되고 버려졌지만, 19세기에도 꽤 많은 유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들이 그나마 괜찮은 유물을 훔쳐가고,
근방 주민들이 건축 자재로 남은 돌과 벽돌도 가져가 써버리면서 현재는 초라한 흔적만 남았다.
하지만 과거의 영화는 멀리 서쪽으로 전해져 유럽의 여행가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19세기 영국 시인 세뮤얼 콜리지는 아편에 취해(...) 꿈을 꾸었다가 꿈에서 본 제나두에 대한 시를 썼다.
이 시가 제나두를 이상향으로 묘사한 가장 유명한 시라고...
현재도 제나두는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 여러 예술매체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1941년 영화 시민 케인에서 케인의 대저택이 제나두인데,
부와 명예를 다 가졌지만 행복하지 못한 케인의 인생을 생각하면
자신의 행복한 이상향을 꿈꾸면서 지은 명칭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영원한 대제국을 꿈꾸며 세웠던 쿠빌라이의 도시는 다소 엉뚱하게 이름을 남긴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