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뚝배기 브레이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2002)에서는 몽둥이로 사람을 존나 후려쳐 죽였다는 양반이 나오는데,

이 아재가 들고 다니는 요상한 곤봉은 실레일리(Shillelagh)라고 하는 무기다.

대략 이렇게 생긴 무기로, 모양은 죄다 각양각색이라 딱히 어떻다고 정의 내리긴 힘들다. 공통적인 특징은 참나무로 만들며 머리쪽에 무게가 실리도록 끝을 무겁게 만든다.

일회용 곤봉이 아니라 두고두고 쓰는 거라서 썩지 않게 하려고 위스키등을 발라 굴뚝에 몇 주 놔둬서 말리는데, 연기로 인해 색이 시꺼멓게 변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엄청 옛날부터 사용되었는데, 그 시절에는 쿼터 스태프처럼 존나 길었다. 그냥 성인 남성은 다 한개씩 들고 다닐 정도로 흔해 빠진 무기였다.

맥주 퍼마시고 취기에 쌈박질하는게 종특이었던 아일랜드 남자놈들은 주먹 보단 이걸 먼저 휘두르며 상대방의 대가리를 터트렸다. 실패하면 역으로 자신이 대가리 터졌으니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따로 없었다.

훗날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영국은 반란 위험을 없애려고 무기 소지를 금지 시켰는데, 쉴레일리도 당연히 금지 시켰다. 그러자 아일랜드인들은 무기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단속에 걸리더라도 '지팡이'라고 우기고 다녔다. 세월이 지날수록 길이는 점점 짧아져서 19세기 쯤에는 한손 곤봉 수준의 모양으로 정립됐다.

물론 길이 짧아졌다고 위력이 줄어드는건 아니었고, 끝부분에 납 같은걸 채워넣어서 데미지는 더 잘 들어갔다.

영국 신사 나으리들이 점잖게 권총 가지고 결투할 때, 아일랜드 촌놈들은 저 몽둥이를 가지고 자웅을 겨뤘다.

지팡이가 신사의 상징이었던 유럽에서는 '지팡이 호신술' 같이 정형화 된 무술도 존재했지만,  쉴레일리는 그딴거 없었다.

존나 휘둘러서 뚝배기 먼저 깨는 놈이 승리하는 거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굶주림을 피해 해외로 이민을 갔다. 물론 이 무기도 같이 들고 갔다. 얘네는 이민 간 나라에서도 싸움 터지면 이걸로 현지주민들 대가리를 깨고 다니는 바람에, '아일랜드인 - 무식한 싸움꾼' 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냈다.

특히 아일랜드계가 많이 이주한 미국 동부에서는 아예 동네 문화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