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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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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삼지창이 쓰인 것은 부여/고구려 건국즈음인 초기 철기시대로 유추하고있어.

이때 삼지창은 어업용 작살, 농사용 쇠스랑을 조금 개조해서 전투에 소량 사용하는 정도였고, 창날도 초기엔 삼지(3개)는 아닌게 많았다고 해.


샘쥐챙.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관동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수렵용 투겁식 삼지창)
 

삼지창은 조선 시대에 어차, 화차, 삼아창 등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임진왜란 당시에 의병들의 주력병기가 되었는데,

농기구, 고기잡이도구에서 발전한 형태이다 보니 추가훈련이 타 병기에 비해 많이 필요가 없었다는 장점이 있었어.


삼지창은 농기구나 병기 외에도 신화의 상징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그리스 포세이돈이나 인도신화의 시바, 불교의 비사문천 등 도 삼지창을 들고 있어.

우리나라 무교에서도 삼지창은 중국의 언월도와 마찬가지로 신의 신성함과 위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며, 사천왕 중 한명이 들고 있기도 해.

(무교는 종교가 없음이 아니고 무당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무속신앙종교를 말해.)


당파.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사극에서 포졸들이나 일반 군병들이 소지하는 것으로 우리가 많이 접하는 당파 라는 삼지창이야.


이 병기는 상대를 찔러 죽이는 용도가 아니라, 상대에게서 자신을 가드하고 속박하는 용도였어.

(찌르는 곳이 3개라 찌르면 3배로 아플텐데?)

(물리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같은 힘을 가하게 되면 외날창이 삼지창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다.)


당파사용법.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위 그림처럼 적군의 창을 삼지창의 창날 사이에 끼워 막고 무력화한 뒤 후방의 아군이 검,도,창 등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거나

본인이 직접 상대 무기를 넘겨 일순간에 다시 찔러넣는 방식의 전투를 했어.

최전방에 위치해야 했고, 막아내지 못하면 바로 죽을 위험이 배가 되어서 병사들 중에서도 용맹하고 담력이 크며 완력이 강한 소수만 사용했지, 평상시 무기로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해.

그래서 이 당파는 이전의 의병들이 쓰던 삼지창과는 달리 강도높은 훈련을 장기간 받은 정예병력이 사용했어.

(여차저차 잘 엮어서 신기전의 발사대로 사용하기도 했대.)


하지만 우리 사극의 영향으로 이 당파는 조선 포졸과 조선군의 대표무기로 인식되고, 심지어 정부에서 주관하는 조선 테마파크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활용돼.


조선관군.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조선 포졸은 당파를 들고 경비를 서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이 당파는 임진왜란 발발 후에 명나라에서 전래된 신무기였기 때문에

임진왜란 이전 시기를 다룬 사극에서 당파가 나온다면 명백한 고증오류야.


역적.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드라마 '역적' 은 연산군 집권기를 배경으로 하였으므로 당파는 고증오류다.)


육룡.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육룡이 나르샤' 또한 조선 건국의 이야기를 다룬 배경으로 당파 등장은 명백한 고증오류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되는거 아니냐? 저런 사소한걸로 ㅈㄹ하지마." 

라고 할수도 있다.


근데말야 2006년에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에서 10대 이상 남녀 5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무려 응답자의 78%가 "사극드라마를 통해 역사학습이 되는것 같다" 라고 답해.

지금은 당시보다 교육의 질이나, 인터넷 자료들이 넘쳐나서 분별을 어느정도는 할 수 있다고 치지만


최수종 형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사극을 하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로 꼽았던 게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그 지역 어르신들께서 장보고가 해적을 토벌하고 발해를 세운 줄 아셔서 앞으로 사극을 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라고 말하셔.


사극이든 퓨전사극이든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된다고 한다면 그런거지만, 모르는 사이에 우리 역사관 정립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거야.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사소한 고증오류에 대해서 더 알아보자.


칼.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춘향전에서 엄청 많이 나왔던 '칼'을 목에 찬 모습이지, 춘향이는 이 칼을 차고 감옥에서 이몽룡을 너무나도 그리워한다.

그런데말야. 이 칼은 조선시대 형법 규정상 여성에게는 씌울 수 없었어.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칼을 씌웠다면 직권남용으로

군왕에게 불려가 파직당했을거야.


주리.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삼국시대, 고려, 조선 을 통틀어 모든 시대를 망라하고 사극에서 죄인은 끌려가 '주리'를 틀리지

(학창시절에 장난으로 대걸레 두개로 따라하다가 뒤질뻔한 적이 있다.)

근데 이 주리를 트는 형벌은 17세기부터 시작됐어. 포도청이나 지방 병영에서 도적을 심문할 때 사용하는 형벌이었지.

'용의눈물' 이나 '육룡이나르샤''불멸의 이순신' 등 조선 후기 이전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주리를 틀어라"라고 명하는 건

시대를 몇백년 앞서간 거야.


사약.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왕족 또는 사대부가 죄를 지었을 때, 임금이 내리는 사형 중 가장 완화된 처벌인 '사약'은 마시자마자

예외없이 모든 사람들이 단 3초 이내에 입에서 피를 철철 토하며 죽어.

샤악의 재료는 비상으로 추측되는데 비상은 삼산화비소를 말하고, 이 삼산화비소는

현재 농약이나 제초제, 살충제, 살서제 등으로 많이 쓰여

즉 피를 토하고 죽는게 아닌 농약을 먹고 죽는 모습이 더 알맞은 고증이지.

일설에서는 생금, 생청, 부자, 게의 알 등을 조합해 사약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게 마시는 즉시 피를 토하고 죽게 하는 독성이

있는지는 의구심을 자아내지.


거기에다 사약을 한잔 들이키고 바로 죽지않는 사람들도 나오게 되는데. 야사에 의하면 숙종 때 송시열은 사약을 한사발 들이키고

죽지 않아서 하나 더 마셨다고 했으며, '연려실기술' 에 따르면 명종의 을사사화에 연루된 한 문신은 사약을 여덟 사발이나 들이키고도 죽지 않아

결국 교형에 처했다고 해.


안장.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정도전' 의 한 장면을 비판한 책 내용, 말의 안장이 1900년대 영국식이어서 올바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주몽 식권.png.ren.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드라마 '주몽'은 규모에 대한 고증에 말이 굉장히 많았다. 2만대군의 식량이 짐수레 4개에 들어간다? 라는 식권 드립 中)
 

불멸2.jp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불멸의 이순신의 수군 모습' 당시 이순신의 수군은 포졸복이 아닌 갑옷을 갖춘 부대가 대부분이었다 라는 사실로 

고증오류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되자 작가진이 '물에 빠지면 갑옷을 입은 사람은 수영하기가 힘드니 저것이 맞다' 라는 식의 반응을 보임)


물론 요새 인터넷정보가 많이 흐르면서 일반인이면서 전문가 뺨따구를 후려치는 전문적인 사람들이 많으니까

사극 작가들로서는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러 '퓨전'이라는 말을 붙여서 밑밥을 깔기도 하게 되는건 맞다.


근데 '사극'을 제작하는 작가라면, 최소한 드라마 당시에 대한 조사를 면밀히 해야되는 의무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불멸의 이순신' 작가 중 한명인 윤 모씨가 강의를 연 적이 있는데,


이순신은 역적의 자손이며, 무과 시험에도 한번 떨어졌고, 32살의 늦은 나이에 겨우 합격했을 정도로 천재는 아니었다, 원리원칙을 지나치게 고집해서 공직생활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라는 병/신새끼같은 말을 해.


우선 이순신이 '역적' 이라는 말은 모 소설에서 나온 허구일 뿐이고, 진짜 역적의 자손이었으면 무과든 문과든 과거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해.

또한 당시 32살의 무과 합격은 늦은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빠른 편이고, (무과가 문과보다 난이도가 낮았다 하나 절대 쉬운 건 아니야.)

더욱이 이순신은 30년동안의 관직 생활 동안 굴곡이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지만 유성룡의 천거와 선조의 무한승진을 바탕으로 순탄하고 안정적으로 출세 가도에 들어간 역사속 인물 중 하나야. 이순신과 함께 무과합격한 28명 중 13명은 아예 관직에 오르지도 못했고, 당상관까지 오른 사람도 6명 뿐이야. 


정도전(무인시대).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정도전'에서 나온 군졸들, 이 복장은 고려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무인시대' 에서도 사용되었다.


천명.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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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png 조선의 삼지창과 사극 고증오류에 대하여
드라마 '연개소문' 에서 재활용된다.


제작비를 주연 선정에 투자하는게 아닌 사학연구에 조언을 구하는 용도로 쓰였으면 더 정밀하고 좋은 사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건 개인적인 바램이야.


글 쓰다가 아버지가 술한잔 하자고 해서 벌컥벌컥 마시고 와서 마치려니 판단력이 흐려질 것 같아 이만할게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댓글로 비방욕설 하지말자. 서로 개인 감정만 소모되고 남는게 하나도 없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출처

https://www.fmkorea.com/index.php?mid=best&search_target=member_srl&document_srl=3123218118&search_keyword=1084422820&listStyle=webzine&page=1 

4 Comments
개주라 2020.10.29 09:01  
잘봣어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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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짱 2020.10.29 09:58  
샤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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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술소녀밍키 2020.10.29 13:26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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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2020.10.29 21:53  
지식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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