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슬래셔 영화의 살인마들 - 3 -
92년의 캔디맨을 끝으로 슬래셔 영화는 일시적 침체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간간히 영화는 나왔으나 지난 명화들의 추억팔이를 노리는 속편이나 TV무비 수준이 많았고 프랜차이즈를 열만한 작품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혜성같이 '스크림'이 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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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데커 박사(Dr. Philip K. Decker, 1990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심야의 공포 시리즈(=나이트브리드 시리즈)
괴물이 착한놈이고 사람이 괴물 연쇄살인마(?)인 기상천외한 작품.
이게 왜 제목이 심야의 공포로 개명되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아시는 분은 덧글로...
러브크래프트가 한창 전성기 일무렵 등장한 원작 소설이 기반. 죽었으나 나이트 브리드의 일원에 합류해서 꿈의 세계에서 나이트 브리드 몬스터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살던 주인공. 나이트 브리드를 모조리 척살하려는 데커 박사의 계략에 휘말려서 나이트 브리드와 현실을 잇는 가교가 되어버리고 나이트 브리드들과 함께 데커 박사와 군인들에 맞서서 어둠의 세계를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기상천외한 작품이지만 꽤 큰 소설을 2시간짜리 영화로 옮기다보니 엉망진창이 되었고 감독판은 그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개연성이 부족하다. 이 작품은 결국 TV 시리즈화 되었으며, 사실 소설을 보는 것이 가장 낫다.
데커 박사는 말 그대로 인간이다. 마스크를 썼을 뿐이며, 인간 치고는 제법 강한 편이지만, 나이트 브리드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이트 브리드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붙잡아서 고문하여 나이트 브리드를 죽일 방법을 캐낸 후 그것을 바탕으로 학살에 돌입한다.
짱짱쎈 킬러 혼자서 움직이는건 초중반 도입부 정도 뿐이며, 기실 전투력은 작중 주요 선역인 나이트브리드에 상대가 되지 않기에 중후반부는 슬래셔물이라기보단 인간의 군대(라고 해봐야 다섯명 정도밖에...)와 나이트 브리드 군대(라고 해봐야 열명 정도밖에...)가 싸우는 구도에 가깝다. 최후반부는 데커 박사가 칼을 마구 휘두르며 나름 슬래셔물로 돌아오긴 한다.
슬래셔물인지 아닌지 진위판단은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좋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 다만 소설이 덕에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추천하는 작품은 나이트 브리드 소설... 소설을 읽으세요.
영화는 글쓴이가 온갖 처참한 분장을 지켜보는 괴로움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저열한 연기를 견디며 괴롭게 봤으니 님들은 보지 말기를...
22. 고스트페이스(Ghostface, 1997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스크림 시리즈
"Hello, Sidney?"
몰락해가는 슬래셔 영화 계를 부활시킨 희대의 캐릭터.
본격적으로 스플래터(잔인한데 웃김), 슬래셔(잔인한데 소름끼침), 고어(잔인하고 끔찍함)의 경계를 허문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세가지 요소가 모두 의도적으로 녹아있다. 사실 저 세가지 요소를 이 영화만큼 기차게 녹여낸 작품도 드물다.
'도망치다 보니 그곳이 막다른 곳' 에서 '막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다' 로 전환한 작품으로, 실제로 탈출 가능한 이동경로를 모두 막아버려서 희생자를 외딴길로 유도하는 지능적인 살인수법을 자랑한다. 도입부에서 극 중 캐릭터들이 <공포영화의 법칙>을 거론하면서 공포영화 속 캐릭터들은 한심하다고 비웃는데, 결국 모든 사항이 결국 뒤집혀서 스크림 작품 내 캐릭터들 스스로가 그들이 비웃던 과거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움직이다가 죽어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런 부분이 스크림의 매력.
또한, 스크림 시리즈의 매력은 상황이 반드시 살인마에게만 불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드시 생존자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 예를 들면, 개구멍으로 탈출하려는데 몸이 구멍에 끼어버려서 잡혀 죽기도 하고, 반면 다 잡은 줄 알았는데 벽장이 무너져서 놓치기도 하는 등 상황 변화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
또다른 특징으로는 슬래셔물 치고 킬러의 전투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것. 생존자들도 얼마든지 두들겨 패고 달아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며 물품을 집어던질때 아파서 애처롭게 팔을 허우적 거리는 것도 특이하다. 물론 살인마 답게 맺집 하나는 뛰어나서 금새 일어나 쫒아오긴 하지만...
프롬 나이트가 제시했던 "범인은 누구?" 라는 개념을 극대화 시켜서, "우리 중에 범인이 있어, 그런데 그게 누구?" 라는 추리물적인 요소를 가미한 점도 특이할만한 점. 이후 이쪽 계열 장르를 MTV 슬래셔 영화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할로윈'이 슬래셔 장르의 모든 것을 제시했다면, '스크림'은 슬래셔 장르의 틀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짚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추천 작은 단연 1편, 2편, 그리고 2011년도 작인 4편. 3편도 나쁘지는 않다. 현재의 시점에서 봤을때 가장 재미있게 볼만한 시리즈.
23. 도킹 가이(Docking Guy, 1997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알고 있다 시리즈
피셔맨 킬러(Fisherman Killer) 라고도 한다.
사실 제목이 매우 유명하다. "나는 네가 XX한 것을 알고 있다" 라는 문구가 보이면 100% 이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 요즘은 저런 문구가 보여도 아무도 알아보지 않고 관심도 없어서 좀 아쉽긴 하다.
'문 틈 사이의 갈고리 손' 이라는 매우 유명한 도시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 미묘하게 스크림 시리즈와 비슷하게 개봉했으나, 압도적으로 비교되어서 묻혔다.
슬래셔 영화에 당대 하이틴 스타들을 입힌 작품으로 슬래셔 영화로서는 평이한 수준이다. 스크림 식의 MTV 슬래셔물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분류해도 어색하지는 않다.
스크림의 아류작이라는 악평을 받았고, 평론가의 평가도 팬들의 평가도 좋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 주요 여캐를 연기한 제니퍼 러브 휴이트와 사라 미셸 갤러의 리즈시절 미모와 몸매 덕에 영화가 흥행을 성공했다. 스크림과 이 작품의 연이은 메가힛트 덕분에 MTV 슬래셔 영화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나름 의미는 있는 작품. 이 작품자체도 4편까지 나오면서 상당히 흥했다.
도킹가이는 전형적인 슬래셔 영화의 살인마 캐릭터를 따르지만, 조금 미묘한 강함과 애매한 맺집을 가지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정체가 밝혀지고서는 얼굴을 까고 대면하는데 이때 보여주는 전투력이 특히 어정쩡한 수준. 스크림의 고스트 페이스보다는 우월한 전투력을 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수준이다. 그런 주제에 자꾸 엔딩씬 무렵에 얘를 악령같이 취급해달라는 암시가 곳곳에 보여서 외려 격이 더욱 떨어진다. 더군다나 확실하게 킬을 따지 않는 어설픔을 보이기도. 1편에서 남주는 원래 다른 슬래셔물이면 확인사살 당해서 죽었어야 정상이다.
추천하는 영화는 1편. 굳이 추가하자면 2편까지.
사실 도킹가이는 꺼지고 리즈시절 제니퍼 러브 휴잇이 이 영화의 알파이고 베타이며 오메가다. 따라서 제니퍼 러브 휴잇이 빠지는 3편부터는 볼 가치도 없다.
24. 삐에로(The Clown, 1999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미드나잇 클라운
원제는 The Clown at Midnight. 원제로 할거면 원제로 하던가 아니면 한밤의 삐에로로 완전히 번역을 하던가 왜 굳이 저런 요상망측한 이름으로 한국에 퍼트렸는지 알 수 없다.
1982년 등장한 토브 후퍼 감독의 명작 '폴터가이스트' 이후 삐에로가 은근 무서운 이미지를 띄게 되었는데, 그것을 슬래셔 살인마로 차용한 영화 되시겠다. 역시 MTV 호러의 장르를 충실히 계승해서 누가 범인인지가 핵심이며, 소거법을 통해 범인을 추려나가는 와중에 퍽퍽 죽어나가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핵심. 반전은 의외이긴 하지만 별 충격은 없다.
삐에로 살인마가 워낙 좋은 소재라서 일단 영화 한번 뜨면 프랜차이즈를 열게 되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그럭저럭 만화도 나오고 그럭저럭 상품도 나왔다.
여담으로 이 작품 포스터에서 삐에로의 포스가 굉장해서, 본 영화보다 포스터가 더 유명하다. 포스터만 보면 정말 다 죽여버릴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본편에서 모습은 짤방에 나오는대로. 그나마 저것도 오싹하게 웃는 장면 골라서 뽑은 것으로 실제로는 표정 자체가 굉장히 어벙하다. 별로 살인할 마음은 없구나 싶을 정도.
추천작은 딱히 없다. 굳이 보고 싶으면 1편.
25. 버진 킬러(Virgin Killer, 2000 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체리 폴스 시리즈
섹스하지 않은 여자만 죽이는 천인공노할 킬러.
처녀인 여자를 죽여놓고 허벅지에 피로 Virgin 이라고 적어놓는 것이 특징. 섹스 못해본 것도 억울한데 죽기까지 하게 만드는 나쁜 녀석이다. 제목인 체리 폴스(Cherry Falls)는 은어로 처녀막 파괴;;; 라는 의미.
이 한적한 마을은 저 살인마 때문에 성적으로 문란한 아이들은 오히려 안전한 아이, 범생이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로 인식되고 급기야 여자들이 모여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처녀성 상실 페스티벌"까지 계획하게 된다. 으어어...
실로 기가막힌 설정인데, 이런 참신한 미친 설정을 감독이 짠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처녀성에 대한 집착을 비꼬기 위해서였다고.
상술한 스크림이 불을 지핀 MTV 슬래셔 장르의 총아 중 하나. 설정에 대한 호불호는 젖혀두고라도 일단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게 뽑혔다. 설정에서 단박에 느낄 수 있듯이 여자들이 적당히 벗고 꺅꺅대고 피칠갑하는 영화. 설정 자체가 완벽하게 B급 슬래셔 영화를 찍기 딱 좋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흘러가도 이상하지 않아보인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다. 정작 영화 전개 과정 자체는 딱히 설득력 있지는 않지만.... 사실 여기까지 완벽한 슬래셔 영화는 많지 않아서.
살인마 비주얼이 보다시피 꽤나 압도적인데,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내린 머리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폼을 보고 있으면 1998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켰던 나카타 히데호 감독의 호러 영화 '링'이 절로 떠오른다. 분명히 영향 받은 듯.
추천작은 딱 1편 하나 뿐.
26. 펜싱 마스크(Fencing mask, 2000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캠퍼스 레전드 시리즈
원제는 Urban Legends 인데 왜 시리즈명이 저렇게 개명되었는지는 불명. 아는 사람은 댓글로 알려주길 바란다.
원제를 한역하면 '도시 전설'
1998년에 나온 1편은 한국인들 보기엔 믿기 어렵지만, MTV 호러물 가운데 팬덤이 두터운 작품으로 꼽힌다. 이건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데, 사실 살해 수법이 제목대로 온갖 도시전설이기 때문이다. 영미권 도시전설을 잘 모르는 한국인 입장에선 뭐여? 싶지만, 영미권 관객 입장에선 자신들이 쑥덕거려왔던 도시전설 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셈이라... 상당히 좋은 평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이미지의 거품이 다 빠진 현재에는 좋게 보는 평론가도 호러팬도 별로 없긴 하다. MTV 호러물의 유행을 잘 타고 도시전설의 이미지만으로 성공한 작품. 더군다나 1편의 문제라면 도시전설 킬러답게 살인범은 있어도 살인마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없었다는 것.
2차 창작물 팔아먹기가 어려웠던지 2편은 마스코트적 킬러로 펜싱마스크를 내세웠지만... 영화가 망했다.
사실 1편에서 대다수의 도시전설을 써먹었기 때문에 메리트가 대거 소거되므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영화가 폭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굴하지않고 시리즈가 계속 나오긴 했다. 물론 계속 망했다. 그 꿋꿋한 근성에 박수를.
어쨌든 펜싱마스크는 기존 슬래셔 무비의 살인마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펜싱 마스크의 위압감이 대단해서, 몰아붙일때 압박감만큼은 상당하다. 좋은 비주얼을 갖추었으나, 전형적인 마이어스과 캐릭터라 내세울만한 장점이 전무하다는건 굉장한 단점. 정체가 들어나고 안면이 까인 상태에선 급격하게 찌질해지고 약해지는 MTV 슬래셔 무비 캐릭터의 약점도 치명적이다.
펜싱마스크 등장은 2편부터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려면 2편은 그냥 쌩까고 왠만하면 1편만 보기를 추천한다. 1편도 지금 눈으로 보면 재미없다 싶을 수 있지만, 그게 2편보다는 낫다. 펜싱마스크란 캐릭터가 2편에 나왔다는 것만 알아둬도 충분하다.
27. 큐피드 마스크(Cupid mask, 2001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발렌타인
2001년에 나온 괜찮은 슬래셔 호러물.
일단 생각보다 기민하고, 무기를 가리지 않아서 상당히 인상깊은 장면을 많이 남겼다. 아이 캔디로는 헐리웃에서 한손에 꼽히는 섹스 심벌이었던 데니스 리차드가 캐스팅 되었는데, 리즈시절 막바지의 그녀의 폭풍몸매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 후반에 큐피드 마스크에서 코피를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 비주얼이 너무 웃겨서;;;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간혹 호러샵에서 이쪽 프랜차이즈 상품을 구입하려고 둘러보면 큐피드 마스크의 피규어나 마스크 가운데 90%는 이미 코피를 흘리고 있다.
상술했듯이 코피 마스크 사건 빼고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
이 살인마는 다른 것보다 상당한 꼼꼼함이 돋보인다. 한 번 목표를 쫓으면 정말 구석구석까지 탐색한다. 또한, 첫 등장 직후 첫 희생자가 나오기 까지의 오프닝 살인씬의 압박감은 클래식으로 꼽히는 고전 슬래셔물의 그것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라면 이 이후부터는 압박해들어가면서 살인하는 씬보다는 기습해서 푹찍하는 방식으로 나가는데, 그럴거면 고어하기라도 해서 관객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서 초반 등장씬에서 끌어올린 이미지를 살려주지 못했다는 것.
그래도 작품 자체가 상당히 괜찮아서, 현대 슬래셔 호러물을 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고 넘어가도 괜찮은 작품이다. 영미권에서 평가하기로는 고전 슬래셔 호러물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1편 참조)과 '병원에서의 대학살'(못봐서 제외했습니다. 죄송합니다)을 곳곳에서 오마주 했다던데 일단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본 사람 입장에선 글쎄....
2차 상품은 꽤 많이 보이지만 영화판은 단 한 작품만 존재한다.
28. 마운틴 맨(Mountain man, 2003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데드 캠프 시리즈
2000년대 들어서 가장 잘 나가는 신규 살인마 집단 중 하나.
원제는 Wrong Turn, 한역하면 "길을 잘못잡았다."
마운틴 맨은 돌연변이 일족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각각 개성이 굉장히 특이하며, 별칭도 각각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나오는 3인방은 Three Finger, One Eye, Saw Tooth 이며 이 중에서 활을 쓰는 Three Finger가 가장 대장격. 그 외에도 Three Toe 라던가 Sally Hilliker 같은 다른 형제들도 존재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과 힐스 아이즈를 적당히 섞어서 매력적인 악당을 만들어냈다. 정통 슬래셔물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루트를 따르고 있으며 단지 악당들의 개성만이 존재한다. 한 사람이 모든 무기를 잘 다루는 기존 슬래셔물과 다르게 각각 전문 영역이 있다는 것이 특징.
정석을 밟은 작품답게 다음 장면이 뻔히 예상되지만, 그만큼의 부족분은 고어한 장면으로 채운다는 클래식한 사고방식. 그런데 이게 연출과 맞물려서 기가막히게 먹혀 들어갔고, 마운틴 맨의 캐릭터성과 엘리자 더쉬쿠, 데스몬드 해링턴의 호연이 겹쳐지면서 근사한 하이틴 슬래셔물로 완성되었다. MTV 슬래셔 장르가 더이상 먹혀들어가지 않자 올드 슬래셔물로 원점 회귀한 것이 오히려 대박이 난 것.
대신 그만큼 평론가들에겐 참신함이 없다고 까인다. 하지만 호러팬들이라면 한번쯤 짚고 갈만한 작품이기도.
일단 Three Finger은 굉장히 빠르게 캐릭터가 완성되어서 시리즈 내내 깊은 인상을 준다. 거의 로빈 훗 급의 활잡이로 쏘는 것 마다 백발백중. 적어도 다리라도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해체는 One Eye가 주로 담당하며 여튼 완벽한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음이 1편부터 잘 나타나 있다. 오히려 4편 즈음부터 캐릭터가 불분명해지면서 뭉개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
추천하는 작품은 1편, 2편. 망조가 든 작품은 3편이며, 4편 부터는 대책없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5편과 6편은 그야말로 쓰레기. 특히 6편 꼬라지를 보면 아무래도 이 작품도 한동안 묻힐 것으로 보인다.
29. 직쏘(Jigsaw, 2004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쏘우 시리즈
"Game over!"
2000년대 최고의 슬래셔 살인마
슬래셔를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한 작품. 슬래셔의 고어한 면에 집중해서, 스토리에서 관객을 떼어내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을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으로 전환시키는 수법으로 일약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영화.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특기할만한 것은, 초반부 잠깐 보고 후반부 잠깐 본 사람이나 영화를 대충 넘겨본 사람은 쉽사리 이 작품에 반전을 맞춘 반면, 영화에 집중하는 사람 가운데 슬래셔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살인방식과 희생자들의 선택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반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점이다.(물론 슬래셔를 즐기면서도 반전도 쉽게 맞추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호러 영화 팬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든 수작. 이후 시리즈가 졸작이라 일부 평론가들은 1편까지 평가절하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1편과 2편은 이후 시리즈와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또다른 볼거리는 직쏘의 끔찍한 살해 수법. 슬래셔 물/고어 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반전이야 아무래도 좋고 이 살해 수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
다만, 이런 살해 수법으로 판단을 흐려놓는 것도 먹히는게 한두번이라... 이후 시리즈에서 쏘우의 수법을 꿰뚫은 쏘우 광팬들이 살해 방식에도 밋밋해지고 반전도 너무나도 쉽게 캐치하게 되면서 점점 실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그 부분을 벌충하기 위해 점점 더 고어한 살해방식을 개발하는데 촛점을 맞추게 되고 플롯은 점점 허술해지면서 시리즈의 평가와 흥행이 같이 추락하게 된다.
어찌되었던 직쏘 자체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 장치를 설계해놓고 차마 떠올리기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여 선택하는 작중 캐릭터와 그 안타까운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 모두를 멘붕시켜버리는 위엄을 선보인다.
즉, 직접 다가와서 푹찍퍽퍽억!윽! 하는 기존의 슬래셔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장치형 살인마이자 지능형 살인마. 치밀한 계획과 설계를 통해서 희생자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희생자가 어렵사리 택한 선택도 마치 너 그럴 줄 알았다는 느낌이 짙다. 따라서 직쏘의 트랩에 대한 작중 캐릭터의 선택은 거의 항상 최악의 결론으로 달리게 된다.
소위 직쏘의 '게임'에 걸려들면 그 게임의 선택부터 결과까지 이르는 게임의 모든 부분이 트랩에 갇혀 선택을 하는 극중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선택과 결말을 지켜보는 관객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이 바로 살인마가 설계하는 게임을 진정 무섭게 만드는 요소. 유명한 대사 "게임을 하나 할까?",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 이 두 대사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는 시리즈를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듯.
사실 원본대사는 더 무섭다. 제안도 아니고 나 (너 가지고) 게임 하고 싶다라서... "I want to play a game.", "Let's begin."
선택권도 없다. ㄷㄷㄷ
추천 작품은 1편과 2편. 3편부턴 꽤 많이 몰락해서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은 유지하긴 한다. 2017년에 쏘우 시리즈 새 신작이 나온다고 하니 쏘우 팬들은 기다려 보자.
30. 보/빈센트 싱클레어(Bo Sinclair / Vincent Sinclair, 1933년 첫 등장) - 프랜차이즈 : 하우스 오브 왁스 시리즈
사실 1933년 Mystery of the Wax Museum 에 첫 등장했고, 1953년 House of Wax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지금 뒤늦게 올린 이유는 앞서 나왔다는 두 작품은 본 바가 없고;;; 이 문서는 2005년 개봉된 작품을 말하는 것으로 이미 프랜차이즈 세번째 작품이며, 리부트 작품.
패리스 힐튼이 나와서 죽는 영화로 아주 유명하다.
당시만해도 재수없는 여자의 표본이었던 패리스 힐튼인지라, 패리스 힐튼이 죽는다, 엘리사 쿠스버트가 나온다. 이 두가지 명제만으로도 영화가 흥행에 어느정도 성공했을 정도. 하지만 흥행과는 별개로 망한 영화를 꼽는 골든 라즈베리에서 3개 부분 수상이라는 개망신을 당하면서 다굴을 맞아서 후속작은 나오지 못했다.
영화는 어처구니 없을정도로 엉망이지만, 도입부의 분위기와 왁스로 이루어진 마네킹(사실은 속에 사람 시체가 있다.)으로 가득한 마을이 자아내는 음산한 분위기만큼은 일품이다. 슬래셔물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고전 작품이 흥할 수 있었던 것도 필시 마네킹의 산과 폐기된 마네킹이 주는 기괴한 분위기 때문이리라.
특히 영화 초중반 전개는 기존 슬래셔물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살려달라고 하수구에서 간신히 뻗은 엘리샤 쿠스버트의 손가락을 보 싱클레어가 남주보다 먼저 눈치채고 니퍼로 잘라버리는 장면의 임팩트는 압도적.
문제는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부터 엉망진창이며, 살인마와의 전투와 탈출이 하나같이 병신이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양초 촛농이라도 몸에 닿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녹아내릴정도로 고온에서 왁스를 온몸에 뒤덮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주인공들을 보면 피부가 강철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
나름 살인마 2인조 가운데 지캐 역할을 맡은 보 싱클레어의 헛짓거리는 초반부의 교활함이 이해가 안될정도로 한심한 수준이며, 힘캐를 맡은 빈센트 싱클레어는 높은 전투력을 가지고 허우적대기만 한다.
엔딩씬에서 사람을 물어다 주는 역할을 맡았던 레스터 싱클레어가 죽지 않고 무사히 남아서 미소를 지으며 구급차를 타고 가는 주인공들에 손을 흔드는 장면은 이해불가다. 뭔가 후속작을 만들고자 감독이 넣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상식적으로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잡혀갈 새끼라서 이 녀석은 그냥 지능이 낮은건가 의심될 정도.
이렇듯이 영화는 엉망진창이지만 초중반의 분위기는 이후의 병신같은 전개가 아까울 정도로 보아둘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