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혹은 세상의 인식을 바꾼 테러들
1914.06.28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대공의 부인 조피를 '젊은 보스니아'라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조직에 속한 가브릴로 프린치프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속칭 사라예보 사건이라고 일컫는 이 사건의 결말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집니다.
1933.02.27, 네덜란드 출신 공산주의자 마리누스 판 데르 루베는 자신이 이 사건을 혼자 일으켰다고 했지만
당시 독일의 총리는 이를 공산주의자 전체의 음모로 여기고 확산시켜서 곧 있을 선거에 이용합니다.
그 결과 해당 총리가 지원하는 당이 다수당이 되었고, 이를 통해 국회를 배제한 채로 내각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수권법도 통과 시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적극 활용한 나치당은 독일의 대표 당으로 올라섰고, 이 시점에서 총리였던 히틀러는 곧 총통이 됩니다.
1972.09.05
때는 서독의 뮌헨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때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선수촌에 난데없이 괴한들이 침입합니다.
8명의 괴한들은 이스라엘 숙소로 침입, 대부분의 선수들이 도망쳤지만 2명은 사망하고 9명은 인질이 됩니다.
이 괴한들의 정체는 팔레스타인의 검은 9월단이라는 테러 조직이었습니다.
난데없는 인질극에 서독은 경찰 인력을 파견하였지만 이러한 형태의 테러 및 인질극에 대처라고는 경험조차 전무했던 서독 측은 연속적으로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가령 야외에서 잠입 시도 상황을 생방송 중인데 안에서 인질범들이 이 상황을 TV로 뻔히 보고 있었다든가.)
테러범들은 탈출 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요구, 공항까지 인도되었으나 그곳에서도 어설픈 서독의 대처로 인해(비행기 내부 습격 인원이 겁을 먹고 자진 철수 및 전문 저격수가 아닌 경찰들에게 저격을 위한 장비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상황) 인질인 이스라엘 선수 9명 전원이 공항에서 사망하게 됩니다.
테러범 8명 중 5명은 사살당했고 2명은 후에 의문사, 한 명은 현재까지도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세계에는 이른바 테러리즘이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비단 서독 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들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본격적으로 대테러부대가 창설되기 시작합니다.
1980.04.30, 이란 내의 아랍인 독립운동 단체 소속 인원들이 별안간 영국 주재 이란 대사관에 잠입하여 인질극을 벌입니다.
이미 한 차례 유럽에서는 위의 뮌헨 올림픽 테러를 겪은바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게 됩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테러범의 리더는 시간만 길어지자 결국 아바스 라바사니라는 인질을 살해해 버립니다.
결국 영국의 대처는 바로 SAS(Special Air Service)의 투입.
SAS는 위로부터 진입을 하기 시작하여 테러범들을 사살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정이 생각만큼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SAS는 테러범 6명 중 리더를 포함해 5명을 사살, 한 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내게 됩니다.
이 작전 이후 대테러 작전은 테러리스트들보다도 은밀하게, 그러면서도 신속한 제압을 요하게 되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며 MP5, 섬광탄, 방독면은 이와 같은 테러를 상대하는 대테러 특수부대를 상징하는 물건이 됩니다.
AMERICA UNDER ATTACK
선전포고 없는 군사적인 기습과는 차원이 다른, 상상도 못 할 테러로 남은 사건입니다.
소련의 몰락과 폐쇠 사회이던 중국의 개방으로 20세기말, 정치와 체제로 냉전의 최종 승자가 된 미국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떤 적수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 미국을 향해 독을 내뿜는 자가 있었고, 그들은 결코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미국의 심장부를 저격합니다.
미국이 향하게 될 미래 중 하나가 그야말로 이 순간에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강경하게 보복을 외쳤습니다.
몰락하거나 막 태동하려던, 적으로 보였던 러시아와 중국마저도 보복을 외치는 미국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으며 북한조차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심지어 반미를 외치던 수많은 중동국가들조차도. 그리고 기존의 동맹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국과 함께 싸울 의사를 내비쳤으며, 남은 것은 사실상 바람 앞에 촛불 신세가 된 탈레반과 알카에다 뿐이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알카에다로부터 촉발한 21세기 새로운 세계의 혼란이 시작된 것입니다.
유럽에서 또 다시 테러의 암운이 감돌았습니다.
미국이 직면한 사상 초유의 테러에 이어, 유럽의 일상에도 테러가 숨어들어 불이 붙기 시작한 것입니다.
190명 가량의 사망자와 1,8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는 공포로 인해 선거 당시의 국민들 표로 반영되어 결국 스페인은 이라크에서 자국군을 철수시키게 됩니다.
영국도 크나큰 인명 피해를 겪게 됩니다. 그것도 두 번의 테러를 겪게 되었지만 스페인처럼 철수하지는 않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테러와의 전쟁 속 테러리스트들의 마수가 유럽 선진국 대도시에도 뻗치고 있음이 확인되어 큰 두려움을 낳게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는 10년 후, 프랑스를 비롯하여 여러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테러로 재차 확인되게 됩니다.
2006.11.01,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전직 러시아의 요원으로 그는 과거 영국으로 망명한 이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러던 중, 바로 그 날 러시아의 옛 요원 두 명과 만난 이후 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에 갔는데 불과 2주만에 숨지게 됩니다.
그의 몸에서 나온 것은 바로 폴로늄 210이라는 방사능.
이 방사능은 존재 자체가 자연적이기는커녕 생산조차 소량만 가능한 물질입니다.
문제는 이런 고농축 방사능 생산을 개인이 할 리는 없을 것과 리트비넨코의 망명 이유와 그간의 행적,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을 종합해보면 배후는 명확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암살을 넘어서, 대놓고 국가 권력의 개인에 대한 테러로 간주되었습니다.
암살이라고 하여 무조건 은밀한 것은 아니나 배후가 의심되더라도 대부분 심증으로만 의심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지만 이 사건은 기존의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목적이 드러나는 선전 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백한 한 국가의 망명인을 향한 테러였음에도 그 대상이 러시아이기 때문에, 영국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비난은 할지언정 행동을 하지 못하고 그저 물러설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2018.03.04,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의 전직 이중간첩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병원에 긴급후송되었다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들에게서 발견된 독성 물질은 노비초크라는, 러시아만이 보유한 물질입니다. 이로 인해 또 다시 유럽 전체와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이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