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인의 죽음
1926년 어느 일요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행인이 지나가던 노면전차에 부딪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행인이 치어 쓰러진 것을 본 운전수는 그가 부랑자라고 생각하고 길가에 치워둔 뒤 그냥 가버렸다.
몇몇 선량한 이들이 그 부랑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려고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택시들은 그를 병원에 태워주는 걸 거부하고 가버렸다.
세대의 택시를 놓치고 간신히 네번째 택시를 잡아서 이 부랑자를, 병원에서도 거부당한 끝에 작은 병원까지 데려갈 수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이는 자신이 건축가 가우디라고 소개하였다.
일요일이라 자신이 다니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참변을 당한 것.
허름한 옷을 걸친 부랑자가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설계한 세계적 명장,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걸 알고 모두가 깜짝 놀라 그의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더 좋은 병원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
가우디는 그런 사람들을 말리며 이런 말을 남겼다.
"옷차림을 보고 판단하는 이들에게 그래서 이 거지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주게 해라. 그리고 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낫다"
가우디는 며칠 뒤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를 죽게 만든 노면 전차 운전사는 파직과 동시에 구속되었으며, 승차거부한 택시 운전사 3명도 불구속 입건되었다.
결국 택시 운전사 3명과 그의 입원을 거부했던 병원은 막대한 배상금을 가우디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건축은 그가 남긴 미완성 설계도를 해석하느라 늦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