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회장까지 올라갔던 경영자 이야기 -2-
지난이야기.
1978년 삼성에 입사한 현명관은 신라호텔에서 삼성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받아 대표이사까지 오르지만, 이후 이건희에게 삼성시계 대표이사로 좌천을 당하는데....
먼저 삼성시계는 과거 83년에 삼성이 시계 사업에 진출해서 만들어진 회사로, 자체 브랜드로 카파와 돌체라는 제품을 가졌고, 당시 조영구와 최진실이 광고모델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이었고, 삼성시계는 계열사 매출 꼴지에 적자투성이면서도 당시 삼성의 심장인 태평로 본관에 집무실이 있었으며, 연봉 역시도 다른 계열사와 대등하여 인건비부터가 장난이 아닌 상황이었다.
현명관: 모든 일에는 주인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삼성시계는 그런게 없는것 같아요.
내 회사라도 이렇게 운영합니까? 몇년연속 꼴찌인데 그 연봉이 가당키나 해요?
임원들: 우리 역시도 삼성그룹의 공채로 들어왔고,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과 동등한 관계인데요?
현명관: 이제부턴 아닐겁니다. 일단 방부터 빼겠습니다. 태평로에 있는 삼성시계 본사는 좀더 땅값이 싼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성남으로 이전합니다. 공장도 구미사업장에서 같이 성남으로 이전합니다.
다들 이삿짐 준비 하세요.
임원들:??????
현명관: 하세요.
그렇게 현명관은 삼성시계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회사 내 비싼 임대료부터 줄이기 위해 태평로에서 방을 빼고, 구미사업장에서도 방을 빼서 성남에 통합 본사를 만들게 된다.
또한 구조조정도 빡세게 단행한다.
임원들: 아니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월급 삭감은 너무한 거 아닙니까?
현명관: 내 월급부터 먼저 본사에 깐다고 했고, 실제로 삭감했어요.
현명관은 신라호텔 부사장 시절에 받던 연봉보다 더 적은 금액만 받고 일하겠다고 자원해서 임원들 월급도 삭감한다.
그리고 권고사직을 받을때, 일반 사직보다 먼저 처리하면서 퇴직금+자발적 퇴직 프리미엄 퇴직금으로 웃돈을 얹어서 보낼사람은 보냈다.
하지만 임대료+인건비등의 군살빼기를 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삼성시계의 적자는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시계는 이건희때부터 세이코의 무브먼트를 수입하여 삼성시계 대표 밑에 일본인 부사장을 두어서 그들에게 배우라고 오더를 내렸다.
그러나 세이코와의 계약은 불공정한 것들이 많아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세이코쪽이 가져가는 비율이 많았다.
이건희: 하시오.
현명관: 아무리 생각해도 세이코와의 지금 계약은 손해가 큽니다. 누가 이런 호구딜....을 한지는 몰라도, 부품도 전부 세이코산이고 무브먼트도 라이센스비를 내고, 그렇게 조립해서 팔아도 돈은 전부 세이코가 법니다.
일단 이거부터 계약을 바꿔야 합니다.
임원들:??????????? 그거 이건희 회장님이 한 계약인데요?
현명관: 하....여기까지구나, 가슴속에 품었던 사표 꺼내자.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는데.
이건희: 아 그래요? 그래서 나에게 직언한겁니까?
현명관: 네????
이건희: 그렇게 하시오.
이건희는 현명관의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세이코와 결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삼성시계는 자체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는데 주력하는데, 여기서 위에 언급한 삼성시계 돌체 브랜드를 이용한다.
현명관: 삼성시계 임원들 모이세요.
임원들: 이번엔 또 뭡니까?????
현명관: 이제 우리 삼성시계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할때입니다. 9시 뉴스 시보광고 만드세요.
임원들:?????? 네?
시보광고란 뉴스 시작전에 [지금 XX에서 X시를 알려드립니다.] 라는 안내음과 함께 띵! 소리를 내는 그거다.
현명관은 방송국의 9시 뉴스 전에 저 시보광고를 모두 삼성이 따내게 만들고, 거기에 따라 [첨단 기술과 시계 예술의 만남~ 삼성시계가 9시를 알려드립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당시 평균시청률 20%대인 9시뉴스의 시청자들에게 삼성시계를 각인시킨다.
광고모델도 당시에 톱스타인 최진실과 이상우를 기용하였다.
참고로 삼성시계는 사라졌지만, 현명관의 시보광고는 지금도 삼성이 계속 이용한다.
현명관: 휴...이정도면 됐으려나?
현명관은 그리하여 다시 신라호텔로 복귀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을 위해서 신라호텔 임원들과 지방에서 회의를 하는데... 이미 신라호텔에는 그전부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건희: 현 사장. 지금 어디요?
(이건희는 새벽 2시에 전화를 걸었다.)
현명관: 네, 회장님. 지금 신라호텔 미래사업을 위해 지방출장을 나와있습니다.
이건희: 당장 서울로 올라오시오.
현명관:?????? 네?
이건희: 오시오.
현명관: 하.......
어느날 뜬금없이 새벽 2시에 회장 호출이란 말에 현명관은 새벽에 서울에 있는 태평로 삼성 본관까지 차를 타고 간다.
그리고 오전 10시가 되서야 겨우 이건희를 만나게된다.
이건희: 현사장, 이게 대체 뭐요? 직원들을 왜 힐튼에 죄다 뺐겼어? 자네 인력관리를 어떻게 했는데 못버티고 나가는거야?
돈은 돈대로 처바르고, 왜 인재들은 죄 남의 호텔로 뺐기냔 말이야? 이거 어쩔꺼야?
이건희의 말대로 현명관이 신라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자, 당시 대우그룹과 제휴하던 힐튼호텔과, 한화그룹과 제휴하는 프라자 호텔 등에서 수많은 신라호텔 출신들을 스카우트 해갔다. 그리고 현명관이 썼던 돈은 고스란히 마이너스가 되던 상황이었다.
그걸 보고 받은 이건희는 격노해서 출장가 있는 현명관을 새벽부터 당장 올라오라고 부른것...
현명관: 하.....(죽쒀서 개준 꼴이었네.) 조치하겠습니다....
이건희: 무슨 조치? 이 자리에서 당장 말해보시오. 뭘 어떻게 조치하겠나?
현명관: 신라호텔 회사채 발행해서 주식 상장을 하겠습니다.
신라호텔:?????
이것은 현명관이 삼성시계로 발령받기 전 이건희와의 저 대담에서 했던 말로, 실제로 1991년 신라호텔은 '호텔신라'라는 브랜드로 상장하게 된다.
이건희: 현 사장.
어느날 이건희는 또 현명관을 호출한다.
현명관: 네 회장님.
이건희: 지금 당장 하는 일 멈추고 LA로 오시오.
이건희: 오시오.
1992년 이건희는 뜬금없이 호텔신라 대표이사인 현명관을 LA로 오라고 명령한다.
현명관: 하.....이번에는 또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