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38선이 자연경계를 중심으로 재배치되었다면?
다들 아시다시피 광복 직후 그어진 38선은 정치적 이유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게 그어진 선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단점을 내포하고 있었음.
이에 미소공동위원회 예비회담에서 미군정의 존 하지는 38선 철폐론을 주장하는 한편 38도선을 행정구역별로 재조정하자는 제안을 함.
다만 38선을 행정구역별로 조정하자는 제안은 원래 미 국무부가 그 시초였음.
1945년 11월, 미 국무부는 주소대사인 해리만으로 하여금 소련과 협상할 주제 중 하나로 이 문제를 거론하도록 했는데 여기서 "(7) 두 지역 간에 분쟁적인 영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경기도는 전체 미국 지역으로, 황해도는 전체 소련 지역으로 조정함"이라는 조항을 주문했음.
하지가 제안했던 38선 조정안의 본질도 이것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하지는 현 38선은 부자연스러운 직선경계선이니 철폐하고 대신 정치적 계산을 따라 미소 간의 군사분계선을 새롭게 조정하자고 제안했음. 하지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음.
1. 38선 이남에 위치한 황해도 지역을 소련군 사령관에게 이양한다.
2. 38선 이북에 위치한 경기도 지역을 미군 사령관에게 이양한다.
3. 강원도 지역은 행정군계에 따라서 다시 조정한다.
강원도 지역에 대한 조정안은 군 단위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분할방안이 제시되었음.
1. 소련 통치하의 지역: 통천, 평강, 철원, 고성, 인제, 회양, 이천, 김화, 양구, 양양군.
2. 미국 통제하의 지역: 화천, 홍천, 평창, 삼척, 정선, 원주, 춘천, 횡성, 강릉, 울진, 영월군.
이 제안을 요약하자면 강원도의 철원-김화-양구-인제-양양의 남측 외곽선을 소련의 새로운 남방 경계선으로, 화천-춘천-홍천-강릉의 북측 외곽선을 미군의 새로운 북방 경계선으로 선정하자는 것이었음. 이 조정안을 바탕으로 지도에 선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음.
그러나 슈티코프가 이러한 경계선 조정안에 대해 최종적인 답변을 제출하지 않아 결국 38선의 행정구역별 재조정안은 무산되었음.
<"미국무부, 하지의 38선 행정단위별 재조정은 현존하는 도군 단위의 행정 경계선을 기준으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로운 38선 설정이 초래할 어려움을 덜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38선은 어떠한 지형학적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이유로 그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이러한 행정구역별 재조정이 이루어졌다면, 상상의 경계선인 38선의 정확한 위치판정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38선 충돌의 상당부분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정단위별 재조정은 종국적으로 한반도의 분단을 보다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 위험성이 충분했다. 맥큔 역시 만약 행정구역에 근거해 38선을 재조정했다면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분할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전쟁: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 정병준, 돌베개.
171~174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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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하지가 제안한 선과 현 휴전선, 그리고 38선을 중첩시킨 건데 만약 하지가 제안한 선대로 한반도가 분할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과 단점이 발생했을 거임.
장점)
1. 개성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고 개성이 더 안전해짐.
- 38선대로라면 비록 개성 시가지 대부분이 대한민국 땅이지만 그 위의 감제고지 송악산이 북한 땅이라 개성은 언제나 포격의 위험에 처하게 됨. 반면 하지가 제안한 선대로라면 경기도의 자연경계를 따르게 되므로 훨씬 더 안전해짐.
2. 서울 역시 더 안전해짐.
- 기존의 최전선인 개성이 안전해지는데 서울 역시 더 안전해 질 수밖에 없음. 서울이 북한과 가깝다는 이유로 한 때 북한이 심심하면 서울 불바다같은 소리를 지껄였던 걸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이점임.
3. 방어선의 자연화.
- 기존의 38선은 그냥 직선으로 쫙 그은 부자연스러운 선이기 때문에 웅진반도 같은 월경지가 나올 수밖에 없고 상술한 개성 등의 방어가 불리한 지형도 상당히 생김. 하지만 이렇게 행정구역을 활용한 분할은 이러한 상황을 어느정도 해소해 줌. 물론 지금의 휴전선 역시 그렇긴 하지만 이 휴전선은 국군들이 엄청난 피를 흘리며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처음부터 이런 선을 설정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을 것임.
단점)
1. 강원도 상당수가 북한 땅으로 편입됨.
- 미군이 화천군을 얻어옴으로써 면척 자체만 따지면 38선 당시 강원도보다 약간 넓어지긴 했지만 기존 38선이 가지고 있던 양양군의 절반이 죄다 북한 땅이 되면서 강릉이 최전선이 되고 현 휴전선 아래에 위치한 속초나 설악산도 죄다 북한 땅이 되버림. 그나마 화천을 얻어옴으로써 기존 38선의 최전선이었던 속초가 그나마 더 안전해짐.
2. 서해 5도도 북한 땅으로 편입됨.
- 본래 백령도, 연평도 등의 서해 5도는 모두 황해도 소속이기 때문에 만약 하지의 제안대로라면 이 땅들 역시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넘어가게 됨. 현 서해 5도의 지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 지역이 통째로 북한에 넘어간다는 것은 향후 남한에 상당히 큰 위협이 될 수 있고 군사적 도발도 훨씬 잦았을 것임.
3. 방어선 길이의 증가.
- 이 선대로라면 전체적인 방어선 길이 자체는 지금의 휴전선이나 38선보다 더 길어짐. 따라서 이 선을 방위할 병력들의 배치나 숫자 등에서 약간의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음.
38선 vs 현 휴전선. 어느 것이 더 나을까? 그리고 과연 이대로 하지의 제안대로 분할되었더라면 전쟁이 발생하지 않고 현재까지 그 선 그대로 분할이 고착되었을까? 이 부분은 If 역사의 영역이다.
참고사이트: https://cafe.naver.com/booheong/170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