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호크 다운' 속 소소한 설정들
영화 속 레인저 대원들은 총기 멜빵에 군화끈을 따로 묶고 그걸 다시 총에 묶어서 사용한다. 이는 M16A2의 총기 멜빵과 고리가 CQB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임기응변이다. 군필자들은 알겠지만, 저 멜빵은 우리가 군대에서 쓰던 M16과 K2의 구형멜빵과 같다. 총을 어깨에 메고 다닐 때는 편할지 몰라도 각개전투 때는 매우 걸리적거린다. 심지어 M16용은 총기고리가 좌우로 안 돌아간다.
전술사격이 막 걸음마를 떼던 단계였던 90년대 초반에는 사제장비도 거의 없었으며 부대 별로 기존장비를 어떻게든 편하게 써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반대로 델타 대원들은 레인저대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택틱컬한 멜빵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비스한 케이스로, 레인저대원들은 대부분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싸운다. 그에 반해 델타 대원들은 항공기 파일럿들에게 지급되는 노맥스(Nomex)제 글러브를 끼고있다. 사실 레인저 대원들에게도 패스트로프 시 손의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끼는 가죽장갑이 지급되긴 했다. 하지만 이 장갑은 총을 쏘는데 너무 두껍고 불편해서 작중 강하를 끝내자마자 모두 벗어버린다. 주인공인 에버스만 중사는 그나마 짬밥이 있어서 손가락 마디에 테이핑을 했다.
델타 대원들이 사용하는 총에 부착된 레일은 현대의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이 아니라 미특수부대가 70년대부터 사용했던 위버 레일(weaver rail)이라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현재도 존재하지만 피카티니 레일에 밀려 군용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었고 대신 민수용에 주력중이다.
작중 첫번째로 추락한 블랙호크에 직접 들어가 부상병들을 치료해주는 이 군인은 델타포스가 아니라 공군 CCT 소속이다. 미군 특수부대는 타부대간의 인원 이동이 자유로워서 어느 부대에 필요한 인원이 생기면 다른 부대에서 임시 전출형식으로 지원을 가준다. 특히 CAS(Close Air Support)의 일부영역은 CCT만의 주특기라서 타 부대로 파견 가는 일이 잦다. 모가디슈 전투 당시 이렇게 파견된 CCT 2명이 델타 소속으로 싸웠다.
초반 아이디드의 측근인 오스만 아토(Osman Ali Atto)를 생포하는 역할도 현실에서는 델타로 임시전출 온 해군 SEAL팀 대원들이 했다.
실제로는 이렇게 대원들 헬멧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이는 영화적 허용으로, 감독 리들리 스콧이 '관객들이 보기엔 머리 빡빡 밀고 군복 입으면 죄다 그놈이 그놈'이라면서 구분하기 쉽도록 이름을 적도록 했다.
이완 맥그리거가 맡은 그라임스(Grimes)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인물이다. 대신 존 스테빈스(John Stebbins)라는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다. 실제로 행정병이었고 취미가 커피 내려마시기였다고 하며, 영화개봉 당시에는 아동성추행(!) 혐의로 30년형을 받고 복역중이었다.
윌리엄 피츠너(William Fichtner)가 연기한 델타소속 샌더슨 중사 역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이 인물의 모티브가 된 사람은 델타포스 출신 폴 하우(Paul howe)다. 참고로 이 양반의 장인어른이 무려 델타포스의 창시자인 찰스 베크위스(Charles Beckwith) 대령이었다. 장인 빽과 실력으로 델타포스와 미특수전 역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작중 레인저 대원 한명이 M72 LAW로 반군 테크니컬을 격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도 미군들은 M72를 챙겨가긴 했으나, 이 무기가 너무 가벼워서 군장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쓰질 않았다고 한다.
측면에서 날아온 RPG 탄두가 트럭 운전병 몸에 박히는 장면. RPG의 신관은 생각보다 불발률이 높다. 실제로 저 운전병은 2시간 이상 생존했으며, 기지복귀 후 수술 도중 사망했다.
작중 생포 당하는 블랙호크 파일럿 마이클 듀란트는 영화에서는 추락했을 때 혼자 생존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추락 직후에도 승무원 전원이 생존해 있었으며 반군들의 공격에 하나 둘 씩 전사하고 델타포스의 랜디 슈거트와 게리 고든이 구하러 왔을 때는 듀란트 혼자 살아있었다.
작중 미군과 싸우는 소말리아인들은 두 분류로, 아이디드 직속 민병대와 모가디슈 시민들이다. 참전용사들의 증언으로는 이들이 확실히 구분되었다고 한다. 아이디드 파 민병대들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서 대단위로 움직이며 조준사격을 했던 반면, 일반 시민들은 마약성 식물인 까트(Khat)를 씹은 채로 무조건 난사+닥돌을 했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이 전투에 참전한 이유는 단순히 '갑자기 양키들이 쳐들어와 온 동네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다니니까 빡쳐서'였다. 지역민심을 개무시한 미군의 중대한 실수인 셈.
애초에 총 책임자인 개리슨 장군은 미 국방장관 레스 애스핀(Les Aspin)에게 C-130 건쉽과 M1에이브람스 전차를 비롯한 중화기를 요청하였다. 하지만 냉전 종료로 국방비 지출을 줄여나가야 했던 상황에서 애스핀 국방장관은 이 요청은 전부 거절했고, 이후 책임을 물어 즉각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