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한신 - 예전과 최근의 평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인물
초한전쟁 시기 유명한 명장 한신
거의 한 10년 ~ 15년 전쯤만 해도 인터넷에서 초한지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한신은 불쌍하고 억울하고 아쉽게 꺾인 불세출의 인물, 이런 식으로 묘사가 자주 되었고
반대급부로 한고조 유방은 악질 쓰레기, 무능력한데 운빨 좋은 놈, 한신 덕 봐놓고 숙청한 말종식으로 언급이 자주 되었음
이건 초한지 이야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역사보다는 '소설' 초한지와 이를 바탕으로 한 만화, 영화 같은걸 보고 이야기 했기 때문
그러나 근 10년 사이에 초한지 관련 인터넷 논의도 소설보다는 실제 역사서인 '사기' 나 '한서' 등에서 자료를 취하게 되면서
기존에 널리 퍼진 낭설도 여럿 파기되고
(한신 왕족설, 팽성대전 직전 유방이 한신 병권을 빼앗고 탐욕 부리다가 당했다는 설)
유방 - 한신 관계도 다시 재조명 되면서
'아무것도 없는 놈 바로 대장군으로 만들어준 유방'
'얼마전까지 알지도 못하던 놈에게 피같은 군사 맡겨서 원정 보낸 유방'
'혼자 항우의 전중국 최강 정예병력 상대로 버티면서 그 와중에 한신에게 부대 맡겨 내보낸 유방'
'그런데 유방 본인 당장 뒤져갈 지경인데 도움 받고 싶으면 제나라 왕 시켜 달라는 한신'
'유방 역이기 보내서 제나라 항복 시켰더니 자기 공 욕심으로 역이기 삶겨죽게 해버리고 강제로 전쟁 벌인 한신'
'항우 잡자고 날짜까지 잡았더니 정작 모이는 날엔 안모여서 유방 혼자 출정 했다가 개털리고 땅 준다니까 그제야 온다는 한신'
이런 면모들이 재조명 받으며
"죽을만 했다"
"죽여라달고 사정하는 수준이었다."
"내가 유방이었어도 이 씹쌔끼 좆같아서 죽였음"
"솔직히 그 정도면 유방이 진짜 많이 봐준거"
이렇게 평가가 많이 바뀜
한신 행적 보면 인간이 좀 악랄하거나 아예 인정이 없거나 그런건 아닌데
하는게 보면 사람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소인배스러움
야심이 아예 없는것도 아닌데 막상 저질러버리자고 옆에서 하면 "그래도 유방이 나에게 잘해주긴 했지..."
그러면 열렬하게 충신처럼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또 그래놓고 막상 공은 탐나서 왕 시켜달라고 징징
종리말한테 덕을 베풀어서 숨겨준다고 하더니
자기 위험해지니까 당황해서 종리말 찾아가서 넌지시 죽어주면 안된다는 식으로 하니 종리말 빡침
모든 직책 뺏긴 뒤에는 유방이 무서워서 두문불출 하면서도
막상 다른 공신들 만나면 "내가 저새끼보단 나은데.." 하고 투덜투덜 하는 소리 다 들리게 해서
안그래도 패현 출신들에 비하면 굴러온 돌인 외부인 출신인데 미움 받을짓만 골라서함
역사적인 영웅들 보면 일반인들하고 다른 비범한 면모들이 있어서 맺고끝음이 확실한데
한신한테는 은근히 소시민 특유의 찐따미가 느껴짐....
딱 저 평가가 절묘한듯
자기는 남들에게 장사치 마인드로 왕 시켜줘, 공적 신경써줘 하는데
막상 그래놓고 남들이 자기한텐 인간적으로 대해줄거라고 생각함...
'(고조는) 한편으로는 기뻐했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했다. 且喜且憐'
사실 하는거만 보면 한신 처음 잡았을때 유방이 죽여버려도 이상하지도 않고
한신 죽일때도 외척인 여후 - 공신인 소하 - 장량 등등 죄다 엮일 정도로 한신 조정에 적도 많았는데
유방은 한신 제나라왕 일때 잡았다가 초나라 왕 시켜서 목숨 붙여주고
초나라 왕 시켰다가 또 잡았을때 회음후 시켜서 목숨 붙여주고
자기 어디 떠난 사이에 계속 어물쩡거리면서 망설이는 유방 대신에 여후가 대신 한신 죽여버리고
그 이야기 보고 받고 그 와중에 '기뻐하면서도 또 안타까워했다' 는거 보면
유방은 한신 죽여야 되는데 이 새끼 아깝기도 하고 인간이 불쌍하기도 해서 끝끝내 망설인 느낌... 많이 참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