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사건
는 신생대 에오세 초기는(약 5500만~5000만년 전)에 인도 판이 아시아 판과 충돌한 사건.
좀 더 정확하게는 인도-오스트레일리아 판이 아시아판과 아프리카판과 충돌한 것을 뜻함.
이 사건으로 인해 동아프리카에는 에티오피아 고원을 비롯한 고원지대가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이전까지 나무를 타고 다니던 유인원들을 초원으로 밀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함.
위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동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 영역은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에 의해
공급되는 습기 때문에 열대 우림이 형성되어있었음.
하지만 이 인도양에서 들어오는 무역풍을 새롭게 형성된 동아프리카 고원 지대가 차단했고
보는 것과 같이 동아프리카와 중북부 사헬지대에 스텝기후가 형성되게 됨.
원래 인도양에서 공급되던 비구름이 동아프리카 고원을 넘지 못하고 그 앞에서 비를 다 쏟아내서
흔히들 말하는 비그늘 현상이 발생되어
중부 아프리카 및 북부 아프리카에 건조한 공기만 유입되어 나무가 다 사라지고, 건조한 초원이 펼쳐지게 된 것.
(인류의 조상 중 하나라고 추정되는 아르데피테쿠스 라미두스의 모습. 학명을 번역하자면 '뿌리의 바닥 유인원'이라는 뜻. 원래 나무를 타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추정되지만......)
위에 열거된 지질학적 사건 때문에 이 일대의 열대 우림지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던, 유인원들에게는 난리가 나게 됨.
갑자기 삶의 터전이었던 나무들이 사라져서 철거민이 된 데다가, 심지어 원래 적응해서 살던 환경과는 생판 다른 초원에서의 생활이 강요되었기 때문.
물론 갑자기라고는 해도 지질학적 시간으로 갑자기라 최소 몇 만년에서 수십 수백만년을 뜻함.
이렇게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유인원은 여러가지 형질을 새롭게 발현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직립보행임.
나무를 탈 때와는 달리 초원에서는 넓은 시야가 생존에 유리하게 되었는데, 이 때에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일반적인 네발 짐승들은 전체적인 덩치를 키우는 식으로 진화했지만
원래부터 반 직립을 하고 있던 유인원들(특히 인류의 직계들)은 꼼수를 써서 앞발을 계속 들고다니는 식으로 시야를 확보했던 것.
물론 이 과정 중에 덩치 자체가 커지긴 했음.(당시 유인원의 신장이 120~150센치였던데 반해 지금은 160~180센치 정도임)
그외에 사족 보행에 비해서 이족 보행이 갖는 여러 경제적 이점(전속력으로 달릴 때는 속도가 더 느리지만,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연비가 좋다는 등)이 있었고 인류의 조상들은 이러한 특성들을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시작했음.
나무를 타기에 적합했던 신체가 점차적으로 초원에서의 생활에 적합하도록 변화한 것.
그리고 결국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그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돌도끼와 같은 흉악한 것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함.
한 지각판과 다른 지각판의 충돌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었고
결국엔 생체 지능을 넘어선 기계 지능의 발생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