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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개집망해라 6 7635 5 0

이 이야기는 내가 시골 마을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 마을에는 벙어리 과부가 하나 있었다.

듣지도 못하고, 글도 몰라 가능한 의사소통이라고는 수화뿐이었다.

그 작은 마을에서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마을 사람 전체를 통틀어 그녀와 그녀의 남편뿐이었다.

그런 남편을 여의게 되었으니 앞이 오죽 캄캄했을까.


나는 당시 만 8세였기에 과부라는 것이 무언지도 몰랐다.

그녀가 과부가 되었다는 사실도, 그녀가 남편을 여의었다는 사실도, 모두 이제 와서 짐작할 뿐이다.

마을에서 장례식을 한번 치렀는데, 장례식에서 영정사진을 보진 못 했지만 그 뒤로 그녀는 혼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되는 것이다.

아니, 그 뒤의 일들로 미뤄보건대 그때 그 장례식은 그녀의 남편임에 틀림 없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마을에서는 그녀에게 온정을 베풀었다.

입을 것, 먹을 것, 마실 것 필요한 건 모두 챙겨다 그녀의 집에 쟁여 놨다.

그렇게 그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녀에 대한 괴이한 소문이 퍼지기 전까진...


한 세 달 정도가 지났을까.

점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러 소문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그녀의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집밖으로 갑자기 뛰쳐나와 지나가는 마을 사람을 붙잡으며 삿대질을 해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낙네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여기저기 삿대질을 하고 수화를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지나가던 마을 남자들이 왜 이렇게 소란이냐며 호통을 치고 여인들이 그를 말리며 상황이 마무리 되곤 했다.

어떤 날은 마당에 앉아 꺼이꺼이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곧 죽을 사람처럼 마루에 앉아 기둥에 기대어 멍하니 있기도 했다.

그 결과 그녀에 대한 도움의 손길과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일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냐는 촌장의 물음에 아무도 그러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그건 아닐 거라며 남편을 잃은 충격에 정신이 나간 걸로 단정 짓고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는 이상하리만큼 금방 끝이 났다.


며칠 후 밤.

나는 소변 때문에 잠에서 깨어 뒷간으로 향했다.

그 날따라 유난히 밝은 월광에 속으로 '오늘은 별로 안 무섭네'라며 가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끄으.. 이이익.."

그녀의 집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마당에 새라도 한 마리 들어왔나싶어 장독대를 밟고 올라서 담 너머로 그녀의 집을 보았다.

무언가 보였다.

집 안의 불이 다 꺼져있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루엣이, 마치 나를 향해 손을 뻗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소름이 끼쳐 소변 보는 것도 잊은 채 집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가는 중에도 그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끼이익..! 끄으!"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낮이 되고, 어젯밤 일은 금방 망각하여 마을 아이들과 아무렇지 않게 놀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뛰쳐나와 내 팔을 부여잡았다.

"으으! 으으!"

여지껏 아낙네들에게 해오던 것처럼 나에게 눈을 부라리며 손으로 무언가를 연신 가리켜댔다.

나는 무섭다기보다 급하게 무언가를 전해 듣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별로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그녀의 손 끝을 눈으로 따라갔다.

먼저 담장.

어제 내가 서서 보았던 그 담장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을 가리켰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알 수 없었다.

"아, 이 여편네가 또 이러고 있네!"

그때 마침 아버지가 오셨다.

그녀의 마지막 손 끝은 아버지를 향했다.

그리고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으!"

울먹이는 듯한 그 소리에 나는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젯밤 일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저지하여 집으로 보내고, 수군대는 마을 사람들 소리를 뒤로 한 채 아버지 손을 잡고 끌려가듯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갔을 때 어머니가 밥상머리에서 입을 뗐다.

"옆집 과부 말이에요. 요새 배가 점점 불러온다는 얘기가..."

아버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그런 소릴 왜 밥 먹는데 하고 그래!"

이제 와서 나는 이 퍼즐들을 끼워 맞출 수 있었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다.

그때 퍼즐들을 끼워 맞췄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다음 날 밤.

나는 잠에서 깨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 담벼락으로 몸을 옮겼다.

"끄으! 으윽!"

어제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왜 이 소리에 잠을 깨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턱, 턱 하는 둔탁한 소리가 두어 번 나더니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방 불이 켜지자 그녀가 누워 나를 바라보는 게 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 눈만 쏙 빼놓은 채 담 밑으로 숨었다.

그리고 곧 아버지가 문을 열어 바깥을 살피는 게 보였다.

마을 촌장과 이웃집 아저씨도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둘러업더니 어디론가 향했다.

나는 아버지를 놀래켜줄 심산으로 몰래 따라갔다.


아버지 일행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 속의 연못으로 갔다.

연못에 도착하여 놀래켜주려 나가려는 찰나에 아버지가 그녀를 못에 던져버렸다.

첨벙 하는 큰 소리에 내가 나와도 놀랄 것 같지 않아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그리고 아버지 일행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먼저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이 년 없어진 거 알면 또 여편네들 지랄병이 날 텐데, 어떡합니까?"

"그냥 강도라도 당했나보다 하면 되겠지, 뭐."

"형님. 형님네 형수께선 이 일 대충 눈치 채고 계신 것 아니에요? 형수뿐만 아니라 몇몇 여자들도..."

"에이, X팔! 그냥 강도 당했나보다 하면 된다잖아!"

나는 아버지가 욕을 하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무서워서 나가지 않았다.

그 뒤로 그들은 한동안 말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안 가라앉잖아? 저거 돌이라도 묶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형님?"

"됐어. 어차피 누가 그랬는지도 모를 테지. 알아도 뭐, 어쩔 거야?"

또 그들은 말이 없어졌다.

나는 놀래키기가 무서워져서 몰래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다음 날, 지나가던 아줌마가 얌전한 그녀의 집이 이상했는지 확인차 안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 아줌마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녀의 피로 추정되는 검붉은 피가 사방에 튀어있었고, 이 일로 금방 마을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목격자가 없어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았고, 산짐승에게 당한 것이라고 결론 내리며 회의를 마쳤다.


그 뒤로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 산에 갔다오는 일만 있다 하면 실어증이 생겨 돌아왔다.

그 증상은 며칠이 지나면 돌아오는 사람이 있고, 한참이 지나도 지속되는 사람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지속되는 사람 중에는 귀에서 흰 액체가 나오며 귀마저 어두워지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아예 정신이 나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넋이 나가있기도 했다.

그런 피해자 중 하나가 우리 아버지였다.

결국 산 속에 들어가지 말라며 출입을 제한했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에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말았다.

밤에 몰래 마을 아이들과 함께 산 속으로 가자고 약속한 것이다.


밤이 되고, 산 입구에 모였다.

내가 계획한 것은 아니다.

그 무리 중 제일 나이가 많은 형이 담력 훈련을 해야 한다며 남성성을 강조하며 안 가겠다고 하면 겁쟁이라며 따돌렸다.

대다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서게 됐다.

다 같이 산을 오르던 중, 내 발에 무언가 걸려 '악'하고 소리치며 넘어졌다.

그러자 다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며 마구 뛰어내려갔다.

나는 울먹이며 까진 무릎을 부여잡고 같이 가자고 소리치려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오른쪽에 무언가 아른거려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있었다.

"그때 넌 알고 있었잖아..."

그녀가 말했다.

벙어리였던 그녀가, 그것도 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연못에 던지는 걸 봤잖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릴 수 있었잖아!"

그녀는 가랑이 사이로 피를 흘리며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마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끄으으..! 끄윽!"

벙어리의 신음소리가 뛰는 내내 내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 때문인지 마을 어른들이 다 나와있었다.

나는 그 사이로 마구 달려갔다.

어느 샌가 그 이상한 신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나는 울면서 말했다.

"어어으... 으으..."

하지만 혀가 굳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직감했다.

그녀가 나의 목소리를 가져갔다고...


아버지는 얼마 안 가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고, 나는 어머니와 그 마을을 떠났다.

나는 마을을 떠난 뒤 상태가 호전되어 말이 잘 나오고 건강해졌지만...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난 아직도 혼자 있을 때면 그 소리가 들리곤 한다.

끄으... 으으...

6 Comments
모기라떼 2019.01.15 09:58  
콘돔써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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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2019.01.15 10:33  
실화인가요? 아니면 구라인가요?

실화라면 지금이라도 신고해서 그 아져씨들 잡고, 그 과부는 편히 잠들게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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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팬티아빠 2019.01.15 17:48  
[@세종] 소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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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붕 2019.01.15 18:17  
끄으으으으
별거아니네ㅎㅎㅎ
엄마 몇시에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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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승 2019.01.15 20:39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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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2019.01.15 23:55  
삼룡이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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