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에 대해서 알아보자


증류주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증류(蒸溜)한 술(酒)이다.
증류기술은 기원전 2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초적인 방식으로 실행되었고, 고대 그리스(기원전 1세기경)에서도 이용되었다.
다만 초기의 증류주는 제대로 된 증류기술이 발전하기 전이어서 장기보관을 목적으로 생산되어서 크게 퍼지지 않았다.
본격적인 증류주의 시작은 중동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중세 이슬람의 화학자 자비르 이븐 하이안이 최초의 실험도구를 고안해냈고, 아부 유수프 야쿱 이븐 이샤크 알 킨디라는 화학자가 순수한 알코올을 증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당시는 연금술이 한창이던 시기로, 가장 순수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던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 이슬람권의 전설적인 천재, 이븐 시나에 의해서 수증기 증류법이 발견되고 12세기 경에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증류주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의 증류기는 이렇다고 볼 수 있는데, 알코올의 끓는 점이 78.325°C 라는 것을 이용해서 발효로 만들어낸 술을 끓여서 기화 된 알코올을 다시 냉각시켜서 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술을 초류, 중류, 후류 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각각 헤드, 하트, 테일이다.
초류는 주로 버리는 술인데, 처음 증류되서 나오는 알코올이라서 자극이 강한데다가 메탄올이 강하게 나와서 이걸로 술을 만들었다가는 잘못하면 눈도 멀 수 있다.
중류가 주로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장 안정적인 부분이다.
후류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부분인데, 쓴 맛과 함께 초류와 비슷하게 잡스러운 맛이 나서 역시나 주로 버리거나 한다.
혹은 초류와 후류를 모아서 다시 한 번 증류시켜서 극한까지 효율을 추구하는 방법도 있다.
평균적으로 위스키를 비롯한 서양 술들은 시작할 때 좀 더 높은 도수를 얻기 위해서 한 번 증류한 술을 다시 증류해서 좀 더 도수를 높인다.
스코틀랜드 등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는 보통 2회, 아일랜드 쪽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는 3회를 증류한다.
증류를 여러번 거칠 수록 술의 맛은 좀 더 깔끔해지고 도수는 높아지는 데, 이 깔끔한 것에 대한 논쟁이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아일랜드 위스키들은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서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스웨덴의 퓨리티라는 보드카는 순수성이라는 이름에 맞게 증류를 여러번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17번 증류, 34번 증류, 51번 증류하는 등 순수성에 대한 집착이 어마무시하다.
맛 자체는 정말이지 깔끔한 보드카다. 너무 깔끔해서 몬가...몬가지만.
서양에서는 주로 구리로 만든 증류기를 쓰는 반면에, 한국은 주로 도자기로 만든 증류기를 사용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구리는 한반도에서 존나 귀한 자원이었다.
써야할 곳이 많은데 그걸 술 만드는 기구 만들겠다고 쓴다고? 미친 소리였다.
그럼 서양에서는 구리로 만든 증류기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구리는 연성을 띄고 있어서 변형이 쉽고, 열전도율이 높다는 데서 기인한다.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위스키 증류업자들은 구리가 맛에서도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 하는데, 구리로 만든 증류기를 통과하는 동안 스피릿의 황화합물이 감소해서 더 좋은 맛이 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소주도 요즘은 구리 증류기를 통해서 만드는 데,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것과는 확연한 맛의 차이를 보인다.
단식이냐 연식이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뭐 자세한 건 좀 더 찾아봐야 하니까 귀찮고, 전통적으로 양놈들은 구리로 만든 증류기를 썻다고 알아두면 된다.
여기서 종류나 이런 거 까지 설명 들어가면 길어지니까 여기서 끝!
추가.
참고로 추운 지방에서 쓰는 전통적인 증류법으로, 냉각 증류라는 방법도 존재한다.
알코올의 어는 점이 물보다 낮은 것을 이용해서 추운 날씨에 술을 바깥에 보관해서 얼린 뒤 얼어있는 물은 놔두고 알코올만 추출해내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애플잭이라는 사이더를 증류한 술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올 제거가 제대로 안되서 이 술을 마시고 안면 마비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1800년대 신문기사에 존재한다.
혹자는 딱히 메탄올 성분이 그냥 사이더랑 별 차이가 없고, 신문 기사만 있지 이후 실제 사례가 없어서 구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이스복Eisbock 이라고 불리는 맥주도 이 방식으로 만드는 데, 아직까지 이거 마시고 눈 먼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별 의미 없는 주장인 것 같기도 하다.
현재는 전통을 중시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거의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인데, 단순 증류기를 이용한 방식에 비해서 생산 속도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잭도 요즘은 그냥 증류기를 이용해서 끓여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