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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이 언리얼을 만나면 생기는 일 - 언리얼엔진 5.1 애나모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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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 5.1.0 프리뷰 버젼이 나왔습니다. 기존에 5.0 대의 버젼들에 있던 버그들, 필요한데 없었던 기능들 등에 대한 정말 많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 중 카메라 덕후인 제 눈에 가장 크게 띄는 기능 추가가 있었으니... 바로 애나모픽 카메라입니다. 


 

애나모픽으로 다시 만난 할배,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제가 언리얼엔진을 유용한 필름메이킹 도구로 보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언리얼엔진안의 시퀸서와 씨네 카메라 기능에 대해 배우고 나서부터입니다. 시퀸서는 일종의 종합 편집 툴이라 제가 오랫동안 써왔던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과 인터페이스도 기능들도 비슷한 점이 많고, 씨네 카메라는 실제 촬영용 카메라에 있는 기능들은 물론이고 실제 카메라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여러가지 디지털 기능들도 포함합니다. 하지만 항상 애나모픽 기능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된 것 같습니다. 애나모픽 피사계 심도는 어느정도 된 것 같으니 이제 플레어랑 배럴 디스토션도 주세요 (채찍채찍). 


 

언리얼엔진에서 시퀸서를 켜면 꽤 에펙이나 프리미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애나모픽? 그게뭔데? 라고 하시는 분들도 없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아주 짧게만 설명하자면 애나모픽은 카메라 렌즈의 종류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렌즈와는 달리 세로로 길게 생긴 타원형 모양의 렌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1차대전 때 탱크들의 시야확보를 위해서 발명한 것이 훗날 와이드스크린 시네마에 널리 쓰이게 되어서 오늘날의 영화에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 텔레비젼의 보급 때문에 존재를 위협받던 영화계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와이드스크린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서 유행시킬 때가 있었죠. 


 

세개의 프로젝터를 써서 옆으로 넓게 상영하는 씨네라마도 있었죠. 저도 어릴 때 놀이동산 같은데서 비슷한 걸 본 것 같은데.... 빨리 님들도 그런 기억 있다고 해줘요.... 아재 인증 ㄱㄱ 


그런데 기존의 4:3 스크린에서 와이드스크린으로 전환하는데에 생기는 비용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미 35mm 필름은 널리 보급된 상태였고 이걸 와이드 포맷에 맞춰서 바꾸자니 카메라, 편집/인화 기계, 프로젝터 등등도 같이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차선책으로 택한것이 애나모픽 렌즈입니다. 애나모픽 렌즈를 쓰면 필름에 담기는 이미지가 세로로 찌부러져서 녹화가 되기 때문에 녹화된 필름을 또 다른 애나모픽 렌즈를 통해 프로젝트하면 원래의 와이드 이미지가 다시 넓게 펴져서 상영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필름과 각종 장비는 그대로 쓰고, 카메라와 프로젝터에다가 렌즈만 새로 물리면 와이드스크린이 되니 당연히 대다수의 프로덕션들이 애나모픽 방식을 택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Kowa B&H 애나모픽 프로젝션 렌즈입니다. 얘는 촬영용으로 만든 애나모픽 렌즈가 아니고 프로젝터용으로 쓰던건데 요즘은 프로젝션에 쓸일이 없기 때문에 이베이 같은데서 살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비교적 싼값에 촬영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응? 그러면 지금은 애나모픽이 왜 필요한가요? 라고 물으실 수 있겠는데, 사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저희에게 기능적으로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깨끗한 이미지를 촬영하는데 방해가 되죠. 촬영하기가 비싸고 복잡해지는건 둘째 치더라도요. 그런데도 제가 이렇게 애나모픽에 목매는 이유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새겨진 비주얼 떄문입니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영화관에 대한 환경적 요소들도 있을 것이고 영화자체의 내용에 대한 것들도 있겠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 같은' 비주얼입니다. 영어로 하면 시네마틱 비주얼이 되겠네요.  바로 이 시네마틱 비주얼을 이야기 할 때에 꼭 한번씩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애나모픽 렌즈입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등장해 시장의 황금기와 함께 해온 와이드 스크린과 애나모픽은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였습니다. 제작사든, 상영관이든 어느쪽도 뭐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관객들은 애나모픽 렌즈가 만들어내는 타원형의 빛망울, 세로로 잡아짼듯한 피사계 심도, 가로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플레어, 배럴 왜곡 등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시네마틱 비주얼에 대한 정의와 인식은 시대와 함께 또 다시 바뀌어 나가겠지만 순전히 비주얼 때문에 아직도 애나모픽 렌즈를 애용하는 프로덕션들과 촬영감독들이 많은만큼 앞으로도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을 것 같아 보입니다. 


 

현대에도 애나모픽은 많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심지어 유튜브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 짧게 설명한다고 해놓고 주절주절 길게도 썼네요. 어쨌든 언리얼엔진으로 돌아와서 말이죠.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바로 타원형 빛망울로 대표되는 애나모픽 피사계 심도입니다. 애나모픽 플레어와 배럴왜곡은 이전에도 구현이 가능하긴 했었습니다만 (아직 특화된 기능이 추가되진 않았습니다). 피사계 심도야 말로 애나모픽 비주얼의 뼈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업데이트된 엔진을 받아야겠죠? 에픽 론쳐에서 업데이트 해줍니다. 아직 프리뷰 버젼이라 테스트용으로만 쓰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얼른 안정화된 정식 버젼이 나와서 실제 프로젝트에서 사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단 기본적인 3인칭 템플릿 사용해서 테스트만 해보도록 합니다. 피사계심도가 어떻게 되는지 보려면 빛나는 구체만한게 없습니다. 빛망울이 확실하게 생기기 때문이죠. 카메라를 둘 곳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빛나는 구체를 신나게 배치해줍니다. 실제 촬영에서는 밤에 빛나는 가로등 따위가 이런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이쪽에도 띄워놓고. 


 

다양성을 위해 저 멀리에도 여러개 띄워줍니다. 


 

이제 캐릭터를 전경에 배치하고 드디어 씨네 캠 액터를 불러옵니다. 앞서 말했듯이 씨네 캠 액터 자체는 언리얼엔진의 오래된 기능 중에 하나입니다. 이 카메라 기능에 애나모픽 관련 슬라이더가 추가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메라 디테일 창에 보시면 렌즈 세팅 아래에 Squeeze Factor 라는게 있습니다. 사실 애나모픽 렌즈에도 종류가 있어서 1.33배수 1.5, 1.85 등등 다양한 배수의 렌즈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애나모픽이라고 느끼고 씨네마 비주얼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연코 2X 의 렌즈입니다. 대다수의 헐리우드 애나모픽 렌즈는 2배수를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로 저는 Squeeze Factor를 2로 맞추겠습니다. 



뒤에 빛망울이 타원형이 되었고, 이 샷에서는 느끼기가 좀 힘들긴 한데 뒤에 포커스가 나간 부분이 세로로 길게 쭉 잡아 당겨진 느낌이 납니다. 벌써 꽤나 그럴듯한 애나모픽 이미지가 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자고로 애나모픽 렌즈라면 빛번짐 내지는 플레어가 있어줘야죠. 엔진 자체의 플레어 기능이 있기 때문에 한번 켜봤습니다. 그런데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애나모픽 플레어가 아니라 기존의 원형렌즈 플레어가 켜집니다. 


 

커스텀으로 플레어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찾아보니 컨볼루션 블룸 기능을 사용해서 커스텀 플레어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충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것 찾아서 다운받아서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게 없습니다. 



귀차니즘을 힘겹게 이겨내고 장롱 깊은 곳에서 자고 있으신 분들 오랜만에 깨워서 일 시킵니다. 방을 최대한 어둡게 만들어서 손전등 찍으면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조립해서 들어보는 애나모픽 카메라 릭 무거워서 손이 덜덜 떨리네요. 요새 맨날 컴퓨터에만 앉아 있다보니 운동 부족인 것 같습니다. 어쨋든 힘겹게 몇장 건집니다. 


 

손전등을 써서 찍으니 손전등에 박힌 LED가 여러개라 플레어가 너무 여러개가 생겨서, 핸드폰 플래시로 대체했습니다. 덕분에 케이스 윤곽도 같이 찍혔네요. 허허허 


 

이제 편집을 해야하는데 플레어 텍스쳐는 32비트여야 한답니다. 하면 되지 뭐? 그냥 설정만 하면 되는거 아님? 네... 아니었습니다. 14비트 이미지 찍어서 32비트에 옮겨봤자 32비트가 되는게 아니니까요.... 귀차니즘 이겨냈는데에.... 사진 찍었는데.... 찍은게 아까우니 버리지는 못하고 머리를 싸매다가, 결국에 플레어 사진 가지고 마스크 따서 32비트에 가져가서 색칠하고 지우고, 색칠하고 지우고.... 32비트 싫어요.... 


 

우여곡절 끝에 만든 32비트 텍스쳐 언리얼에 불러왔습니다. 언리얼에 텍스쳐를 불러오면 자동으로 Mipmap 이라는 텍스쳐 최적화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이걸 꺼줘야 합니다. 플레어는 거리에 따라 퀄리티가 바뀌는게 아니니까요. 네? 핸드폰 케이스 윤곽이 아직 잘 보인다구요? 네? 저는 안보이는데요?? 착한 사람은 안보여요 .... 


 

드디어 애나모픽 피사계 심도에 커스텀 플레어까지 추가한 모습입니다.  네? 배럴 디스토션은 안하냐구요? 네? .... 네?? 안들리는데요 네?? 



자세한 단계별 설명 여기 있습니다, 귀차니즘 극복 기념으로 플레어 텍스쳐도 링크 해놨습니다. (한글자막 있어요) 


 

야심차게 썸네일용으로 만든 메타휴먼 보고 와이프가 아줌마 같다고........ 아니 이 사람아..... 거울을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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