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스승의날
중학생 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지내니?'
상당히 오랜만에 온 연락에 반가움도 잠시,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쌤!! 오랜만이에요~ 저는 잘 지내요~' ,
<'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평범한 답. 이대로 무난하게 큰 의미없이 안부를 주고받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대화가 끝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누가 연락해오든 그렇게 끝났으니까. 다단계 영업하는 놈들을 빼고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나 크게 아팠었어^^;'
>'몇년동안 치료하고 얼마 전에 복직해서 다시 일하고 있지~'
걱정이 됐다. 은사님의 건강도, 내 박살난 소통능력으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고민하는 사이 문자가 한통 더 도착했다.
>'다른 애들은 연락도 다 끊겨서 너한테 처음 말하는 거야'
<'아아 안부 한번이라도 여쭸어야 했는데 죄송하네요ㅠ'
>'그냥 아프고 나니까 너 생각이 많이 나더라~ 너가 많이 편한가보다^^'
<'힘드신 중에 절 떠올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ㅎㅎㅎ'
그 뒤로 근황 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방학 중에 한번 뵙기로 약속하고서 대화를 마쳤다.
내가 생각났다는게 조금은 이해가 안됐다. 내 학창시절은 별볼일 없었기 때문이다.
외견으로 또래보다 키가 큰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것도 없었고, 아무튼 썩 좋은 학생은 아니었으니 선생님의 기억에 남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물며 10년 이상 지나며 수많은 제자들이 거쳐갔을 텐데 굳이 내가 생각났다니.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등학교 선생님도 인사드렸더니 날 못알아보고 존대를 썼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의심병이 생긴 걸까. 기억하고 말고를 떠나서 얼마 안되는 좋은 분이셨던 건 분명한데.
다음에 한번 뵙고서 좋은 식사 한끼 대접하며 이 찝찝함을 해소하고 싶어졌다.
사람의 의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음을 깨닫고 하루를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