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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내가씀ㅎㅎ] 100점 짜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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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십니까. 네. 마지막으로 남길 말 말이오? 유언 비슷한거라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다큐멘터리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 마지막을 기록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늙은이 가는 길을 찍어서 뭣 하시려고.. 헛헛, 그래도 들어 보시겠다면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리겠습니다. 사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 생각 했습니다. 수 없이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순간이기도 하고요. 아, 제 숨이 끊어지는 순간을 말 한 것은 아닙니다. 음, 누군가가 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순간이라고 하는게 더 적절하겠네요. 그 동안 저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단 한가지였습니다. 두려움? 그건 아닙니다. 두려움을 느끼기에 이 몸뚱이와 정신은 너무도 닳고 닳은걸요. 분노?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봉사와 이타적 삶은 행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행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청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가시밭길을 걷지 않는 자들을 욕하리이까. 하하, 걱정이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한편으로는 제 육신이 스러진 뒤에 뒤를 이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좀 걱정이 되긴 했수다. 사실 걱정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데, 제가 느낀 유일한 감정은 외로움이었습니다. 나만이 이 가시밭길을 걷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그 지독한 외로움이 이 늙은이의 가슴을 돌이라도 되는 것처럼 답답하게 짓누르곤 했죠. 맞아요, 물론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걸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이미 하나님의 곁에 가서 그분의 종이 되셨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그분의 뜻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 말도 맞아요, 또 저의 뒤를 이어 누군가 이 길을 걷겠죠. 그러나 그가 1년 뒤에 나올지, 10년 뒤에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거기 피디 양반이 후임자로 일해 보.지 않겠소? 허허, 농담이오 농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무렴, 범인이 네메아의 사자 아가리를 찢겠소? 이 일은 하나님이 점지해 주시는거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오. 그래, 내가 처음 이 가시밭길에 들어선 이야기를 좀 하고, 이만 말을 줄이겠소. 노인네 이야기를 들으러 먼길 달려온 건 고마운데 아까부터 목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네그려. 그대들이 돌아가면 좀 쉬어야겠어.
처음 시작은 대략 60년 전이었을게야. 내가 아직 핏덩이일 때지. 그때 난 우연한 계기로 봉사에 눈을 뜨게 되고, 남을 위한 삶 만이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네. 철도 들기 전에 인생의 즐거움을 알게 된 8살의 나는 그렇게 내 첫 과업을 완수하게 되네. 어쩌면 나는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타인을 도왔는지도 몰라. 남들은 봉사의 즐거움을 남과 나누는 것에서 찾는다고 하지만 나는 좀 달랐거든. 나는 사실 봉사하는 것 자체에서 쾌락을 느꼈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섹.스나 마약같은 것이 주는 즐거움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이었어. 어쩌면 그 이전의 인생은 무의미하게 되고, 봉사 없는 삶은 아무런 즐거움조차 느낄 수 없는 메마른 사막과도 같은 것일지도 몰라. 내가 봉사를 하면서,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면서 느낀 것은 압도적 우월감이었네. 자네들은 누군가에 비해 스스로가 우월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젠장, 우리는 모두 사람이야. 피디 양반 옆에 서 있는 음향 감독 자네가 피디 양반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아니면 반대로는 말할 수 있나? 아니겠지. 당연히 아닐걸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월하지 않아. 모두 고만고만한 존재라고. 어쩌면 이 우월감은 이 가시밭길을 걷는 나같은 목동을 위해 그 분이 내리신 유일한 양젖같은 것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나는 그런 우월감으로 70평생을 살아왔네. 누군가는 내 도덕 관념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치들이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다네. 자네들은 내가 도운 이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사해 했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걸세. 아냐, 매스컴으로 보도된 건 내가 한 선행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네. 중간부터 세는건 포기했지만 적게 잡아도 기백명은 될테야. 뭘 그리 놀라는가. 이 늙은이가 평생 해 온 일인걸. 내가 그들을 도운 방법도 매우 기본적인 것들만 공개된게야. 사과? 무슨 사과를 한단 말인가. 사과는 피해입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도운 사람들 중 내 도움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네. 아, 글쎄. 딱 하나. 아니 어쩌면 둘? 그래. 내 과업의 첫 대상이 된 그 고양이는 어쩌면 내게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원래 짐승들은 제게 해가 되는지 득이 되는지도 모르고 하악질을 하게 마련이지. 중단? 무슨 일이야. 내가 한 선행의 극히 일부만 보도되었다는 말 때문에 그러는가? 허허, 참. 그래 마침 나도 졸리는군.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고.

9 Comments
Jungfrau 2019.08.06 10:29  
잘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지도록 편집을 해보시면 더 잘 읽힐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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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관점빌런 2019.08.06 10:31  
[@Jungfrau] 모바일로 써서 그런가봐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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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frau 2019.08.06 10:33  
[@다른관점빌런] 꽤 긴글인데 엔터를 한번만 치신거 같아서요ㅎㅎ 문단이 너무 긴것 같습니다ㅎ
다른관점빌런 2019.08.06 10:36  
[@Jungfrau] ㅋㅋㅋㅋ 그것은 컨셉입니다. 최대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싶었어여
비쥬레이 2019.08.06 11:34  
수다맨인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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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2019.08.06 11:41  
[@비쥬레이] 여기까지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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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름 2019.08.06 11:54  
오옹 나도 봉사활동하면서 이런 느낌일까했던게 나와서 쭉 읽게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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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관점빌런 2019.08.06 12:23  
[@쏘름] http://gezip.net/bbs/board.php?bo_table=free&wr_id=204347
쏘름 2019.08.06 12:29  
[@다른관점빌런] 꺄앙 나 사이코패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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