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취미 > 취미
취미

171106 오늘의 저녁시

조현혜 3 278 5 0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 중 하나인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살면서 슬픔을 느끼는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반대로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살아있음을 나타내주는것 같습니다.
  사진은 시집 맨 뒤에 실린 <세상 끝 등대 2>라는 '시'인데, 시집을 처음 읽을땐 그저 사랑시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진을 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니 상당히 슬프고 쓸쓸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진시'라는게 새롭긴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분명한 메시지와 느낌을 전달해주는것이 문학작품의 일종으로써 손색이 없는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3 Comments
주남 2017.11.06 21:47  
너무 좋네요 어제 알게 된 시인인데 너무 관심이 갑니다 시집구매욕구가...
소진 2017.11.06 22:32  
너무나 좋군요....  개집에도 시인이 많이생겼으면좋겠슴다 ㅎㅎ
트둥이 2017.11.06 22:44  
날이 추워지니 감성 차오른다

럭키포인트 15 개이득

오늘의 인기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