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영상고인물이 경험했던 카메라 이야기
최근에 제가 영상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자주 글을 올리다 보니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이 콘텐츠 아이디어를 받고 어떻게 이야기를 짜야할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제가 초보일 때 뭐부터 배웠고 어떻게 점점 배워나가고 있는지 거의 처음으로 돌아보게 되었네요. 이 경험담을 짧게 요약해서 이야기 하는것이 어설프게 일반화된 교육용 자료랍시고 만드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습니다.
비디오제작에 있어서 제가 걸어온 길이 옳거나 빠르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 같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십몇년동안 흘러흘러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면 시작하는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스스로 쓰기에는 좀 오글거리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처음에 영상용 카메라로 무엇을 찍어보기 시작한건 2005년 쯤 대학 신입생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릴 생각으로 미대에 들어갔는데 저희 학교에서 다행히(?) 미니 DV 테잎 캠코더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작품과 상관있던 없던 빌려서 가지고 놀았던 것 같습니다. 이 때는 사진에 관한 기초지식을 배운적이 없어서 진짜 뭣도 모르고 막 찍었습니다.
당시에 가장 많이 가지고 놀았던 미니 디비 캠코더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테이프 시절이라 60분짜리 테이프로 찍고 컴퓨터로 가져와서 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바꿔서 편집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기능들이 붙어있던 HVR A1P 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진짜 이 때는 기본도 모르고 막 찍었기 때문에 후회가 많은 시간입니다만 카메라를 빌려서 몇년동안 실습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기에 훗날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제가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해 권해드리는 것은 사진에 대한 기초지식입니다.
불행히도 저는 제가 모두에게 권하는 그 기초지식을 제 첫 DSLR을 살 때까지 제대로 배우지를 않았습니다. 첫 DSLR로 당시에 비디오용으로 핫했던 캐논 60D를 샀습니다. 스크린이 360도 회전이 가능한게 획기적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늦게나마 DSLR을 장만한 이유로 사진의 기본지식에 대해 많이 읽고 공부했습니다.
DSLR 처음사면 다들 그러시겠지만 진짜 아무데나 다 들고가서 아무거나 막 찍어보았습니다. 물론 조리개는 최대한으로 열어서....
60D로도 많은 프로젝트를 했지만 GH4부터는 카메라 수명이 걱정 될 정도로 많은 걸 찍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테스트용 영상으로 찍은 것도 많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 돈 되는 프리랜스 일도 가끔 들어왔습니다.
A7Sii는 출시 때에 사서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이때 전후로 여러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FS7, FS5, C100, Varicam, Red, Blackmagic ursa 등 더 비싸고 큰 카메라들을 다양하게 써봤지만 이때의 A7Sii의 저조도 촬영 기능은 정말 혁신적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거의 웹캠으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웬만한 프로젝트는 이것 하나만 있어도 해결 가능하긴 합니다. 제일 아쉬운 것은 8비트 코덱입니다.
카메라 여러종류를 많이 접해보면서 경험을 늘려가고 있었지만 사실 정말로 크게 발전하게 된 계기는 렌즈였습니다. 렌즈, 특히 빈티지 수동 렌즈들에 엄청나게 관심을 쏟았는데 그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계적, 기술적, 역사적 지식을 많이 쌓게 되어서 촬영에 많이 도움이 되는 것들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배웠습니다. 물론 렌즈를 하나 둘씩 사면서 통장 잔고가 아주 가벼워지는 것은 덤입니다. 이때는 아직 싱글일 때라 이런 말도 안되는 구매 습관이 가능했습니다 (ㅠㅠ)
이때에만 해도 비디오 = 무조건 수동 포커스 여서 저는 굳이 비싼돈 주고 새 렌즈를 사느니 오래되어도 저에게는 더 싸고 더 매력적인 빈티지 렌즈들을 모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미러리스의 장점인 바디/렌즈 이종교배가 유리한 점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오토포커스가 극으로 발달한 지금에도 저는 영상 찍을 때에 대략 60%정도는 수동으로 포커스를 잡습니다.
A7Sii를 처음 구입한 때 즈음에 해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작은 프로젝트들에서는 비디오그래퍼로, 큰 영화나 뮤직비디오 세트장에서는 카메라 1어시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에 여러가지 일을 맡아서 해보면서 배운 것들과 마련한 장비들을 아무 폭넓게 사용하고 연습해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쌓아둔 장비와 지식이 도움이 되서 일이 많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비디오를 위한 빈티지 렌즈들이라는 블로그가 있는데, 어떤 렌즈를 사서 써볼지 마음을 정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펜탁스 슈퍼 타쿠마, 미놀타, 비비타, 캐논FD, 니콘AIS, 마미야, 러시아 렌즈 여러가지 등등 많은 종류의 렌즈들을 사서 써보다가 결국에는 대부분 정리하고 콘탁스 렌즈 세트를 모아서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레드카메라 포럼에서 누군가 콘탁스 렌즈에 대해서 정리해 올린 글을 여러번 자세히 정독한 이후에 콘탁스 렌즈들을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했었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구현해주는 렌즈군이 많아서 아직도 애용합니다.
지금 현재에는 일반소비자/준전문가 카메라 시장이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선택장애가 올정도로 모든 예산수준에 맞는 옵션이 정말로 많은 것 같습니다. 싼값으로 좋은 화면을 뽑아내는게 크게 어렵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예시를 포함한 영상 고인물 썰 영상
결론적으로 카메라 다루는것을 배우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제가 제일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사진의 기초부터 배우시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유튜브, 웹사이트, 블로그, 책 너무너무 정보가 많습니다. 좋은 정보를 골라 섭취하시는 것이 아마 제일 어려운 부분 일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편집 경험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