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기 전에

약속이 잡혔다. 만나는 사람은 무기징역수다.

정치적인 이유로 20대에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한다. 만날 사람이 사람인지라, 기다리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가 얼마나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했기에 무기징역일까?'

'이 사람은 그 뜻이 얼마나 빛 났으면 위험한 그 뜻으로 달려간 걸까?'

그러나 결국 나로서는 무기징역의 선고가 뭔지, 감옥살이는 또 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느 새 재판정에 날아가 서있었다.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앞에 있는 판사가 곧장 말을 마친다.

'이제 너는 어딘가 있는 작은 건물, 쇠창살 안에서 네 삶 끝나는 날을 기다리면 된단다'

서있는 내게 누군가 들리지 않을 소리로 알려준다.

곧 좁은 옥방을 마주한다. 어느 젊은 날, 그 때 그 고시원을 떠올린다.

좁은 옥방에 빽빽이 자리잡은, 앞으로 오랜 시간 함께할 낯선 그리고 나와 같은 죄수들을 마주한다. 또 다시 더 젊은 어느 날, 군대가 떠오른다.

자대배치를 받고 막 생활관에 들어선 신병은 마주한 선임이라는 사람들의 험악한 얼굴들에, 분명 같은 또래일텐데도 어찌나 먹먹해지던지.

또 훈련소에서 행군하며 바라 본 바깥 세상에 사후세계란게 별 것 없을 꺼라 생각하지 않았나.

들리지 않을 소리가 다시 한번 다가와 알려준다.

'그래 여기야. 여기서 네 삶 끝나는 날을 기다리면 된단다'

그 때 기다리던 남자가 왔다.

"아, 선생님 오셨어요?"

이제 책을 펼쳐자.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