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01 오늘의 새벽시
-혜화역 4번출구, 이상국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너를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산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에비가 만들어 보낸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 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 애는 나를 안아 준다 아빠 잘가
너무 쓸쓸한 분위기의 시만 올린것같아서
이번에는 부모님생각 한번 해보시라고 올립니다 ㅋㅋ
날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