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명품 집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훈련을 할 때 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편하게 경기장에 나가는데, 이탈리아 선수들은 명품으로 풀 세팅을 하고 온다”며 “내가 얼마나 후줄근하게 느껴졌겠나. 통역이 멋 좀 내라고 했을 정도다. 그 뒤로 계속 명품을 사댔다. ‘명품 때문에 연봉 다 쏟아 붓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팀에서 방출당했던 아픈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이탈리아가 졌는데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느냐. 이후로 구단주가 나에 대해 욕을 했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쁜 놈’, ‘배고픈 아이’, ‘거지’ 등의 악담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로 못 가게 됐다. 갈 수도 없고, 살해 위협도 있으니 가지 말라고 했다”며 “(이탈리아의) 우리 집 앞에 있던 어렵게 산 차를 다 부셔 놨더라. 그래서 한 6개월을 쉬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 7월 세계 최고 리그였던 세리아A에 국내 최초로 진출한 안정환은 소속팀 AC페루자에서 첫 시즌 15경기(교체출전 11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부여받기도 했다. 2002년 안정환은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골든골을 터뜨려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탈리아를 탈락시켰고, 페루자 구단주 가우치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