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능력, 그 한계는 어디인가?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를 보면 윈터솔져와 블랙팬서, 캡틴 아메리카가 터널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의 속도감 묘사를 보면
평범하게 주행 중인 자동차를 추월해서 달릴 만큼 보통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말이 달리는 것 같아.
물론 블랙팬서를 뒤쫒던 캡틴 아메리카가 차량을 탈취해서 엑셀러레이터를 밟자 어렵지 않게 따라잡는 것으로 보아서 실제 속도는 65km 정도가
아닐까 싶다. 현재 인간 중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우사인 볼트의 최고 속력이 40km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건 말이 안되는 수준이다.
인간의 신체능력은 다른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약한 편이다. 인간이 맨손으로 맞서 싸워서 이길 짐승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 개만 하더라도
소형견이라면 발로 뻥 걷어차버리면 그만이지만 덩치가 좀 나가는 중형견만 되도 감당하기가 어렵고, 도고 아르젠티노 정도 되면 맨손으로
싸우다가 큰일난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짐승들과 붙어야 될 때는 무슨 중2병처럼 완력으로 제압하겠노라고 설칠 게 아니라 연장이 필요하다.
몽둥이라도 한 자루 거머쥐면 승률이 급격하게 올라가거든. 맨손으로는 약하다는 인간도 냉병기를 들면 어지간한 맹수들도 제압할 수 있다.
물론 충분하게 훈련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 하여튼 인간의 속도만 보아도 사족보행동물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코끼리조차 인간보다는 빠르다.
그렇다면 인간이 신체능력으로 겨루어서 짐승들을 이길 만한 분야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간은 지구력의 제왕이다.
모든 포유동물 중에서 지구력이 가장 강해서 속도는 사족보행동물들에 비해 느리지만 대신에 훨씬 오래 그리고 멀리 달릴 수 있다.
42.195km의 마라톤 시합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짐승은 거의 없다. 영국에서는 인간과 경주마가 오래달리기를 해서 인간이
이긴 사례도 있다. 그래서 원시인류의 사냥법이 손에 무기를 들고 무대뽀로 사냥감을 추격하는 방식이였다. 그렇게 하루종일
쫒아다니면 사냥감이 지쳐서 뻗어버린다. 그럼 지쳐서 쓰러진 사냥감을 접수하는 것이 원시인류의 사냥방식이였다. 심플하지?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시속 64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서 흥미롭다. 관건은 근육수축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달리기 속도는 발이 지면에 머물러있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는데, 정상급의 육상 선수가 전력질주할 때 발이
지면에 닿아있는 시간은 0.1초 미만이다. 인간의 달리기 속도가 늘려나려면 근육을 더 빨리 수축해서 발이 지면에 머물러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인간 근육의 수축력 최대치를 적용해 봤을 때, 비록 이론적인 수치이지만 시속 64km, 100m 기준으로 하면 5.59의 속력으로
내달릴 수 있어서 짐승들과 비교하더라도 중간은 가는 속력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는 달성 가능할지 기대되는 부분.
힘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유인원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힘은 약하다. 그래서 동물원같은 데에 가면 유인원이랑 절대 악수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을 정도. 악력이 넘사벽이기 때문에 악수를 신청했다가 손이 으스러지는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면에서
유인원이 압도적인가? 그건 또 그렇지는 않다.
어깨 근육이나 대흉근의 경우 인간이 더 나은 구석이 있어서 뭔가를 집어던지는 능력만큼은 자연계에서도 발군의 재능을 가진 게 인간이다.
예컨데 야구선수는 150km의 속력으로 야구공을 투척하며 보통 사람들도 약간만 연습하면 100km로 던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유인원은 끽 해야 30km의 속력으로 집어던지는 것이 전부다. 고대 인류는 투척의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돌이나 창을 집어던져서 사냥을 했다.
하여튼 창작물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인간들에 대한 설명으로, 본래 인간의 몸은 보다 큰 힘을 낼 수 있게끔 설계되어있지만 신체를 훼손할 수
있기에 스스로 제한을 걸고 있으며, 극한의 상황에서 이 리미터가 해제되는데 이들은 리미터 해제를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정이 뒤따른다.
실제로도 이 학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자기 체중의 6배를 들어올릴 수 있고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근육은 평소에는 호율적인 활용을 위해서 3분의 1만을 사용하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사용량이 늘어난다.
인간이 비록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순수한 힘에서만큼은 어느 짐승 하나 쉽사리 제압하지 못한다. 힘의 논리로 보았을 때 항상 열세인 인간은
헤라클레스나 삼손처럼 초인적인 괴력을 가진 영웅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했다. 그 영웅들은 동물들 중에서도 강한 사자나 멧돼지, 뱀
등의 짐승들, 그것도 보통 짐승이 아니라 거대화된 괴수를 때려잡음으로서 뭇 인간들의 콤플렉스를 달래주었다. 언젠가는 인간의 물리적 전투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날 또한 오지 않을까? 인간의 지성이 우월한 만큼 신체 능력도 그만큼 강인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