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님, 참 실망스럽습니다!” 박진성 시인 인터뷰
“날 성범죄자 몰고 정정보도 없어… 사건 이후 건강 잃고 경제활동도 끊겨” 호소“손석희님, 전 무고합니다. 잘못 보도했으면서 왜 정정하지 않나요. ”
박진성(41) 시인이 JTBC 손석희 대표이사 겸 앵커를 향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 시인은 27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JTBC와 손 대표이사가 자신을 성범죄자로 몰아놓고도 정정보도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시인은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이후 건강을 크게 잃었으며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끊긴 상태라고 호소했다.
박 시인은 우선 지난 25일 트위터에 ‘손석희 앵커님께’라는 시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실과 주장은 다르다’는 말로 폭행 의혹을 일축한 손 대표이사의 대응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시인은 해당 시에서 “의혹만으로 진술만으로 그리고 눈물만으로 여러 인생 파탄 내놓고 그간 안녕하셨습니다”라면서 “의혹도 있고 진술도 있고 녹취록도 있는데 법으로 하자니, 맞고소를 하셨다니.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계시네요. 그거 참 힘든 일이지요?”라고 썼다.
박 시인과 손 대표이사 및 JTBC와의 갈등은 2016년 10월 시작됐다.
박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하던 탁수정씨가 2016년 10월 2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지목하며 ‘여성 습작생들 착취해서 쓴 시를 어떻게 감히 세상에 내놓는지’라고 성토하는 인터뷰를 했고 그로 인해 저는 확정적으로 성범죄자가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전 성폭력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저를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무고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가 인정되었으며 저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들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무고함을 밝혀냈음에도 JTBC는 어떠한 후속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JTBC의 미투 운동 관련 보도를 ‘아니면 말고’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손 대표이사의 말대로 ‘사실과 주장이 다르다면’, 주장에 반대되는 사실이 나왔다면 그것을 보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JTBC는 2018년 2월 탁수정을 뉴스룸에 초대해 마치 미투 운동의 잔다르크처럼 보도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손 대표이사와 JTBC 뉴스룸 제작인에게 무척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아울러 탁수정씨에 대해 “저 말고도 이 모 시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다가 2017년 민형사상 처벌을 받은 인물”이라면서 “탁씨는 2016년 10월과 11월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무차별적으로 트위터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많은 남성 시인들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박 시인은 성폭력 무고 사건을 겪으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끊겼다고 했다.
그는 “문학과지성사는 2014년 출간된 제 시집 ‘식물의 밤’을 출고정지한 뒤 이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고 2015년 새 시집 출간 계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성폭력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문예지 작품 발표 등 시인으로서 생명이 거의 끝났다”고 털어놓았다.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한다. 박 시인은 공황장애 및 우울증 판정을 받은 진단서를 보내왔다. 지난해 10월 31일 발부된 의사의 소견에는 ‘공황발작, 충동성, 우울, 비관, 자해충동으로 치료중임. 대인관계 어려움과 대면(對面)불안, 대중 앞에서 공황발작이 올 것 같은 불안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함’이라고 적혀 있다.
박 시인은 또 자신에 대한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받아냈다고 알렸다. 2017년 1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7월 1심서 승소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이어지다 2018년 12월 19일 조정이 성립됐다.
박 시인은 “이틀 뒤인 30일 4개 기사에 대한 A4 2장 분량의 정정보도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승소는 했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23개월 동안 언론사 등을 상대하는 소송에 변호사 비용으로 1억원 가까이 썼다고 한다.
박 시인은 “지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라면서 “남녀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고 이대로 방치하기엔 그 폐단과 해악이 너무나 크다. 이를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터뷰는 27일 전화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인터뷰 전문은 네이버에서